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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y 01. 2023

나이 값을 해야 한다.

현직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여러 모임에 가입하여 활동하다 보니 모임 사람들과 정이 많이 들었지요. 이젠 현직 때보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경조사도 줄이고 모임도 가급적 자제하자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누군가의 청첩장이 날아오면 갑자기 안 하기도 그렇고 정든 모임에서 나가자니 그것도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것이 다 내 팔자거니 하면서 그냥 그렇게 나날을 보냅니다. 이런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은데, 주위에 정든 사람이 많다는 것 자체도 좋은 것 아닐까 하는 자기 합리화도 하게 되지요. 


70대 선배님 중 한 분은 시기와 질투심이 강하더군요. 같은 모임 후배라면 그 후배가 잘 되기를 빌어주는 덕담을 할 만한데도, 꼭 사석에서 사람의 약점을 꼬집고 비난하니 보기가 영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여러 사람을 그렇게 욕하는 것이 널리 소문이 나서 한번쯤은 사람들이 그 분에게 항의도 할 만한데 그냥 넘어가더군요. 대신에 그분이 계시지 않으면 욕도 그런 욕이 없을 정도로 신랄하게 퍼붓습니다. 막상 그분이 앞에 있으면 고양이 앞의 쥐가 되는 꼴을 보입니다. 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가까이 갈 생각도 없고 그분을 욕할 생각이 없으니 불가원불가근(不可近不可遠) 즉, 가까이도 멀리도 않게 대합니다. 모임에서 만나면 그냥 영혼없이 인사만 건넵니다. 뭐 그리 깊이 정색할 필요도 없지요. 대신에 편안한 사람과는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지요. 가끔 왜 사람들이 그분을 그렇게 욕하면서도 그 앞에선 조용할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풍문에는 그분이 돈이 꽤 많아서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빌려준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돈을 빌릴 이유도 없고 빌릴 생각도 없었기에 그런 풍문조차 신기했지요. 


한번은 저와 그분이 식당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자리를 벗어나기 뭐해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식당을 나오는데 그분께서 지인들과 떠들썩하니 누군가를 욕하고 있습니다. 욕을 먹는 사람의 친척이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분은 모임 회원이라 그 말을 조금 길게 듣게 되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결국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었습니다. 도대체 나이를 어떻게 먹었는지 한 마디 해주고 싶었습니다만 그냥 참고 나왔습니다. 저에 대한 험담도 아니고, 나이도 꽤 먹은 모임 선배와 그 지인들 앞에서 논쟁하는 것 또한 그리 아름답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젊은 시절부터 습관이 된 것은 고치기 참 어렵습니다. 더욱이 남에 대한 험담, 시기 질투로 점철된 삶은 지위가 높아져도 부자가 되어도 전혀 고쳐지지 않지요. 저도 그분의 행동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게 됩니다. 행여 다른 사람이 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매사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행동거지를 삼가했다고 결심을 많이 했습니다. 나이 값을 하지 못하면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기 어렵습니다. 


누군가를 험담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그렇게 험담하면 자신의 정신적 건강도 좋지 않게 됩니다. 가급적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줘야 결국 자신에게도 복이 돌아가는 법입니다. 내 가진 것을 사람들에게 넉넉하게 풀어놓는 그런 따뜻한 마음과 여유를 갖고 사람들을 대해야 합니다. 그렇게 나이 값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사람을 만나려 하지 말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남에게 구하지 말고 스스로 매사에 삼가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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