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바느질로 만든 그림
월드와이드 웹이 이 세상에 나타난 지 불과 이십몇 년,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세상은 정말 천지개벽의 수준으로 변했다.
줄 서서 기다렸다 뒷사람들 눈치를 보며 걸던 공중전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체크하던 텔렉스,
다방 메모판에 쪽지를 붙여가며
시간을 조정하던 만남……
이런,
쓰고 보니 너무 구시대 유물 같아서
구구절절 다 쓸 수 없을 지경이다.
이름도 참 잘 지었다고 생각되는,
온 세계를 하나로 연결시킨 이 Web 의 세상.
나도 그 안에서 블로거가 되고,
팔로워가 되고,
폐친이 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아이디라는 다른 여러 개의 이름이 생기고,
그러면서 다른 많은 아이디의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을 만났다.
휴대폰도 삐삐도 없던 시절 헤어졌던 대학 동기들과
몇 번의 이사와 이직으로 연락도 안 되던 친구들이
거짓말처럼 연결이 되고,
Web에서 만난 오랜 친구들과의 재회에
시간을 되짚어 보니, 이십오 년 만이라는 게, 참……
이런 기적 같은 일도 일어났다.
비록 아직도 손가락 하나로 문자를 치고
모니터를 오래 쳐다보면 눈이 시큼 거리지만,
이 전파로 이루어진 세상에 점점 맛이 들어가는 중이라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자판을 두드리는데
시간을 점점 더 많이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도 한 명 늘어난 팔로워를 확인하고,
몇몇 사이트의 팔로워가 되면서
월드와이드 웹의 한 구탱이에서
나의 거미줄을 열심히 엮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