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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r 11. 2024

세상일은 내 마음에 달린 것

내 마음이 이쁘면 세상 사람들 모두 이쁘게 보이는 법

현직에 있을 때 '감정이입(感情移入)'에 관해 설명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감정이입의 사전상 의미는 '어떤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불어넣거나, 다른 사물로부터 받은 느낌을 직접 받아들여 대상과 자신이 서로 통한다고 느끼는 일'이지요. 그런데 시 작품을 설명할 때 감정이입을 놓고 이런 저런 예를 들면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현재 감정에 따라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연극 같은 공연 예술의 경우, 관객이 일종의 내면투사작용에 의해 감상하거나 바라보는 대상 속에 자신이 들어가 있는 듯이 느끼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리고 문학 작품에서도 독자가 관객이 작중 인물이나 대상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바라보는 것이 감정이입의 대표적 사례에 해당합니다. 작품을 읽거나, 공연을 보는 동안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흔히 '성난 파도'라는 시어에 대해 설명할 때는 파도가 성나 있는 상태인지 즐거운 상태인지 어찌 알 수가 있을까요. 그건 파도를 바라보는 사람의 현재 심정이 분노, 격정, 화, 불안 등등의 심정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은 성난 파도라고 할지 모르나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다정하게 손잡고 바닷가를 거닐면서 바라볼 때 파도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하게 보일까를 예로 들면서 우리네 인생에서 대상은 그대로인데 사람 마음에 따라 그 대상의 의미나 존재가 다양하게 비친다는 점을 제 딴에서 열심히 설명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 이 나이가 되어 보니 세상 이치는 나 자신의 현재 심정이 어떠한가에 따라 행복 불행 즐거움 괴로움 등으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년 세대가 되면 세상 사람들과 만나면서 가급적 예쁘게 보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우리 자신이 이쁜 마음을 갖고 타인을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그 대상 인물이 예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희로애락애오욕이란 7정에 쉽게 얽매일지라도 노년 세대는 그런 감정보다는 그냥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오늘부터 실험삼아 한번 해보세요.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마련입니다. 


나 자신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우선 내 마음부터 이쁘게 가져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면 웬만한 사람들도 모두 이쁘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내 마음이 악하거나 화가 나 있으면 주위 누구든 부정적으로 비치게 됩니다. 특히 노년 세대 사람들은 더욱 유의해야 합니다 .


일전에 선배 지인 한 분께서 당신의 아들과 다툰 사정을 들려주더군요. 그 선배의 아들이 나이 마흔이 되어도 도무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선배님이 애가 탄 모양입니다. 그래서 슬쩍 물어보았답니다. 


"니는 결혼할 생각은 있나. 나이 40이 되도록 결혼할 생각도 없고 그래가~ 제대로 가정을 만들 수는 있겠나."


그 말을 듣자마자 아들이 단번에 화난 표정을 짓더랍니다. 선배 입장에서 아들이 걱정이 되어 한마디 건넸는데 오히려 아들이 화난 표정을 지으니 선배도 기분이 상하더랍니다. 그런데 선배 스스로는 대수롭지 않게 했을지라도 그 말을 듣는 아들의 마음은 진짜 불편했을 겁니다. 그 선배는 평소에도 우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당신의 아들에 대해 못마땅하다는 듯이 자신의 심정을 심심찮게 들러냈지요. 선배가 그런 말을 할 때에 제가 조언이랍시고 말을 이렇게 건넸습니다. 


"선배님, 선배님 마음부터 이쁘게 가져야 아들도 좋게 답할 것 같습니다. 나이 40이 되어 가는 아들도 냉정하게 말하면 성인으로 남처럼 생각하고 무조건 존중해야 합니다. 선배님이 지금 우리 앞에서 이렇게 아들 험담하면 평소에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고 아들과 함께 있을 때 좋은 말이 나오기 어렵지요. 나이 40 되어가는 남자 성인이 타인으로부터 좋지 않은 말을 들으면 어떤 심정일까요. 우리집에도 큰아들이 30대 중반인데 이젠 조심스럽게 대합니다. 자칫 아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은 아닌지 조심 조심 말을 건네지요. 선배님도 가급적 좋은 마음, 이쁜 마음을 갖고 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자 그 선배님께서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내 아들한테 말하는데 뭐 그리 눈치보고 말해야 하나. 그라고 나이 40이 되도록 장가 안 가면 언제 가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는 거 아이가. 그런 것도 자식 눈치본다 카믄 그기 무슨 부자간이고. 난 자네 지금 말하는 기 이해가 잘 안 가네. 남이라 카믄 그래 조심해야 하겠지만 내 아들한테 아버지가 눈치 봐야 한다카이 그건 좀 그렇지 않나. 우째 생각하노."


저도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그 선배님의 완고한 생각을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 정도에서 말을 마칩니다. 이 선배와의 대화를 우리집 큰아들에게 그대로 전해 주었습니다. 그 선배님은 당신의 아들과 약간의 논쟁까지 갔던 모양입니다. '자식', '새끼', '놈' 등등의 비속어도 썼다고 털어놓았지요. 저는 우리집 큰아들과 대화하면서 이런 비속어를 써 본 적이 없고, 그럴 일이 없었지요. 큰아들 딸 막내아들 3남매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저와 아내에게 지극정성으로 효도를 다했기에 더욱 그런 험한 말을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물론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썼을 수는 있지만 제가 기억하는 한 그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큰아들도 제가 그런 비속어를 쓴다거나 욕설 따위는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해주더군요. 저를 안심시키려고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겠지요. 


자식이든 남이든 사람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생활할 때 기본적으로 이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진짜 상대방도 이쁘게 보입니다. 저도 젊은 시절엔 그런 마음가짐을 갖지 못했음을 밝힙니다. 그땐 언쟁도 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이렇게 나이가 들어 보니 주위 사람들을 그렇게 바라보게 되었을 뿐입니다. 어떨 때는 일부러 그런 생각을 갖고 타인을 대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면 거짓말같이 상대방도 나를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나의 기분나쁜 감정을 표시한 적이 없어도 나중에 그 상대방과 만나 확인해 보면 신기하게도 내가 그를 미워하고 있을 동안에 그도 나를 미워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삶의 교훈입니다. 그래서 이쁜 마음을 갖고 상대방을 바라보아야 나도 행복해지고 이뻐지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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