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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스토리가 삶을 다시 만들고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면 행복 지수가 급상승하는 것 같아요.

by 길엽


<구독자 수가 1000 되는 날을 기다리며>

그날이 오면 1000번째 구독자님께 무슨 선물을 보내드릴까 고민하고 있는 것도 행복한 삶이랍니다.


정년 퇴직 직후 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었습니다. 지금껏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데다가 필명을 쓰기 때문에 지인들도 잘 모릅니다. 어떻게 어떻게 연결되어 들어와 글을 읽다가 '이거 쌤 글 아네요?'라며 카톡 문자를 통해 연락이 오면 그제서야 제가 마지못해 인정할 정도입니다. 단체 카톡에 제 브런치 글을 홍보하면 어떻겠느냐 라고 묻기에 '아직은 매우 미흡하니 올린 글이 1000개가 넘어가면 그때 알릴까 해요. 그때 부탁해요.'라고 답한 적도 있습니다. 억지로 대량 홍보해서 제 글을 알리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그렇게 한들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저 우리네 삶에 관한 잔잔한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서로 서로 생각을 주고 받는 그런 편안한 글이 되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브런치 글을 올리고 조회수가 막 올라가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설령 조회수가 많지 않아도 읽어 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제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아직은 남에게 자랑하거나 남들의 인정을 바라는 수준의 글이 결코 아님을 제 자신이 잘 알고 있지요. 글 잘 쓰는 작가님들이 간간이 인세(印稅)에 관한 언급할 때 솔직히 부럽기도 합니다. 저도 소액이나마 그런 기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지금은 10여 년 간 읽은 <사기열전>을 바탕으로 조그만 재주를 보이며 인문학 강의를 가끔하지만 언젠가는 저도 브런치 작가로서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아직까진 습작에 불과한 글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글쓰기에 대한민국 최고의 플랫폼 '브런치 스토리'가 있어서 제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는 사살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맙습니다.


책을 읽다가도 그 내용을 브런치 스토리에 요약하거나 자료를 좀더 면밀하게 조사하여 배경 사건까지 상세히 찾아가는 시간도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브런치 스토리가 제 삶을 다시 만들어 주었습니다. 날마다 노트북 앞에서 일상의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싶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훌륭한 글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다는 것도 탁월한 시스템 같습니다. 작가님들의 삶이 응축되어 주옥같은 작품으로 되살아나는 글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감탄하고 Likeit를 누르거나 댓글도 남기면서 스스로 흐뭇한 미소를 지어 봅니다. 웹 상에서 누군가 대화를 한다는 것이 직접적인 만남보다 한계를 지닐 것이라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직접 만나는 것이 오히려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무궁무진한 생각들이 뛰어난 필력을 업고 세상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저를 놀라게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브런치 스토리를 만나고 든 생각입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시선이 좀더 세밀해진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무의미하게 스쳐 지나갔을 사물들이나 풍경이 이젠 글감으로 자리매김하여 그러한 대상들이 갖는 존재 의미를 좀더 심층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지요.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도 그냥 차갑거나 따뜻한 것이 아니라 우리네 삶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 어느 영화에서 들었던 '바람은 보이지 않는데 수양버들 가지가 흔들린다'는 대사가 새삼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마다 생각이나 시선이 모두 다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세상 일이 모두 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며,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란 뜻으로 보입니다. 바람의 역할에 대해 좀더 생각하면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 나올 듯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사소한 물상도 깊이 바라보는 계기가 되니 그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오랜 기간 제 삶을 구성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며 재구성하여 글로 전개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됩니다. 자칫 제 자랑이 되어 남에게 불편한 마음을 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기에 가급적 다른 이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 좋은 내용, 아름다운 글을 중심으로 써나가려 합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 덕분에 제 지나온 삶은 대체로 평탄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네 인생도 그러하듯이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지금 제 인생의 현재는 결말 부분에 조금 더 가까이 가 있는 듯합니다. 지금 당장 세상과 이별한다거나 중병에 걸린 것은 아지만 긴 인생에서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지요. 그래서 인생 목표를 거창하게 세운다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것입니다. 그저 현실을 넉넉하고 여유롭게 받아들이며 가족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배려 존중하는 그런 삶이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브런치 스토리에도 그런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 갑자기 브런치 스토리가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이 글을 읽어 주시는 작가님들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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