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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 Aug 15. 2016

그녀는,

침선수필

그녀는 아주 튼튼하다.   체력도 좋을 뿐 아니라 힘도 세다.   게다가 겁까지 없어서 어떤 일이라도 그냥 놓아두는 법이 없이 즉각 해치우는 편이다.  만약 그녀가 그냥 내 버려두는 어떤 일이 있다면 그것은 그녀가 진짜로 하기 싫은 일이다.  아니면 그녀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나……


그녀는 이사를 가고 싶다.  그녀는 지금 까지 이사를 아주 많이 다녔다.  어떤 해엔 팔 개월 동안  세 번이나 집을 옮긴 적도 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이사가 취미냐고 말하는 친구가 있을 정도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그녀는 이 동네 저 동네 기웃거린다.   ‘이 동네는 아주 조용하군,  이 동네는 학교가 괜찮네,  이 동네는  자전거 타기가 좋은걸’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항상 집 옮길 궁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도 입으로는 “나도 이제 정착하고 싶어,  이사도 이제 힘들고 지긋지 긋해” 라고 말한다.  때때로 그 말은 그녀의 진심이다. 하지만 정작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녀는 다른 새로운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떠난다.


그녀는 돌아다니기를 좋아한다.  인적 없는 강가를 찾아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까먹는 것,  남편과 아들은 물 수제비를 뜨고 자신은 그 옆에서 풍경을 바라보거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바람이 몹시 부는 겨울 바닷가에서 잠자리 모양의 연을 날리는 것과 온천에서 목욕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돌아다니느라 그녀의 아들은 학교 결석을 자주 하고 또 이년 반쯤 된 그녀의 차는 벌써 구만 킬로미터를 넘게 달렸다.   그녀는 이렇게 돌아다니지 않으면 어떤 때는 너무 답답해서 꼭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고민이나 심각한 일이 생기면 이 증세는 더 심해진다.  콧구멍에 바람이 들어가야만 낫는 병을 그녀는 앓고 있다.  


그녀는 이중적이다.  그녀의 남편의 비유에 의하면,  그녀는 차 돌멩이다.  모 난데없이 둥글둥글한 차 돌멩이, 단단하고,  쉽게 변하지 않고 꼭 닫혀 있는 것이 꼭 차 돌멩이이다.    둥글둥글하고 단단하다니, 그녀도 마음에 들어한다.   그러나,  그 차돌이 아주 강한 힘에 의해 깨지면?   다시는  절대로 합쳐지지 않는다.   날카로운 면을 드러내고 고집스럽게 버티는 또 다른 단면이 있다.   깨진 차돌일 때의 그녀는 아무도 못 말리는 고집을 부리고 찬 바람이 ‘쌩’ 불 정도로  모질고 못되게 군다.   그렇게 이중적이다.


그녀는 틀에서 잘 찍어낸 붕어빵이다.   노릇하게 잘 구워지고 적당히 부풀어 오른,  보기 좋은 붕어빵이다.   겉모습만 보면 비늘도 얌전히 붙어 있고 지느러미도 힘차 보인다.   하지만 한 개의 틀로 찍어내는 붕어빵이 수없이 많은 것처럼,  학교와 부모님의 틀 안에서 탈선하지 않고 잘 적응하고 성장한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 틀 안에서는 모두가 붕어빵이 되어야지 국화빵 따위가 되어선 안 되는 거였다.   그녀는 제법 열심히 했다.  그래서 결국 붕어빵으로서는 대체로 성공적이다.   


그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른다.  대체로 그녀는 말도 풍덩풍덩 잘하고 명랑하지만 어느 선을 넘어 속 마음을 누구에게 얘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녀가 마음을 잘 터 놓지 않는 사람이어서 일까?   아니면 친한 사람이 없어서 일까?   그건 아니다.   그녀는 사실 아주 솔직한 사람이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아주 많이 있다.  사실 너무 푼수 같아서 곤란할 지경이다.   그녀가 깊은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은 단지,  그녀도 그녀 자신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갖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그녀는 느낀다.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마음을 남에게 얘기할 수가 없는 것뿐이다.  


그녀는 자신이 어렵다.  자신이 평생 붕어빵 일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뱃속에 팥고물이 들어 있는지  통팥이 들어 있는지는 진정 알고 싶다.  하지만 기껏 부풀어 오른 밀가루 반죽뿐인 몸을 헤집고 들여다 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아직도 그녀는 정작 자신을 잘 모른다.   자신에 대해 확신을 못하고 자꾸만 붕어빵 속을 들여다 보려는 그녀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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