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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칼럼]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의 마법"

by 길엽






회사 회식 자리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한쪽에서는 한 직원이 최근 성취한 프로젝트 성과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한 선배가 후배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30분 후, 첫 번째 테이블은 어느새 휑해져 있었고, 두 번째 테이블 주변에는 더 많은 동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어 있었다. 과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진정한 소통의 출발점


진정한 소통의 핵심은 '말하기'가 아닌 '듣기'에 있다. "어떻게 느끼셨나요?", "그 상황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이런 질문들은 단순해 보이지만, 상대방의 마음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다. 누군가가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큰 만족감을 느낀다.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타인으로부터 관심과 공감을 받을 때 우리 뇌에서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운동 후 느끼는 기분 좋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말 그랬군요"라는 간단한 공감 표현이 가진 힘은 놀랍다. 이 한마디를 들은 상대방은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평소 말수가 적던 사람도 갑자기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경우를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이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고 중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자기표현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반대 행동을 한다. "제가 그런 일을 겪어봤는데", "저희 회사에서는 이렇게 해요", "제가 아는 방법으로는" 같은 말로 대화를 시작하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앞세운다. 분명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말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대방을 대화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더 큰 문제는 과도한 자기과시다. "제가 담당한 프로젝트가 회사 역사상 최고 성과를 거뒀어요", "저는 그런 분야 전문가를 여러 명 알고 있어요", "제가 다녀온 연수 프로그램이 정말 유명한 곳이에요" 같은 이야기들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축감이나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아무리 인상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상대방과의 진정한 연결고리를 만들 수 없다.



마음을 여는 듣기의 기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다. 기계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궁금해야 한다. 이런 진심이 바탕이 될 때 자연스럽고 따뜻한 대화가 가능하다.


효과적인 질문법도 중요하다. "괜찮으셨어요?"보다는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같은 구체적인 질문이 더 깊이 있는 답변을 이끌어낸다. 상대방이 답변할 때는 "아, 그렇구나", "정말 대단하시네요", "더 자세히 들려주세요" 같은 반응으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은 후, 연결고리를 만들어 짧게 언급하고 다시 상대방에게 관심을 돌리면 된다. "저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셨는지 정말 궁금해요"라는 식으로 말이다.


듣기가 만드는 놀라운 변화


이런 소통 방식을 실천하면 신기한 일들이 일어난다. 상대방은 당신과의 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다음에 만날 때 더욱 반갑게 인사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런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진짜 필요를 파악하고, 팀원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상급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모든 상황에서 듣기 중심의 소통이 핵심 역할을 한다.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것보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인정과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다.


회의에서도 이 원리가 적용된다.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기보다는 "○○님은 이 부분을 어떻게 보시나요?", "다른 관점에서는 어떨까요?" 같은 질문으로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더 좋은 리더로 평가받는다.


진짜 소통의 의미


결국 진정한 소통이란 누가 더 많이 말하느냐의 경쟁이 아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라는 한마디가 경직된 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꾸고, 서먹한 관계를 친밀한 관계로 발전시킨다.


다음에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지금 얼마나 말하고 있고, 상대방은 얼마나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마법 같은 질문을 적절히 사용해보자. 상대방의 달라진 표정과 태도를 보며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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