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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칼럼] "말의 칼날이 관계에 독한 상처가 된다"

폭력적 대화를 멈춰야 하는 이유

by 길엽


우리는 매일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 가족과의 아침 인사부터 직장 동료와의 업무 협의, 친구와의 안부 묻기까지. 그런데 이렇게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고 있을까. 리상룽의 『1시간에 끝내는 대화의 기술』이 첫 장에서 '폭력적인 대화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마라'는 원칙을 제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폭력적 대화라고 하면 대개 고성과 욕설, 인신공격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미묘하고 광범위하다. "너는 항상 그래", "또 시작이네", "그럴 줄 알았어"와 같은 일반화와 예단, "네가 뭘 안다고"라는 무시와 경멸, "내 말이 틀렸나?"라는 강요와 압박까지. 이 모든 것이 폭력적 대화의 범주에 속한다.


이런 대화 방식이 문제인 이유는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고, 이해보다는 승부에 집착한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은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대화는 전쟁터가 된다. 결국 아무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소모전만 계속될 뿐이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폭력적 대화의 파괴력은 크다. 부부간의 말다툼에서 "네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한마디가 수년간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넌 맨날 그래"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자신이 영원히 변할 수 없는 존재라고 여기게 된다. 직장에서 상사가 "네가 뭘 안다고"라고 말하면, 직원은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폭력적 대화의 가장 큰 문제는 습관성이다. 한 번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말하면, 다음에도 같은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방어적이 되거나 맞대응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렇게 형성된 소통 패턴은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시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말하기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너' 메시지 대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나' 메시지를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너는 항상 늦어"가 아니라 "나는 기다릴 때 불안해져"로 바꾸는 것이다.


일반화 표현도 피해야 한다. "항상", "절대", "전혀"와 같은 단어들은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대신 구체적인 상황과 행동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야 한다. "어제 약속시간에 30분 늦었을 때 걱정이 됐어"처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의도를 함부로 추측하는 것도 폭력적 대화의 전형이다. "일부러 그랬지?", "나를 무시하려고 하는 거야?"같은 말은 상대방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과 같다. 대신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라고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듣기의 태도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거나, 반박할 내용만 찾으려 하거나, 휴대폰을 보면서 듣는 것은 모두 폭력적 행위다. 진정한 경청은 상대방의 말뿐만 아니라 감정과 의도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감정이 격해질 때는 잠시 멈추는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 감정이 너무 격해서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어"라고 말하고 대화를 중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냉정해진 후에 다시 대화를 시작하면 훨씬 건설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대화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상대방을 이기려는 것인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서로를 이해하려는 것인지 분명히 하자. 대부분의 갈등은 서로 다른 대화의 목적을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한다.


비폭력적 대화는 단순히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인격체로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때로는 단호해야 하고, 때로는 경계를 설정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대화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도구다. 폭력적 대화는 관계를 파괴하고, 비폭력적 대화는 관계를 건설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작은 대화 하나하나가 모여 인간관계의 질을 결정한다. 말의 칼날로 서로를 찌르는 대신, 말의 다리로 서로를 이어주는 대화를 선택해보자. 그것이 우리 모두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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