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느질로 만든 그림
커다란 조각보를 하나 완성하려면
바느질만 꼬박 몇 달이 걸린다.
조그만 비단 조각들을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연결해
커다란 조각보를 만들기 위해 제일 필요한 것은
바느질 솜씨가 아니라 그걸 해내야 하는 시간이다.
몇 달 동안 그 조각들을 놓지 않고
바늘을 들고 의자에 계속 앉아 지내야 하는 시간,
긴 시간.
엉덩이가 가볍기로 소문난 사람이라
여기저기 않가본데 없이 다 돌아다니고
한 군데 정착을 못하고 이사까지도 여러 번 다니는,
역마살이 진하게 낀 인물인지라,
진득하게 앉아서 바느질한다고 하니
아무도 믿지 않았었다.
나 자신조차도 믿기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할만했다. 바느질은.
아니, 때때로 끼니도 잊고,
밤늦게까지 잠도 잊을 정도로 빠졌다.
그렇게 시간을 들이는 것에 익숙해졌다.
손자수는……
비단실을 풀어서, 때로는 꼬아서 수놓는 전통자수는,
시간을 들이는 것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작업이다.
31 X 81 cm,
요 크기의 자수 족자를 하나 만드는데
몇 달이 지나고, 해를 넘겼다.
한국에서 자수틀에 비단을 매어 시작해 여름을 나고,
가을이 시작될 때 이삿짐으로 꾸려져
배에 실려 미국으로 보내져 늦가을에 도착했지만,
다음 해 봄에야 다시 수를 놓을 수 있었다.
너무 오랜 시간을 끌다 보니 지겹기도 했지만,
정말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집 마당에서, 야구장 벤치에서,
어디든 들고 다니면서 한 땀씩 수를 놓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완성할 수 있었다.
비록 머나먼 물길을 건너 타국까지 실려 와
온갖 곳을 돌아다니면서 작업했지만
마음만은 규방에서 수를 놓는 조신한 여인을 그렸다.
하지만 완성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보자 하니,
이 조신한 여인도
타고난 역마살은 어찌할 수 없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