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아파트 경비원께 드리는 말
아내 출근길 태워주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경비원 분들을 만났습니다. 매우 반갑게 맞아주셔서 제가 오히려 당황스럽더군요. 70대 초반의 경비원 한 분이 옆으로 다가와 늘 자기들 편을 들어주어 고맙다고 하네요. 특별히 편을 들어준다는 생각 없이 그냥 제가 생각하기에 경우에 맞다 싶은 생각대로 했을 뿐인데, 경비원들이 보시기에 당신들 편을 들어주었다고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함께 걸어가다 잠시 서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표정이 밝으셔서 보기 좋았습니다.
"건강하시지요? 전번보다는 훨씬 건강하게 보이셔서 좋습니다. 추운 겨울 아파트 여기 저기 돌보신다고 정말 고생 많으십니다. 제 아는 사람들이 일전에 여기를 와서 아파트가 참 깨끗하다고 하더군요. 근무하시는 분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답했습니다. 산과 곧장 붙어 있어서 아파트 내 나무가 많아 하실 일이 많을 텐데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난 번 나이 문제로 고민을 많이 하시던데, 대표들도 경비원 분들의 나이 문제는 이제 거의 말하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제발 몸 아프지 마이소. 알았지예."
작년 아파트 동대표자회의에서 경비원 구조조정 결정 건을 놓고 경비실 한쪽에 경비원들이 모여 회의 결과를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느 분은 몇 달 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수면제 약도 드셨다지요. 그래도 결론이 좋게 나서 그날부터 잠이 그렇게도 잘 오더라는 말씀이 잊혀지지 않네요. 하루 아침에 일자리기 사라지고 집에 가셔야 할 상황에서 대표자들이 경비원들을 가급적 내보내지 말자고 결정하여 다행아었습니다. 길게는 15년 짧게는 10년 정도 함께 한 경비원들이라 모두 가족 같은 분들이셨습니다. 주민들께서도 경비실에 과일이나 음식을 많아 주고 가십니다. 그래서 우리 아파트 경비원은 근무 기간도 길고, 웬만하여 다른 곳으로 가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경비원들께서 세대 주민의 아가야들을 유난히 이뻐하셔서 참 보기 좋더군요.
우리가 아무리 경비원들을 챙겨 드리고 싶어도 건강 문제는 어떻게 할 수 없지요. 그래서 어떻게든지 당신들의 건강은 알아서 챙겨야 우리도 도와드릴 수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오늘 저와 주차장에서 마주 서서 비교적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이 경비원 분은 저에게 그전에도 이런 저런 애로를 털어놓으셨지요. 요새는 오가다 만나면 환하게 미소지으며 인사를 하십니다. 경비원 자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한 사람의 삶도 저렇게 좋게 바뀌게 하네요. 앞으로도 저 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