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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y 20. 2023

건곤일척 (乾坤一擲)

 주사위를 한 번 던져 승패를 건다.

'건곤일척'은 한유(韓愈)의 시 "과홍구(過鴻溝)" 에 나온다.  중국 당나라  사상가이자 문학가인 한유는 자가 퇴지(退之), 호는 창려(昌黎)다.

 

용호(龍虎)가 피곤하여 천원(川原)을 나누니,                    龍疲虎困割川原

억만창생의 생명이 살아 남게 되었네.                              億萬蒼生性命存

누가 군왕(君王)에게 권하여 말머리를 돌리게 하고,            誰勸君王回馬首

실로 한번 겨룸에 천하를 걸었구나.                                 眞成一擲賭乾坤

 

건(乾)과 곤(坤)은 주역(周易)에 나오는 8괘(卦) 중 하나다. 건괘(乾卦)와 곤괘(坤卦)를 이르는 말로 천하와 천지를 지칭한다. 곧 건곤은 천하다.  진(秦)시황이 사망하고 천하가 혼란한 상태에서 한(漢)나라의 유방(劉邦)과 초(楚)나라의 항우(項羽)가 천하를 놓고 쟁투를 벌였다. 한유가 홍구(鴻溝)를 지나며 '과홍구(過鴻溝)'라는 시를 지었다. 



진(秦)나라의 멸망 이후 천하를 놓고 초패왕 항우와 한고조 유방이 겨루게 되었는데,  항우가 초반에는 우위에 있었지만 점차 유방에게 기울기 시작한다. 이때 홍구(鴻溝)에서 강화가 맺어져 서로 군사를 퇴각시키기로 한다. 홍구 서쪽을 유방이, 동쪽은 항우가 갖기로 하면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렇게 돌아가던 유방에게 참모 장량과 진평이 강력하게 간언한다. 


"한나라가 천하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제후들도 따르고 있는데, 그에 반해 초나라 군대는 피로해 있고 식량도 거의 동이 났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절호의 기회입니다. 저들이 이제 굶주리고 있을 때 쳐부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호랑이를 길러 후환을 남기게 됩니다. 양호유환(養虎遺患)"


이에 유방이 부하들의 말을 받아들여 오히려 초나라 군대를 추격하여 유명한 해하(垓下)에서 항우군을 격파하게 된다. 후대 사람들은 어떤 중대한 승부를 가리는 전쟁이나 담판을 가리킬 때 한유 시의 건곤일척이란 말을 인용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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