사랑방 원장님의 수개 월에 걸친 지도로 합창 발표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7~80대가 주축이고 90세까지 포함된 그야말로 진짜 노년세대들의 합창 연습에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고, 영도문화도시센터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지원도 정말 컸습니다. 무슨 일이든 그것이 완성되기까지에는 숱한 사연이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요. '과꽃'을 비롯한 여러 곡을 합창하여 참석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나이 들어도 사람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으니 행복하기도 하고 즐겁고 기쁘기도 한가 봅니다. 원장님의 헌신적인 지도가 이 분들의 노력과 어울려 아름다운 합창제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루 하루가 별 다른 일 없이 그저 흘러갈 수 있는 노년 세대들에게 이 합창 발표가 정말 진정한 삶의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서전 책 "내 이래 살아왔다." 북토크 시간이 이어지는데,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파견된 예술가가 삽화를 넣고, 역시 센터에서 지원 나온 분께서 책 전체 기획을 맡아 긴 시간 노력을 쏟아 만든 책입니다. 각자의 인터뷰를 다시 워드로 작성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지요. 각자의 사진도 들어가 있어서 보기 좋았습니다. 제가 예술마을 PD로 이 분들과 인연을 맺어 자주 만났습니다. 그렇게 정(情)이 쌓인 모양입니다. 제가 가면 제 두 손을 잡고 무슨 말이든 하시려는 표정이 정말 새롭습니다. 평소처럼 제가 사가지고 간 초콜릿과 두유를 전원 드렸습니다. 그래도 남아서 참석하신 분들께도 드렸습니다. 저야 이 분들의 활동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참석했지만 헌신적인 원장님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은 큰 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각저 자신의 사진이 있는 부분을 펼쳐서 기념 촬영도 하고, 원장님의 진행에 맞춰 각자 소감 발표부터 전개합니다. 일반적인 북토크에 가면 작가가 자신의 책 홍보도 열심히 하고, 지난 삶도 풍부하게 털어놓지만 이 분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합니다.'만 연발합니다. 북토크 경험이 전무한데다 자신의 삶이 든 책을 펼치니 만감이 교차하는 듯합니다. 원장님의 요청에 따라 우리들이 앞에 가서 격려의 악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한두 번밖에 못 봐서 그런지 서먹서먹한 듯합니다. 그러다가 제가 한 분씩 두 손을 꼭 잡고 "수고했습니다. 글쓰신다고 힘들었지요."라고 말을 건네니 아예 제 손을 놓치고 않고 한 분께서 제 얼굴을 빤히 올려다 보십니다. 그러다 울컥 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제가 다시 한 마디 더 건넵니다.
"왜요? 갑자기 고생한 시절이 생각나서 눈물이 막 나고 그렇지요."
"이렇게 막상 책이 나온 걸 보니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라 카네요. 아~키운다꼬 고생한 시절도 생각나고, 한진 조선 배 만드는 데 가서 하루종일 깡깡 거리며 일한 것도 생각나고, 그냥 고생한 기 한꺼번에 생각나서 눈물이 날라캅니더. 그라고 샘예 늘 고맙심더. 오실 때마다 묵을 꺼도 마이 사가지고 오셔서 주시고, 양말도 꽃양말까지 그렇게 주시가~ 고맙심더."
나이가 70대 80대가 되니 만냥 외롭고 서럽기만 했던 모양입니다. 이 분들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이렇게 모여 재미있게 놀고 활동하면서 점심 식사를 함께 나누면서 같이 웃어 좋긴 하지만 그래도 노년 세대 특유의 외로움이 늘 같이 있는 듯합니다. 문득 문득 그런 외로움을 깊이 느낀답니다. 사랑방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개방되어 있어 이 분들께는 그야말로 천국 그 자체입니다. 제가 가끔 뭔가 사들고 가서 드린다고 해도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요. 그래도 제가 갈 때마다 유난히 반겨주십니다.
이러한 사랑방의 역할을 한 번 소개하고 싶습니다. 새벽 5시에 문을 열고 밤늦게 11시 정도에 문을 닫는답니다. 같은 공간 한 쪽에선 음식을 해서 내놓은 여성 분도 계십니다. 물론 이 분도 합창단의 일원입니다. 최근에 키우던 강아지가 암에 걸려 하늘 나라에 간 이야기를 전해 주십니다. 강아지도 암에 걸리고 치매를 앓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사람과 똑같다면서 안쓰러워하셨지요.
원장님께서 어디 보수를 받고 이런 활동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자원하여 지역 노년세대들의 삶을 책임진다고 볼 정도입니다. 노년 세대들의 특징으로 새벽잠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지요. 그렇게 새벽에 잠에서 깨면 그 시간에 어디 갈 데가 마땅찮지요. 하지만 여기 사랑방은 이런 분들이 수시로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원장님께서 합창을 하게끔 지도해 주시고, 온갖 박수를 비롯한 치매 예방 활동을 다양하게 해주시지요. 점심 식사를 모여 함께 먹는 순간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나이가 들어 '밥' 한 그릇을 당당하게 먹는다는 것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집에서 아들 며느리랑 함께 사는 경우 저녁밥 먹는 것조차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여기서는 전혀 그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사랑방 안팎으로 꽃 화분이 아주 풍부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정서 치료에 정말 큰 도움을 준답니다. 이 사랑방 같은 공간이 전국에 많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요양병원 시설이나 실버 센터 같은 공간도 필요하겠지만. 여기 사랑방 같은 공간이 진짜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욱이 결혼하여 집을 떠난 아들 딸 자식 세대에게 부모의 노후 문제는 늘 신경써야 할 큰입니다. 자신의 가족을 건사하는 것도 만만찬은데 멀리 떨어진 부모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걱정으로 늘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 사랑방처럼 자신의 부모가 이렇게 노후를 의미있게 보내고 있음을 알게 되면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겠습니까. 자식 세대에게 큰 근심거리를 해소할 수 있어서 더욱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