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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칼럼] "힘들 때는 밖으로 나가 빛을 쬐라

by 길엽


빛 속에서 찾는 마음의 평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특별한 처방이 필요하다.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복잡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방 안으로 숨어들곤 한다. 문을 닫고 커튼을 치며 세상과의 접촉을 차단한 채, 혼자만의 공간에서 더 깊은 사색에 빠져든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피해야 할 함정이다.


힘들 때는 방 밖으로 나가 빛을 쏘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근본을 건드리는 치유의 원리다.


인공조명과 자연광의 차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인공조명 아래에서 보낸다. 사무실의 형광등, 집의 LED 조명, 스마트폰의 차가운 빛. 이들은 어둠을 밝히는 기능적 역할은 하지만, 우리 내면까지 비춰주지는 못한다.


반면 자연의 빛은 다르다. 태양빛, 달빛, 별빛은 단순히 시각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존재의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자연의 빛은 순수하고 아름다우며, 세계의 본질과 가장 가깝다. 그 빛에는 욕망도 고통도 쾌락도 없다. 오직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에너지만이 존재할 뿐이다.


감각의 차이, 빛의 특별함


우리의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경험들을 살펴보자. 음악은 감정을 흔든다. 슬픈 멜로디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고, 격렬한 리듬은 흥분시킨다. 음악은 우리의 감정을 조작하고 휘둘러놓는다.


촉감은 어떤가. 부드러운 것은 편안함을, 거친 것은 불쾌감을 준다. 뜨거움과 차가움은 고통과 쾌락 사이를 오간다. 촉감은 항상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한다.


향기와 맛은 더욱 직접적이다. 좋아하는 음식의 냄새는 침샘을 자극하고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달콤한 맛은 더 많은 것을 갈구하게 만든다. 이들은 우리의 원초적 욕구와 직결된다.


그러나 시각적 기쁨, 특히 자연의 빛이 주는 기쁨은 특별하다. 이 기쁨은 어떤 욕구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석양의 황금빛을 바라볼 때, 새벽 하늘의 부드러운 광채를 마주할 때, 우리는 '더 갖고 싶다'거나 '피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몰입할 뿐이다.


자아의 소거와 세계와의 합일


자연의 빛 앞에 서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평소 '나'라고 여기던 경계가 흐려지고, 세계와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신비주의적 환상이 아니다. 빛의 순수함이 우리 내면의 순수함과 공명하여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 안에는 빛과 같은 순수한 의식이 존재한다. 평소에는 욕망, 걱정, 판단, 기대 등으로 가려져 있지만, 자연의 빛을 만나는 순간 그 순수함이 깨어난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가라앉고,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진다. 이때 우리는 자신을 잊고 오직 그 빛과 하나가 된다.


영혼의 평온과 직관적 기쁨


빛이 주는 기쁨은 직관적이다. 어떤 논리적 과정이나 인지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우리 내면에 스며든다. 이 기쁨은 조건이 없다. 무언가를 성취했기 때문도, 무언가를 얻었기 때문도 아니다. 단지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순간에 피어나는 순수한 감정이다.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서 우리는 영혼의 깊은 평온을 경험하게 된다. 더 이상 무언가를 갈구하지 않아도 되는 충만함, 있는 그대로의 현재에 완전히 만족하는 평화로움이 찾아온다. 이는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얻기 어려운 특별한 상태다.


현실적 적용과 실천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에서 어떻게 이런 빛의 힘을 활용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야외로 나가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빛을 맞이하거나, 점심시간에 잠시 밖으로 나가 햇빛을 쬐거나, 저녁에 노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다른 생각을 멈추고, 오직 빛만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빛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분명한 변화가 일어난다.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되고,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진다. 평소 감정과 욕망에 가려져 있던 직관이 살아나고,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이 열린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복잡하게만 보이던 문제들의 해답이 보이기 시작한다.


빛이 가르치는 삶의 지혜


빛은 우리에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은 진리를 가르쳐준다.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직장, 더 많은 돈, 더 완벽한 관계를 추구하며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


하지만 빛 앞에 서면 깨닫게 된다.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완전히 충만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찾고 있던 평화와 행복이 이미 우리 안에,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단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다.


일상의 변화, 의식의 전환


빛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일상의 작은 것들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아침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빛, 저녁 하늘의 부드러운 광채.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우리는 점차 외부의 자극이나 성취에 의존하지 않는 내적 평온을 발견하게 된다. 빛의 순수함이 우리 내면의 순수함을 깨우고, 그 순수함이 일상의 모든 순간을 변화시킨다.



빛과 함께하는 삶


힘들 때는 방 밖으로 나가 빛을 쏘라. 이는 단순한 격려가 아니라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 조언이다. 빛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만 하면 된다.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복잡할 때, 방 안에 갇혀 있지 마라.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연의 빛과 마주하라.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에너지가 여러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직접 경험해보라.


빛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세계와 하나 될 수 있다. 영혼의 깊은 평온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빛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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