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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 Sep 10. 2016

파란 체크무늬 가방

손바느질로 만든 물건

미국에서도 중국인들이 제일 많이 사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살고 있는 관계로 

미국화 된 중국음식이 아닌 

제대로 된 중국음식을 쉽게 접하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중국음식은 

불맛 나는 얼큰한 짬뽕과 

짭짤하고 달달한 자장면, 

바삭하게 튀겨진 돼지고기 탕수육, 

이런 한국식 중국요리이다. 


간혹 가다 한국교포가 운영하는 

중국 음식점에 가기도 하지만, 

어째선지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 아니라는 것만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뿐.  

그러다 알게 된 자장면 맛있는 집.  

샌프란시스코 이너 선셋에 있는 이 식당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한 시간 여의 기다림을 각오해야 하지만, 

이 집만 한 자장면이 없기에 

그 근처에 갈 일이라도 생길라치면 

꼭 들러서 먹고 오려 스케줄을 짜게 된다. 


유난히 사람이 많던 어느 날,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동안 

오고 가며 눈여겨보았던 

근처 원단 가게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곳에서 눈에 쏙 들어온 

짙은 파란색 체크무늬 원단.

두꺼운 플란넬 원단으로 짜여 

마치 모직 원단같이 느껴지는 원단을 보자마자 

부드럽고 가벼운 겨울 가방을 만들 생각에 

한 감 뚝 끊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오랜 기다림 끝에 먹게 된 자장면도 

빨리빨리 먹어치우고, 

집에 오자마자 재단을 하고 바느질을 시작했다.  

황금색 지퍼를 달고 

안감은 초록색 스웨이드 원단을 매치하고, 

워낙 가벼운 가방인지라 

손잡이는 조금 가벼운 것으로 달아 

가방 아래쪽에 시각적으로 무게감을 주었다.  

그리고 겨울 내내 잘 들고 다녔다. 


여름이 얼추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지금, 

또 그 동네에 자장면을 먹으러 가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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