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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엽 May 25. 2023

무뚝뚝한 아버지 자랑이 아니니

자식도 남들 대하는 것처럼 존중하고 배려하고 사랑해야 한다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을 자조(自嘲) 섞인 말을 듣곤 합니다. 건물주 부모를 둔 자식은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가 되어 있으니 그의 삶도 탄탄대로로 보이고, 지독히도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난 자식은 난 날부터 배고픔과 고달픔을 온몸으로 겪어야 하니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는 말에 일맥 동의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잣집은 모두 행복하고, 가난한 집은 모두 불행할까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자본의 중요성은 지대하지요. 돈이 절대적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가 행복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가난을 좋아할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오래 전에 어느 지인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어딜까요. 미국 아닙니다. 유럽 여러 나라 아입니다. 방글라데시입니다. 가난하지만 그 나라 국민행복지수가 매우 높습니다. 북한도 행복지수가 놓을 걸요. 코스타리카도 그렇고요. 우리 나라 행복지수 OECD국가에서 가장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답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반박했습니다. 


"어떤 자료를 보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지만, 저 같으면 방글라데시처럼 가난한 나라 국민으로 행복을 느낀다는 말을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가난이 얼마나 무서운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텐데, 지금 사는 것이 여유가 있으니 그렇게 보시는 것 아닐까요. 진짜 가난한 생활을 경험하면 그런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설령 어느 자료에서 그런 통계가 있다고 해도 저는 개인적으로 결코 동의할 수 없어요. 가난한데 행복을 느낀다니. "


라고 반박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영 마음에 차지 않은 듯했지요. 가난한 사람보다 부자가 훨씬 행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여겼고 지금도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와서 우리나라  국민생활 수준이 급격히 높아진 현실에서 부자라고 반드시 행복할 것이 아님을 많이 느낍니다. 행복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구 제 생각입니다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아버지가 무뚝뚝하다는 말씀을 많이 듣습니다. 왠일인지 우리 나라 기성세대에게는 '과묵한 아버지'가 하나의 문화 코드처럼 보입니다. 아버지는 말씀이 적으셨다는 글이 자주 눈에 띄지요. 그런 아버지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비치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묵시가 존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자가 말 많고 경망스러우면 그 말의 가치나 내용은 차치하고 그냥 배척되는 분위기가 많지요.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말은 조금 많으면 어떤가요. 오히려 과묵한 아버지가 가족들의 마음을 깨는 한 마디 할 때에 훨씬 부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던가요. 



아이들이 어릴 때 아빠들은 제 부모보다 자신의 아이들이 이뻐서 하루라도 못 보면 죽을 듯이 좋아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성장하고 성인이 되면 어릴 때처럼 살갑게 아이들을 대하지 않고 과묵한 아버지 모습으로 돌아가 아이들이 자신들에게 잘 대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아버지가 과묵한데 아이들이 성인이 된다고 해서 살갑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요즘 MZ세대 삶은 팍팍합니다. 더욱이 기성세대들의 말 '우린 그것보다 훨씬 어려운 시절도 이겨냈다. 그것도 제대로 못 하나.' 등을 들으면 절망감에 빠집니다. 젊은 세대들의 어려운 삶에 공감해 주는 어른이 필요합니다. 오늘부터라도 과묵한 아버지가 아니라 어리고 젊은 자식들의 삶에 깊이 공감하는 말을 건네 보세요. 그렇게 하면 세상에서 제일 귀한 자녀들이 아버지의 사랑과 격려의 말을 듣고 더욱 힘을 내어 세상의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성인 자녀들이 퇴근하면


"오늘 고생했제. 별 일 없나. 어디 아픈 데는 없고. 진짜 수고했다 배고플 텐데 저녁 먹어라."

로 말해 보세요. 


아버지가 직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지쳐 집에 돌아와도 자녀들을 보면 환한 웃음을 건네고 격려하면 그것들이 훗날 다시 몇 배로 돌아옵니다. 부모의 사랑을 가득 받은 아이들이 훗날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는 법입니다. '아이고 내가 힘들어 죽겠는데, 아이들에게 뭐라 한단 말인가. 그냥 쉬고 싶은데'라는 마음이 생기더라도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한 마디 꼭 하고 저녁 식사를 하세요. 세상의 아버지들 과묵한 것이 결코 자랑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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