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에는 늘 사람들에게 줄 선물용 연양갱이나 비스킷 같은 간식거리를 실어놓습니다. 시골길을 달리다가 노인정이나 팔각정 같은 쉼터에 들렀을 때 백 마디 말보다 훨씬 효과가 있더군요. 세상 살면서 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거나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시는 분께도 가벼운 선물로 괜찮다 싶었지요. 길가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시골 할머니들께 드리면 처음엔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받아듭니다. 그리고 백미러로 보면 자기들끼리 서로 손으로 치면서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들어옵니다. 잠시라도 그렇게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떨 때는 지인들이 제 차에 비스킷이나 음료수 한 박스를 실어 줍니다. 어떤 행사장에 가도 제가 경품이나 선물에 유난히 집착하는 편입니다. 오래 전에 모임 후배가 그런 저를 보고 놀립니다.
"형님, 요즘 살기 어렵습니까. 아~들 먹는 과자 같은 거 그냥 후배들 주면 좋겠는데, 형님이 그런 과자 드실 나이도 아닌데 요새 유난히 가져가려 하시네요. 형수님께 용돈 많이 달라고 대신 말씀 전해드릴까요."
그렇다고 행사장의 선물 전체에 욕심부리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주전부리용으로 나온 과자 같은 것 있으면 제가 더 비싸고 좋은 경품이 걸려도 과자 선물을 받은 사람과 바꾼 적도 있지요. 그 후배도 요즘엔 저를 이해해 줍니다. 선친에 이어 식당을 하는 후배인데, 모임에 가면 다른 사람 눈치채지 않게 곁에 와서 비닐에 가득 싼 것을 줍니다.
"형님, 일전에는 죄송했어요. 농담인 거 알죠? 그때도 사정을 말씀하지지 제가 두고 두고 죄송했다 아입니꺼? 이거 형님께 죄송한 마음을 담아 여기 오다가 슈퍼에서 조금 샀습니다. 시골에 가실 일이 있으면 어르신들께 선물로 드리세요. 형님 그래도 그 마음씨가 참 좋습니다."
후배가 준 비닐 속 과자는 제 고향 마을 회관에 들러 전했습니다. 그러자 시골에 계신 어느 형님께서 당신의 집 마담으로 저를 데려 갔습니다. 그리고 겨우내 저장해둔 무우랑 배추 콩 등을 차에 가득 실어주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형님이 큰 손해를 본 듯합니다. ㅎㅎ. 그리고 시골에서 가져온 것들을 다시 후배 식당에 갖다 주었습니다. 물물교환의 매개체 역할을 한 것일까요.
간식거리뿐만 아니라 시골 5일장을 지나가다 우연히 꽃양말을 가득 쌓아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놓인 꽃양말을 다 샀습니다. 대략 스무 켤레 정도 되었습니다. 그건 우리 아파트 노인정에 가져 가서 할머니들께 선물로 드렸습니다. 세상에 다들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소녀처럼 해맑게 좋아하시면셔 양말을 머리에 뒤집어 쓰는 듯한 포즈도 취하셨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아 못 받으신 할머니 한 분은 뒷날 자기는 왜 안 주냐고 귀엽게 앙탈을 부리시다가 결국 받아 가셨지요.
제가 이런 것을 하고 다니는 것을 알고 있는 선배님 한 분이 놀립니다.
"니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는 기라. 딱 부자 안 되는 짓만 하네."
그래도 제 마음이 행복하기만 하면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