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들과 어울려 맥주를 함께 마시면서 가정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다소 진지한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술 마시면서 이런 조금은 무게가 있는 화제를 놓고 토론하는 것이 참으로 낯선 풍경이지만 그날 어떻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런 주제로 3~4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당연히 저에게도 동일한 화제로 질문이 오더군요. 솔직히 제 입장에선 그런 것을 놓고 깊이 고민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다가 더욱이 토론까지 한 경우는 전무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주고 받는 말들을 경청하면서 내 삶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래도 꼭 한 마디라도 해달라고 강요하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정의 행복은 결국 아내와 아이들과의 인간관계가 어떤가에 달려 있다고 봐. 물론 돈이 많아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그것도 행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는 있겠지. 그런데 이렇게 나이가 들어 지난 날을 돌아보면서 생각해 보니, 돈으로 안 되는 일들도 많았던 것 같아. 예를 들어 식구들 사이가 갈등이 많으면 돈이 오히려 재앙이 되기도 하거든. 물론 돈이 재앙이 될 정도는 우리집과는 상관이 없고 아는 사람의 사례라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뭘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아내와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때 가장으로서 우짜든동 부드럽게 말해야 할 것 같아. 비단 가장으로서만은 아니겠지. 그냥 인간관계에서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 그리고 사이가 좋을 때야 그렇게 하는 것이 쉽겠지만, 사이아 좋지 않을 때도 일단은 부드럽게 말해 두는 것이 좋다고 본다. 특히 아내가 뭔가 부탁할 때 일단은 환하게 웃으면서 그것을 들어주면 그 뒤가 항상 좋았던 것 같아. "
뭘 하고 있을 때 아내가 뭔가 해달라고 부탁하면 솔직히 그 순간 귀찮기도 하지요.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잠시 마음을 진정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그 부탁이 뭔지 확인하고 부드럽게 대답한 뒤 그것을 해주면 정말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제 생각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저도 젊은 날엔 이런 생각이나 행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본격적인 노년 세대에 들어와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좀더 일찍 이런 것을 깨달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사회 생활하면서 사람들의 언행을 유심히 지켜봅니다. 똑같은 상황인데도 그에 대응하는 모습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괜히 짜증내고 쇳소리 같은 불편한 음성으로 고성을 지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차분하고 여유롭게 살짝 미소를 띠며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하면 처음 몇 마디마의 으멍만 들어봐도 그 사람의 성격을 대충 파악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 판단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겠지요. 그래도 주위 사람들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의 어투는 누가 들어도 인상을 받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결하게 핵심을 언급합니다. 그렇게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모임 분위기나 사람들의 언행을 떠올리면 역시 부드럽고 나즈막한 음성으로 화제를 이끌어 가는 사람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가 있고, 사회적 위치도 상당한 선배님 한 분은 잠깐만 대화를 나눠 봐도 온통 남에 대한 험담이나 시기 질투의 말을 많이 합니다. 그 후로는 그 선배 옆에 아예 가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도 저와 같은 심정인 것 같았습니다. 그 분의 언행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으려 합니다. 저렇게 행동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렇다고 그 선배랑 특별히 말다툼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 자리만 피하면 되는 것이지요. 남에 대한 험담을 많이 하는 사람은 얼굴에 좋지 않은 표정이 뚜렷이 드러납니다. 늘 인상을 찡그리고, 삐딱하게 남을 바라보는 그런 행동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