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 나이 77에 우리 손녀 일곱 살이요

by 길엽

아침에 아내 출근길 태워주고 돌아오는데 주차장 한 켠에 할머니와 손녀가 정답게 서 있습니다. 마침 차 뒷 좌석에 연양갱이 한 박스 들어 있어서 풀었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미장원에 갔다가 그 안에 가득 앉아 계신 할머니들게 드리고 남은 것입니다. 연양갱은 가격이 저렴한데 비해 나이 드신 분들에게 아주 인기가 많은 그야말로 가성비 최고랍니다. 제가 늘 가는 미장원의 할머니는 70을 바라보는 파파노인이신데 그곳을 다닌 지 6년 정도 되었습니다. 행여 손님이 많아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으면 다음 날 다시 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미장원에 갔었지요. 최초로 그집에 간 날 커트하고 다음 날 저에게 좋은 일이 생겨서 그것을 계기로 그 미장원을 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하시는 곳이라 젊은 친구들이 그리 많이 오지 않고 대부분 나이 많은 할머니들께서 가득 가득 앉아 계시더군요. 어젠 제가 급하게 갔는데 저보고 먼저 해도 된다고 양보해 주시기에 연양갱을 하나씩 돌렸습니다.


오늘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와 손녀에게 다가가서 연양갱을 하나씩 주었지요. 일전에 그 할머니께서 저에게 이야기해 준 적이 있어서 사연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껏 할머니가 혼자서 손녀를 키우고 있는 사연을 말이지요. 손녀가 정말 예쁩니다. 제가 손녀에게 연양갱을 먼저 주니,


"저는 괜찮아요. 할머니 여기 있어요." 하고 제가 준 것을 그대로 할머니께 전해 줍니다. 7살 짜리 꼬마 아이가 저렇게도 생각이 깊을까요. 할머니도 것도 있다고 하니 그제서야 손녀도 감사합니다 라고 공손하게 인사를 합니다. 제가 그랬지묘.


"손녀가 정말 예쁘네요. 일곱 살 짜리가 이렇게도 할머니 생각하는 마음이 깊으네요. 손녀 예쁘게 잘 키우셨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아파트 관리 사무소로 걸었습니다. 도중에 만난 경비원 할아버지, 청소원 할머니들과 곤리사무소 직원들께도 연양갱 하나씩 드렸습니다. 오지랖도 넓지요. 오늘따라 바람이 참 포근하고 부드럽네요. 벌써 봄바람일까요. 좀 있으면 본격적인 봄이 될 텐데 오늘 바람은 벌써 봄 내음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아파트 뒷산에 봄 꽃이 피면 얼른 달려가서 걸어보려 합니다. 오늘처럼 주위 사람들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 있다면 제 삶도 더욱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이가 들어보니 주위 사람들 모두가 소중하고 주변 풍경도 모두 아름답고 의미있게 느껴집니다. 인생에 달관한 것일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