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홍자성(洪自誠)의 채근담(菜根譚)을 읽고 있습니다. '동양의 탈무드'로도 일컬어지는 채근담은 명나라 후기인 1610년 전후에 완성되었습니다. 함축적이고 짧은 말로 고결한 취향, 처세의 교훈, 속세를 넘어서는 인생관을 표현하는 문학 장르인 청언(淸言)으로 분류됩니다. 동양의 탈무드라고나 할까요. 홍자성은 강소성 출신으로, 유학을 기반으로 한 깊은 학문적 소양을 지녔으며, 도학(道學)과 불교, 유교 등 다양한 사상에 조예가 깊었습니다. 그는 특히 성리학에 기반한 유학적 사상을 중시했으나, 불교와 도교의 사상 또한 수용하며 폭넓은 철학적 안목을 보여줍니다.
책 제목의 ‘채근(菜根)’은 맛없고 거칠고 보잘것없는 음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송나라 왕신민(汪信民)이 지은《소학(小學)에서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
이는 풀뿌리로 연명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생활할 수 있다면 세상에 두려운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로 확장하여 이해할 수 있는 명문장이지요.
채근담은 홍자성이 세속의 번잡함을 떠나 자연 속에서 은둔하며 사색과 명상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철학적 성찰을 집대성한 작품입니다. 각 장이 비록 분량이 매우 짧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뜻은 참으로 거대합니다. 실제적인 우리 삶에 큰 가르침을 주는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인간의 본성과 도덕, 욕망과 만족, 삶과 죽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담고 있으며, 당대는 물론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전역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홍자성의 채근담은 단순한 도덕서가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혜와 인생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내면의 평화와 균형을 찾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사상과 문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관계나 마케팅 과정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문장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공직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필수로 읽어야 할 책입니다.
홍자성의 채근담 중에서 만난 문장입니다.
덕(德)은 재능의 주인이며, 재능은 덕의 종이다.
德者는 才之主 才者 德之奴
재능이 있어도 덕이 없다면 집안에 주인은 없고 종이 제멋대로 하는 것과 같으니,
有才無德 如家無主而奴用事矣
어찌 도깨비가 날뛰지 않겠는가?
幾何不魍魎而猖狂이리오?
재능과 덕 하면 재승박덕이 생각납니다. 요즘 소장 정치인들 중에 재승박덕인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특히 지난 4.10 총선에서 당선되어 정계로 진출한 분들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분야가 정치라곤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삶을 바꾸는데 정치의 역할이 지대하기에 총선 당선자들이 국민들을 위해 더욱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학벌을 제외하면 뭔가 부족한 것이 많이 보여 안타까울 때가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두뇌가 우수한들 역량이 미흡하고 덕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얄팍한 정치 공학은 금방 들통이 납니다. 덕을 갖춘 정치인, 관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