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인연을 맺은 코지나 상 일행이 부산에 왔다. 따님과 따님 친구 그렇게 넷이서 짧은 기간 부산에 체류하면서 평소 좋아하던 김치나 김 그리고 화장품을 대거 쇼핑하고 싶어 왔단다. 이전에는 부산이나 인근 관광이 주목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여행 목적이 아예 처음부터 쇼핑이라고 한다.그래서 나도 특별히 차를 운전할 일이 없었다. 급한 연락을 받으면 가서 도와주기만 하면 되었다. 3일 체류 기간 중에 하루 시간을 내어 우리 모임 집행부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올해 6월에 오이타에 단체로 갔을 때 정이 든 우리 부산 측 최연장자 부부도 꼭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자리하게 되엇다. 아마 나이가 든 분들 특유의 정(情)을 느꼈는가 보다.
저녁 식사 내내 지난 일본 방문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히로시마 산간 마을 세라쵸世羅町까지 편도 300km 정말 먼거리 운전을 해준 코지나 상께 감사의 의미로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특별 선물도 전했다. 나와는 10년 이상 인연을 맺은 터라 이젠 거의 형제처럼 생각한다. 상호 방문을 자주 하기에 이젠 오가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오이타 분고오노 시 미에마치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코지나 상은 신체가 왜소한데다가 최근을 뭘 잘 안 먹는지 체중이 47kg까지 내려갔단다. 작년만 해도 50kg을 넘겼는데, 특별한 원인도 없이 체중이 줄어들어 본인도 걱정이 크다. 그래서 이번에 왔을 때 선배 한의사께 특별히 부탁하여 보약을 지었다. 당뇨는 없고 혈압이 조금 높았다가 낮아지는 것 말고는 신체상 특별한 질병도 없다고 한다.
질병 치료 개념보다 신체 보강 차원에서 보약을 지었을 것이다. 이번에 코지나 상에게 선물로 전했다. 깜짝 놀란다. 오이타로 돌아가면 하루에 3회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반드시 하고 보약도 꼭 복용할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우리 귀한 인연이 앞으로 계속되려면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 당신은 50kg도 안 되고 난 80kg이니 이런 불균형이 어디 있나고 농담도 했다. 최소한 50kg은 넘기면 좋겠다고 내 심정을 솔직히 전했다. 비싼 약이 아니냐고 묻기에 그 정도는 내가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보통 인연인가.
몇 년 전 후쿠오카에 42명 단체가 방문했을 때 캐리어를 옮기는 것이 고민이었는데 코지나 상이 당시 트럭을 끌고 와서 부두에서 호텔로 실어주었다. 그때 산악지방에서 출발할 무렵 눈이 내려 애를 먹었지. 차 속도도 느려지니 4시간 가량 운전해서 후쿠오카 하카다 국제선 터미널까지 왔던 순수한 코지나 상의 얼굴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너무나 고맙고 미안했지. 그런데 행사가 끝나고 하루 숙박 후 호텔에서 다시 부두로 나올 때 코지나 상이 다시 와서 모두 실어주었다. 이틀 간 운행 시간이 최소한 15시간 정도 걸렸다. 그래서 주유비 도로비에 수고료까지 하루 2만엔씩 계산해 주면 좋겠다고 하기에 그것보다 두어 배 감사 인사로 전했다. 당시 함께 갔던 일행이 예비비가 남았으면 모두 주라고 할 정도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코지나 상이라 이번에 보약을 지어 전해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인연을 쌓아가는가 보다.
내년 3월 말 오이타 분고오노 시 큐슈 올레에 가기로 했다. 벚꽃이 활짝 피고 튤립이 찬란하게 만발할 때 하라지 폭포 주위 편편한 길을 걸으면 참으로 좋은 기억이 되겠지. 그리고 그쪽 단체도 내년 상반기에 부산을 방문하기로 했다. 외부 방문객이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인근 벳푸 온천 관광지대로 몰려가는 상황에서 올해 우리가 6월 분고오노 시 미에마치 현지에 단체 방문했을 때 그 지역 사람들이 정말 크게 반겨 주었다. 해마다 상호 방문하고자 분고오노 시의회 의장단 일행과도 약속했다. 내년엔 시의회 차원에서 환영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이웃 국가의 시민들이 친구가 되어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양국 시민 교류를 진행해 왔다. 코로나 기간 상호 방문이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zoom으로 계속 만났다. 이젠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사람들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시골에 가서 순수한 시민들이 만나 편하게 담소를 나누는 기회가 많게 되었다. 럭셔리한 시설에서 값비싼 관광이야 여행사에 맡기면 만사 오케이지만, 이렇게 양국 시골을 방문하여 현지 사람들과 몇 시간씩 마주 앉아 어울리는 쿄류회가 진정한 민간외교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일하는 돼지 목장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2만 두 정도의 대규모 돼지 목장인데 매 달 2000 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다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젊은이들이 신규 사원으로 최근 많이 들어왔다는 말이 신기하게 들렸다. 대학 시절까지 야구를 했던 스가와라 상은 이제 겨우 스물 아홉이다. 야구를 그만두면 축산업에 반드시 근무하겠다고 결심했는데, 부모의 반대고 심했다고 털어놓는다. 지난 번 히로시마 세라쵸까지 갔을 때 코지나 상과 함께 마이크로 버스를 운전했는데 미남형에 매력직인 미소로 우리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몇 번 대화를 나눠 보니 부모가 반대할 만했다. 도쿄 근처 치바현에서 대학을 다니고 친누나가 도쿄 시내에 이자카야를 세 개나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집의 경제적 사정이 여유로운데 귀한 아들이 큐슈 오이타 시골 마을 돼지 목장에 취직했다 하니 반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아무리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고 해도 그렇지. 부모의 반대를 뚫고 시골까지 왔으니 더욱 열심히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잘 생긴 스가와라 상도 조만간 부산을 방문한다고 한다.
한정식에서 다양한 반찬을 먹으면서 코지나 상 일행이 반찬 수가 정말 많고 맛있다고 연방 감탄한다. 이번에 부산에 와서 삼계탕을 정말 맛있게 먹었다고 고백한다. 다음에 오면 내가 하루 세 끼 삼계탕을 사줄까 하니 손사래를 크게 친다. 다음엔 한 끼 정도는 삼계탕을 먹도록 할까 한다. 배낭 안에 쇼핑을 해서 많이 넣어둔 짐이 가득 보인다. 사기도 참 많이 샀네. 저렇게 많은 양을 가지고 갈 수나 있을까. 코지나 상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많이 길어졌다.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오이타로 돌아가 일상 생활을 하면서 이번에 가지고 가는 보약을 꾸준히 먹어 체중이 늘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