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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 Aug 13. 2016

Finding a Path

손바느질로 만든 그림

다른 집들도 다 그렇겠지만 엄마들은 방학에 더 바쁘다.

삼시세끼 챙겨 먹이는 일부터 시작해 운동이라도 하나 시키려면 차에 태워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일로 길 한중간에 시간을 뿌리고, 그 와중에 짬짬이 집안일까지.  

하루 종일 그러다 보면 나 하는 일은 방학 내내 손도 못 대고 지나게 된다. 


지난주에는 한국에서 시아버님께서 다녀가셨다.  

멀리 살다 보니 운 좋으면 일 년에 한 번 만나게 되는 가족들, 작년에는 아이와 함께 한국에 가서 양가 가족들을 다 만나고 왔지만 올해는 아버님 혼자만 다녀가시게 돼서 미리 김치를 새로 담그고, 밑반찬을 만들어 두었다가 와 계신동안 미역국을 끓여 생신상을 올려드렸다. 

상을 받으시는 분 보다는 상을 차린 사람의 마음이, 일 년에 겨우 한번 하는 며느리 노릇을 했다는 생각에 위로 삼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새 가족들이 생기고, 그냥 딸이었다가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나의 역할은 자꾸 늘어가는데 세상은 또 어찌나 빨리 변하던지, 그 와중에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까맣게 잊었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하고 학교 가고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애를 낳고, 하나도 빠짐없이 다 했는데 정작 나는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본 적이 없다는 것을.

그러다 보니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살았고 그냥 남이 말해주는 나를 나로 여기고 살았다는 것을......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고 살던 그냥 남들처럼 살던 다 살아질 텐데, 이쪽에서 보면 이런 사람으로 또 저쪽에서 보면 저런 사람으로 그냥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보여지는 대로 두리뭉실 살아질 텐데, 뒤늦게 고민스러워하고 불면의 밤을 보내는 내가 우습기도 하다. 


아직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쭉 이어진 모든 시간들과 사건들이 모여서 내가 되었을 거라는 것을, 그 지나간 길마다 흔적이 남고 꼬리가 달려 지워지거나 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긴 시간 동안 바느질하면서, 머리카락이 희끗해져서, 이제 겨우 그거 하나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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