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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y 07. 2023

어진 사람이란 놓칠 수 없는 것이다.

밤늦게 이 책 저 책을 돌아가면서 보다가 오래 전에 사놓고 거의 읽지 못한 두꺼운 맹자 책(윤재근 교수 저)을 펼칩니다. 아무렇게나 펼쳤는데 눈에 들어온 구절이 바로 '어진 사람은 놓칠 수 없다'였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융패권주의가 활개를 치는 현실을 돌아보면 어진 사람 보기가 그리 쉽지 않지요. 그래서 요즘은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남이 어질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먼저 어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맹자(孟子) 양혜왕장구 하편 제15장에 나오는 구절을 잠깐 살펴 볼까요. 


빈인왈(邠人曰) 인인야불가실야(仁人也不可失也)

빈 사람들이 "어진 사람이란 놓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제가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고 막내아들이 착각한 모양입니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밤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고 낮에는 길게 잠을 자면서 편한 하루를 보냈다면서 저에게 라면이라도 끓여드릴까요 라고 말합니다. 심야에 그것도 잠자야 하는 시간에 라면은 금기 사항이지만 막내아들이 출출할 것 같아서 제가 조금만 거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정성껏 만들어 주네요. 그리고 직장 생활의 애로를 들려줍니다. 세상살이 어디 쉬운 것이 있겠습니까만 요즘 젊은이들 흔히 MZ세대라고 하나요. 2030세대들의 삶이 유난히 팍팍하게 느껴집니다. 


막내아들도 집을 떠나 멀리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혼자 생활하니 외롭고 적적하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원룸이 아니라 전세를 얻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막내 아들 말이 오히려 감사하네요. 동료 직원들 대부분 원룸 집세가 상당하여 월급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그렇게 월세로 많이 나가면 미래를 제대로 설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제 동료들을 안타까워합니다. 

아이 3남매 거처를 온전하게 마련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서 아내가 월세는 가급적 피하게 했지요. 이제 아이들도 성인이 되었으니 스스로 알아서 생활해야 한다는 지인들의 권유도 있지만 저와 아내는 남 눈을 의식할 필요가 뭐가 있나 하면서 어떻게든 아이들 거처를 마련해주려고 애를 씁니다. 훗날 우리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웠는데와 같은 어리석은 요구는 절대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냥 부모로서 아이들 3남매가 좋으니까 해주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남들이 뭐라고 손가락질을 하든 세상에 저와 아내에겐 오직 이 3남매만 있을 뿐이니까요. 아이들도 스스로 알아서 하겠노라고 말하지만 어디 그것이 쉽나요. 


어진 사람! 세상에 그런 사람이 많겠지요. 어진 사람을 규정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 사람들이 인정하는 그런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면 큰 행운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같이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 생활에서 그런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눈에는 우리집 아이들 3남매가 어진 사람으로 보이는데 말이지요. 아내가 자기는 뺐다고 원망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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