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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 Sep 10. 2016

Webbing

손 바느질로 만든 그림

월드와이드 웹이 이 세상에 나타난 지 불과 이십몇 년,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세상은 정말 천지개벽의 수준으로 변했다.


줄 서서 기다렸다 뒷사람들 눈치를 보며 걸던 공중전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체크하던 텔렉스,

다방 메모판에 쪽지를 붙여가며

시간을 조정하던 만남……

이런,  

쓰고 보니 너무 구시대 유물 같아서

구구절절 다 쓸 수 없을 지경이다.


이름도 참 잘 지었다고 생각되는,

온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킨 이 Web 의 세상.

나도 그 안에서 블로거가 되고,

팔로워가 되고,

폐친이 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아이디라는 다른 여러 개의 이름이 생기고,

그러면서  다른 많은 아이디의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을 만났다.


휴대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 헤어졌던 대학 동기들과

몇 번의 이사와 이직으로 연락도 안 되던 친구들이

거짓말처럼 연결이 되고,

Web에서 만난 오랜 친구들과의 재회에

시간을 되짚어 보니, 이십오 년 만이라는 게, 참……

이런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났다.


비록 아직도 손가락 하나로 문자를 치고

모니터를 오래 쳐다보면 눈이 시큼 거리지만,

이 전파로 이루어진 세상에 점점 맛이 들어가는 중이라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자판을 두드리는데

시간을 점점 더 많이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도 한 명 늘어난 팔로워를 확인하고,

몇몇 사이트의 팔로워가 되면서

월드와이드 웹의 한 구탱이에서

나의 거미줄을 열심히 엮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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