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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Jun 27. 2024

이런 기록도 괜찮지요?

80세도 아파트 경비할 수 있도록

밤새 근무하시는 야간 경비원과 잠깐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심야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으니 심심하실까 봐 들렀더니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행여 불편을 끼치는 것은 아닐까 신경이 쓰였지만, 그래도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낮에 사둔 윌 우유와 간식거리용 비스켓도 함께 갖고 갔습니다. 우리 아파트에 근무하신 지 15년이 되어 가신다고 하네요. 제가  이사오기 전부터 근무하셨고, 주민들이 워낙 좋아해서 이분도 다른 곳으로 가시지 않고 있답니다. 올해 74세라 본인 나이를 언급하면서 이젠 집으로 돌아가 쉴 때가 되었다고 하길래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그건 마음대로 안 됩니다. 우리 입주민들이 저렇게 좋아하시는데 그렇게는 안 되지요.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쉰다고는 하지만 자칫하면 집안에서 애물단지가 되어 버립니다. 사모님께서도 한 달 정도는 고생했노라고 대우할지 모르지만 그 후로는 분명 눈치를 줄 테니까요. 퇴직자들이 대부분 그렇게 간답니다. 그러니 건강이 허락되는 한 계속 근무하셔야 합니다. 우리 아파트에서도 적어도 80세까지 근무하셔서 전국에 기록을 세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80세까지 근무하시라고 하니 펄쩍 뜁니다. 그건 불가능하다면서 손사래를 칩니다. 자신은 고마운 일이지만 나이가 적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뺐는 것 같아 불편하답니다. 이분은 아파트 경비원 중에 가장 연세가 많은 분인데도 입주민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정말 부지런하십니다. 산 쪽에 붙어  있어서 녹지가 많은 아파트라 직원들의 손길이 많이 가야 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불편할 수 있을 텐데도 워낙 열심히 근무하셔서 설, 추석 명절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입주민들이 이분에게 과일, 채소, 간식 거리 등 숱한 선물을 전달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서가 아니라 아주 오래된 이웃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당신의 젊은 날의 추억들을 들려주시다가 저와 둘이서 동시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기도 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하십니다. 저에게 감사의 표시로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절대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도 부담스럽고 제가 오히려 사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이것도 다른 경비원들께 누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훗날 기회를 봐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아파트 동대표자들 회의에서 경비원들의 입장을 들어주어 진짜 고맙다고 말씀하시네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대표님들도 경비원들의 연령에 대해서는 유연한 입장이었기에 연장 근무 계약이 가능했습니다. 어디 저 혼자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대신에 경비원들에게 갑질하는 입주민은 없는지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아파트 경비 하려면 간 쓸개 다 내놓아야 할 정도로 힘들지요. 그런데 여기 아파트는 입주민들도, 관리소장도 정말 우리 같은 없는 사람들 배려를 많이 해주십니다. 요즘 같든 시대 15년 다 되어가는 아파트 경비원 어디 있습니꺼? 74세가 되어도 건강하면 계속 근무해달라는 주민들이 여기 말고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도 여기 입주민들이 정말 친절합니다. 그래서 저도 아침에 출근하면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마음 단단히 먹고 온다 아입니꺼. 이번에 근무 연장 계약했다고 집사람도 정말 좋아했습니다. 이건 이야기 안 할라 캤는데, 집사람이 정말 좋아 했심더. 진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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