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야기 중에 삶이 오롯이 드러나고
나보다 그가 말을 많이 하게 자리를 만들면
세상에 자신 이야기할 때 신나는 호르몬이 가장 많이 나온단다.
도파민인지 뭔지 모르지만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에 그냥 파묻힐 정도라네.
그래서 요증은 누군가를 만나면 나보다 그의 삶을 털어놓게
마음껏 말할 수 있게 밑자락을 깔았다.
자리는 분명 내가 돈을 내고 펼쳤지만,
누군가의 삶을, 신나서 마구 내놓는 그의 인생을 접하면서
이렇게 사는 삶이 그냥 좋기만 하다.
지금껏 원망이나 미움을 별로 갖지 않았다.
그냥 사람들과 함께 시간이 좋았다.
젊은 날 인생 목표는 참으로 거대했으나
긴 세월 지나보니 참으로 초라하다.
그래도 내 삶을 돌아보고 자신을 사랑한다.
서둘지 않고 나즈막한 음성과
따뜻한 미소로 다가가면 누구나 그의 벽을 허물었다.
겸손은 언제나 내게 풍요로움과 안전을 갖다주고,
어쩌다 어려움에 처할지라도 쉽게 빠져나오는 힘을 주지.
긴긴 세월 살다보니
내게 이런 마음의 근육을 보내준 건.
언제나 내 편에서 나의 성공을 진심으로 빌어준
내 고향 친구의 은은한 음성이다.
석양길 따라 찾아간 강변에서
추억에 젖어 둑길에 홀로 서 있을 때
어찌 알고 전화를 해준 친구의 반가운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