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칭찬을 지나치게 잘 하는 사람을 보면 괜히 부담스럽고 어떨 땐 역겹기까지 한 적이 있었습니다. 역겹다는 표현은 좀 그런가요. 예전에 현직에 있을 때 다른 학교에 근무하던 후배 중 한 명이 식사 자리에서 한창 밥을 먹다가 윗사람 면전에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여러 학교에서 모인 협의회 자리였습니다.
"넥타이 진짜 이쁘네예. 사모님께서 얼마나 정성껏 고르셨는지 한눈에 봐도 괜찮습니다."
칭찬을 받은 분도 당황해하시고, 함께 한 우리들도 그만하라는 식으로 두 팔로 크게 X자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 후배는 천성이 어질고 남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 평소에도 저랑 친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정말 잘 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하고 잘 지내는 사이입니다. 퇴직한 저에게도 아직도 전화 연락을 해줄 정도이니 저로선 참으로 고마울 뿐이지요. 그도 퇴직했지요. 그 당시 우리가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고 동작도 취했지만 그 후배는 말을 그치지 않고 칭찬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리 길진 않았지만 우리들 모두 서로를 바라 보면서 이건 좀 지나친 것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지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라는 말이 있지요. 원래는 지나침이 모자람과 같다는 식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사회 생활에서는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 하다는 식으로 알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요.
어쨌든 그 자리에서 후배는 넉살도 좋게 칭찬을 좀 길게 하여 우리들 눈총을 받았지만 칭찬을 받은 분은 처으엔 당황해하다가 머쓱한 표정을 짓고 나중엔 살짝 미소를 짓더군요. 그래도 칭찬이 그리 나쁘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저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서 저랑 친한 후배지만 한 마디 해줄까도 생각했을 만큼 참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에게 충고한다는 것이 지나친 간섭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후배가 비단 한 사람에게만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든 지나칠 정도로 칭찬을 많이 하는 편이었습니다. 우린 당시에 아첨이나 아부 정도로 인식했었지요. 선후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서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살이는 그런 겁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에게만 잘 해주면 만사 오케이 되는 법입니다. 그 후배가 당시 좀 지나치게 아부성 칭찬을 해서 사람들의 눈총을 받아도, 저 자신도 한 마디 건네주고 싶을 정도로 면전에서 과한 칭찬을 해서 눈쌀을 찌푸릴지라도 결국 저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니 별로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후배는 늘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여 평소에도 누군가와 다투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건 정말 바람직한 것이지요. 말투도 부드럽고 얼굴도 웃는 낯인데다 칭찬을 해주니 누군가와 언쟁할 일이 거의 없었지요.
이세 세월이 흘러서 그 후배도 퇴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의 일을 하느라 바쁘다는 풍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퇴직한 저에게도 전화를 해서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저를 칭찬하는 말을 하더군요. 솔직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예전처럼 길고 지나치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 후배도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자제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있었던 자신의 일에 대해 상세하게 들려줍니다. 자식 농사 잘 지었노라고 소문을 들었지만 후배 본인의 입으로 한참 동안이나 자랑을 합니다. 예전에는 지나친 칭찬으로 주위를 불편하게 하더니 이젠 자기 자랑한다고 살짝 불편하게 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잘 하는 능력 중 하나가 경청(傾聽)이라 끝까지 들어주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갑자기 전화를 해서 이런 저런 안부 인사를 건네다가 저를 칭찬한 것도 결국 자기 자랑하려고 했던 의도였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칭찬을 받은 상황에서 그 정도 자랑은 들어줘도 될 것 같았습니다.
전화로 그렇게 자식 자랑, 부동산 차익 자랑 등을 한참 늘어놓다가,
"아이고 선배님, 제가 너무 제 이야기만 많이 해서 죄송해요. 건강하시죠. 다른 사람을 통해 소식은 간간이 듣고 있습니다. 다음엔 선배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또 연락드릴게요."
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짧은 칭찬을 듣고, 이어서 긴 자랑을 들었는데도 왠지 쌤쌤 same same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기하지요. 이것도 칭찬의 위력일까요. 어쨌든 조금 지나치게 해도 칭찬을 하거나 든는 것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인정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참 저 위에서 언급한 윗사람 말입니다. 후배로부터 면전에서 좀 낯뜨겁게 칭찬을 들었던 그 분과 길가다 만나서 잠깐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때 그 순간의 일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분이 저에게 이렇게 말해 주더군요.
"있지요. 그때 그 넥타이 사실은 집사람이 골라 사준 것이 아니라 제가 시내 가서 직접 사가지고 온 겁니다. 당시엔 칭찬 듣는다고 그만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그 당시 조금은 지나친 넥타이 칭찬을 들으면서 불편하긴 했지만 기분은 절대로 나쁘지 않았답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 후배의 칭찬이 귓가에 자꾸만 어른거리더랍니다. 그러고 보면 이 분처럼 칭찬이 어른거리는 것은 괜찮지만 반대로 비난이나 조롱 같은 것이 귓가에 남아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상할까도 싶더군요. 어쨌든 우리들 앞에 그 넥타이를 잘 보이진 않았지만 다른 장소에 갈 때는 꼭 그 넥타이를 했었답니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도 기대했는데, 그 후배 말고는 아무도 넥타이에 대해 칭찬이나 관심을 보여 주지 않아 내심 실망했다는 말도 들려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보탭니다.
"있지요. 속이 뻔히 보이는 칭찬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는 큰힘이 되는 것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칭찬도 사라믈 관계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