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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y 09. 2023

부모가 되어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집 아이들 3남매가 본격적으로 30대가 되었습니다. 큰아들 35 딸 34 막내아들 31 이렇게 그들도 30대가 되어 전형적인 직장인 모습이 보입니다. 물론 저와 아내에겐 3남매가 늘 여전히 어린 시절 애기 같은 존재로 보입니다. 어딜 가든 차사고를 조심해야 하고, 모임에 간다고 문자가 오면 반드시 조심해서 다녀오너라고 당부합니다. 오후 가족 톡에서든 게인 톡이든 퇴근을 바로 하지 못 할 일이 생기면 아이들이 반드시 문자를 보내줍니다. 그리고 모임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아버지,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로 인사를 건넵니다. 우리집 아이들 3남매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 아버지 호칭이 익숙하고 부모에게 반드시 존대말을 합니다. 아내가 그 점은 철저하게 강조했지요. 물론 딸 아이는 가끔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만 아들 둘은 절대로 엄마 아빠라고 하지 않고 어머니, 아버지로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제가 이제 효도를 받는 입장이 되어 보니 진정한 효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설 추석 명절이나 결혼 기념일 그리고 저와 아내 생일이면 아이들이 주머니가 박할 텐데도 용돈이나 축하금을 전합니다. 전 아직도 아이들에게 용돈을 받을 만큰 어려운 사정이 아니기에 몇 번이나 다른 핑계를 대서 아이들에게 돈을 좀더 보태 돌려줍니다. 받은 자리에서 돌려주면 어색할 것 같아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그렇게 하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용돈을 건네 주면 제 책상 위에 봉투째로 한참이나 놓여 있습니다. 


진짜 돈이 필요한 세대는 노후세대가 아니라 한창 바쁘고 열심히 사는 2030 젊은 세대이니까요. 어쨌든 아이들이 돈이 궁할 시기를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늘 아이들 계좌번호를 메모해 둡니다. 아내도 가끔 좀 보내달라고 가벼운 신호를 보내지만 제 연금과 아내 월급으로 알아서 하시라고 권하지요. ㅎㅎ. 아이들이 이제 아버지도 돈 아끼지 말고 쓰시라고 권합니다. 그렇게 하겠노라고 답하지만 아직은 저에게 돈이 그리 필요하지 않더군요. 가끔 지인들을 만나 술이라도 한 잔 사는 정도요, 시내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구입할 때 돈이 필요하지요. 참 제가 양복 정장 입는 것을 좋아하니 시내에서 저가 기성복을 살 때가 돈이 필요한데 그것도 몇 년에 한번입니다. 



아이들 얼굴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입니다. 우리 아이들 3남매는 부모에게 정말 살갑게 대합니다. 지금껏 말 한 마디도 격하게 함부로 하지 않았지요. 환한 미소와 함께 잘 다녀오시란 말을 빼놓지 않고 인사를 할 때 현관문을 나가는 저와 아내는 하루 종일 즐겁고 행복합니다.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는 큰아들의 정성어린 요리도 인상적입니다. 우리 부부를 즐겁게 해주려고 유머를 마구 던지는 막내아들의 잘 생긴 얼굴도 고맙기만 합니다. 딸 아이인데도 별 달리 수다를 떨진 앉지만 부모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씨가 특징인 딸 아이는 아내의 친구가 되지요. 


지인들이 우리집 아이 3남매를 보면서 자식들 조합이 환상적이라고 자주 부러워했습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이제 늙은 부모가 되어 나이를 먹어가면서 진짜 효도는 '용돈'이 아니라 바로 옆에서 함께 말하고 같이 음식을 먹으면서 웃을 수 있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용돈'은 효도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요. 




추신: 


부모님 살아 계실 때는 우리집 사정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지만, 늘 저희 형제 3남매를 안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어쩌면 저에겐 용돈보다 어머니가 안아주시는 순간 순간들이 행복의 근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잘 하든 못 하든 정말 자주 안아주셨습니다. 잘 했으면 잘 했다고 칭찬해주시고, 못 하면 잘 하라고 격려해 주시고. 진짜 벌 받을 일이 있어 아버지께 혼나면 어머니는 부엌으로 데려가 저를 꼭 안아 주시며


"느그 아부지 느그를 싫어해서 그런 거 아이다. 니도 다음부터는 조심하면 된다. 알았제." 


라면서 또 안아 주셨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특히 어머니의 품속은 늘 제 차지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동생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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