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칭찬을 받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질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호르몬과 연결되는지를 최근에 알았습니다. 다른 사람은 모두 알고 있었는데 저만 알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쑥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그 사실을 알았으니 앞으로 전달물질 호르몬 관련 책을 좀 읽으려 합니다. 그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궁금한 것을 관련 자료를 찾아 우리 삶에 적용하고 싶어집니다. 한때 유행했던 캔 블래차드 저『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도 생각나네요. 고래라고 언급했지만 결국 이 세상 모든 존재가 그 대상이 되겠지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칭찬'은 참으로 그 역할이 큽니다. 효과도 영향도 대단하지요. 어린 시절 칭찬을 받았을 때 하루 종일 기분좋고 누군가가 뭘 시켜도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어머니, 아버지, 형 그리고 여동생 이렇게 다섯이서 참으로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으로 궁핍한 가정 가정 사정에도 참 행복했습니다. 아버지는 칭찬을 거의 하시지 않고 가끔 우리 형제를 꾸짖었던 것 같습니다. 대신 여동생은 별로 꾸지람하지 않았지요.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도록 고생시킨 것이 제 눈엔 정말 못마땅했기에 제가 아버지께는 대들곤 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지게 작대기에 맞다가 도망도 가고 했습니다. 어떨 땐 무던한 성격의 형이 아버지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새 제가 이모집으로 도망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제 기억 상 한번도 저를 꾸짖지 않았습니다. 늘 잘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어린 제가 어머니를 위해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해서 호강시켜 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먹은 이유로는 아버지의 무능력, 무책임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과 무한한 칭찬도 그 안에 들어갑니다. 국민학교 시절에도 어머니 곁에서 일을 열심히 도와 드렸지요. 어머니께선 어린 제가 공부할 시간도 없이 들일 도와준다고 미안해 하셨지만 그래도 바로 옆에서 나란히 쪼그려 앉아 호미로 풀을 매며 <조웅전> 이야기를 해주는 저를 보며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신기해 하셨지요. 그리고 어머니가 저에게 해준 칭찬 중에 대표적인 것은 바로,
"야~야, 니는 우째 그래 아는 기 많노. 내가 보이 이 세상에서 니가 제일로 똑똑한 거 같데이."
였습니다. 그렇게 어머니가 일하면서 저를 보며 그렇게 진심으로 칭찬해 주면 제 마음은 순간 하늘을 날아 올라갈 정도였습니다. 어머니와 았었던 일을 떠올리니 갑자기 색다른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가난한 살림에 둘째 아들인 저를 공부로 성공시켜보겠다는 마음에 대구에 하숙을 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면 토요일 오후, 당시엔 토요일도 오전 수업이 있었지요. 오전 수업을 마치고 빨리 시내버스 127번을 타고 대명동 대구고등학교 정문을 출발하여 약 20분 달리면 서부 정류장, 일명 성당주차장에 도착합니다. 거기서 다시 고령이나 현풍행 시외버스에 오릅니다.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그래도 초여름에는 낮이 길어 오후 좀 늦게 시골집에 도착해도 해가 하늘 높이 떠 있는 편이지요. 그렇게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들에 가서 가족들과 합류하여 같이 일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림 같은 들판 장면입니다.
어느 토요일 그날도 일찍 시골집에 도착했는데, 마침 그날은 교련복 차림이었습니다. 마당에 들어서니 어머니께선 마당 한 켠에 있는 펌프를 위 아래로 반복하며 물을 올리고 계셨지요.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께 당시 유행하던 춤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엄마 요새 이런 노래하고 춤 유행이데이. 한번 보여 주까."
어머니는 뭐라고 요구하지 않았는데, 제가 교련복 윗도리를 벗고 하얀런닝 샤츠에 교모까지 그리고 하의는 교련복 교련화 차림으로 당시 유행하던 <keeo on running>을 우스꽝스럽게 춤추던 것을 보여 드렸습니다. 특히 keep on keep on keep on을 외치며 한쪽 어깨를 비스듬히 낮추고 온몸을 흔들면서 진짜 우스꽝스런 춤을 적나라하게 보였더니, 어머니께선 펌푸 손잡이를 잡으신 채로 너무 웃으시다가 온몸이 뒤로 휘청 넘어갈 정도로 좋아하셨습니다. 그것이 어머니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드린 제 춤 솜씨였습니다. 어머니께선 설마 둘째 아들이, 늘 책 좋아하고 공부 열심히 하던 모범생이 그런 우스꽝스런 춤을 춘다는 것을 상상도 못 하셨겠지요. 그래도 어머니께서 생전 그렇게 크게 웃으시면서 온몸이 뒤로 넘어갈 정도로 좋아하시니 그 순간 저도 정말 기뻤습니다. 그리곤 어머니께선 말씀하셨지요.
"니는 대구 가서 그런 춤도 배웠는가베. 진짜 우리 아들 몬 하는 기 없네. 진짜 잘한데이."
그 후 고등학교 수학여행 가서 친구들과 설악산 수학여행에서 우리 조(組)의 장기자랑 순간에 우리 그룹에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keeo on running>을 하자고 결정했고, 좀더 격렬하게 열심히 시현했지요. 그런데 젓가락이 날라오고, 타월이 뛰어다닐 정도로 혹평 받았습니다. 당시 웬만한 친구들은 그 춤을 다 아는데 그들이 보이게 우리 조의 댄스 실력이 형편없었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모르고 그때까지 어머니의 칭찬에 속은 저는 제 자신이 춤 실력이 좋을 줄 알았습니다. ㅋㅋ.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그렇게 칭찬은 우리 삶에 진짜 큰 역할을 하는 법입니다. 칭찬을 받으면 행복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집니다. 누가 봐도 마음에 없는 아부성 칭찬일지라도 받는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에 봉착해 있더라도 누군가의 칭찬으로 큰 용기를 얻어 다시 도전하겠다는 용기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칭찬을 받으면 도파민이 분비된다네요.
김준기의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45쪽에 사람의 감정의 전달 물질에 관한 언급이 나옵니다.
사람의 감정은 세 가지 신경 전달 물질에 의해서 형성되는데,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또는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이 그것이다. 도파민은 쾌락의 정열적 움직임, 긍정적인 마음, 성욕과 식욕 등을 담당한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불안, 부정적 마음, 스트레스 반응 등을 담당한다. 세로토닌은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이외에도 공격성, 사회성 등 많은 심리 기능이 적절히 기능하도록 통제하며 그래서 우울증, PTSD 환자의 경우 세로토닌 수치가 매우 적다.
<좀 뒤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