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엽 Aug 30. 2024

그냥 지켜만 보세요

기성세대 눈에 젊은 세대가 아무리 못마땅해도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점토판에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

가 있다고 합니다.


기원전 425년경 소크라테스는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까지 했답니다.



인생 선배님들이 가끔 저에게 와서 하소연을 합니다. 최근에 만난 어느 지인께서는 요즘 젊은이들이 문제 해결력도 떨어지고 도무지 뭔가 하겠다는 의지도 미래에 대한 비전도, 하다못해 장래를 위한 자격증도 따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꿈과 야망이 없음은 물론이고 책임감도 전혀 없다고 합니다. 당신의 젊은 시절에 비해 자식과 뭔가 대화를 하려 하면 그 자리를 피하는 듯하여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엔 당신의 아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시다가 급기야 요즘 젊은이들 전체가 그 화제의 대상이 됩니다.


90대 선배님들과 대화를 할 때는 반드시 등장하는 말, "대동아 때는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절대 몰라. 고생을 해봐야 그 심정 알지. 도대체가 요즘 젊은이들은 왜 그래요?"입니다. 저야 본격적인 노년세대에 접어들었으니 그 젊은 세대가 결코 아니라고 짐짓 못 들은 척합니다. 아마도 당신의 불만을 젊은 세대에게 전해달라는 뜻이지요.

 

80대 분들은 6.25 새마을 운동 70대분들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 경제가 획기적을 살려 놓았다고 극구 칭찬하십니다. 제가 슬쩍 "아이구 대통령도 고생했겠지만 그래도 당시 국민들이 진짜 고생 많이 했지요. 오히려 공은 당시 고생하신 국민들에게 돌려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가볍게 반박하면 제 말을 그냥 외면해 버립니다. '그래도 박통이 없었으면 우리 아직도 쫄쫄 굼꼬 있을 낀데.'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십니다. 제말에 대해선 요즘 젊은이들의 표현처럼 "씹어 버렸다."고나 할까요.


기성세대들이 요즘 젊은 세대를 보는 시각은 대충 이런 것 같습니다. 물질적으로 이렇게 풍요롭고 모든 것이 아쉬운 것 없이 잘 사는 세상인데 젊은이들이 도무지 뭔가 노력하지 않고. 책임감도 없다는 것이지요.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지요. 일제 식민지를 거치고 6.25를 지날 때 전세계에서 가난한 나라의 명단에 들었지요. 그 어려운 시기에 모든 것을 바쳐 가정과 사회 나아가 이 니라 건설에 앞장섰다는 자부심이라고 할까요.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분명 풍요로운 우리의 현재를 만드는데 일조하신 그 역할을 외면하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으며,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주화도 동시에 이뤄낸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다.  1961년(5.16 군사정변) 기준으로 한국은 106개국 중 91위, 1972년(10월 유신)에는 130개국 중 81위, 1979년(10.26 사태)에는 137개국 중 64위, 1987년(6월 항쟁)에는 164개국 중 54위, 1996년(OECD 가입)에는 192개국 중 43위, 2002년(선진국 진입)에는 199개국 중 45위, 2012년에는 177개국 중 30위로 올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위 내용은 나무위키 한강의 기적 - 나무위키 (namu.wiki)에서 인용


극도의 압축성장을 통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세계 10위 권대의 경제 대국,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하지만 물질적으로는 급속도로 성장했을지 몰라도 그에 따른 정신적 성장이 뒤따르지 못해 심각한 불균형을 겪으며 우리 사회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낳게 된 것입니다. 물질적 풍요만으로 사람이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물질적 풍요가 우리의 행복에 필요조건이 될지 몰라도 충분조건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볼까요. 물론 물질적 풍요도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 젊은 세대 흔히 2030 MZ세대들의 겪고 있는 현실은 참으로 가혹합니다. 그들의 책임감이나 도전의지, 미래비전 희박을 논하기 전에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닥친 우리 사회의 현실이 얼마나 엄혹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자본주의 체제가 사회주의보다 분명 훌륭한 제도라곤 하지만 빈익빈 부익부라는 문제점도 깊이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거국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기성세대들이 자본주의를 맹신하고 경제적 풍요를 독점하려고 애쓰는 동안 우리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조차 확보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 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는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젊은 세대들이 일자리를 확보하고 생활의 최소한 조건을 만든 후에 연애, 결혼, 출산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요즘 우리 사회 구매력이 가장 강한 세대가 60대들이라고. 이것이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습니까. 우리 젊은 세대들이 열심히 일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받으면서 미래를 설계하고 다음 세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랑이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젊은 세대들의 책임의식 부재를 논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작정 '요즘 젊은이들이~'라고 비난하고 탄식하는 것은 결국 기성세대의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기성세대들은 당신들이 해놓은 이 나라 건설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한 나머지 젊은이들의 힘든 현실을 억지로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쉽게 비난하는 젊은 세대에 우리 자식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게 와서 젊은 세대의 정신 자세를 언급하며 비난하는 선배님께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우리도 젊은 그때 다 그렇게 모자랐어요. 요즘 젊은이들도 나이 들면 잘 해낼 것입니다. 우리보다 더 현명할지 모르지요. 그러니 그냥 그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격려하고 성원만 해주세요. 선배님께서 능력이 되면 경제적 지원을 적절하게 해주어 젊은 세대가 일어설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혹시나 우리집 3남매가 이 글을 읽고 저에게 '아버지는 그렇게 해주셨나요?"라고 반박할지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밥 얻어 먹을라 카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