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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Feb 09. 2020

휘발류 김씨

응답하라 1868 - 보건 의료 편


-- 그걸 증명한다고 동네 사람들 앞에서 휘발류를 들이켠 거다. --




동네가 떠들썩하다. 길 건너 연탄집 앞에 어른들이 다 모여서 웅성웅성. 옆 동네인 새동네 사는 아저씨가 탄집 앞에 세운 연탄 트럭 기름통에서 휘발류를 컵으로 담아 마셨단다. 뱃속에 회충을 한꺼번에 다 죽인다고. 그걸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고. 그러다 아저씨가 죽었단다. 기독병원에 실려갔고, 비눗물 먹이고 토해서 간신히 살아났다.


누구나 뱃속에 회충이 있다. 학교에서 회충약을 주었지만 회충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휘발류를 마시면 뱃속에 회충이 한꺼번에 다 죽는다는 말이 돌았다. 아저씨는 그걸 증명한다고 동네 한가운데서 동네 사람들 앞에서 휘발류를 들이켠 거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아저씨를 휘발류 김 씨라고 불렀다. 그때부터 나는 휘발류 김 씨 아저씨를 볼 때마다 회충이 떠오른다. 그때부터 연탄을 실은 트럭이 연탄집 앞에 서면 차는 안 보이고 옆구리에 커다란 기름통만 보인다.


휘발류를 마시면 정말 회충이 다 죽을까? 뱃속에 들어가면 회충이 휘발류를 먹고 죽나? 기름이라 숨 막혀 죽나? 불 가까이 가면 뱃속에 불이 붙나? 똥 쌀 때 불  불이 붙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하다.


1968년경 꼬맹이 때. 그땐 그랬다.






세븐일레븐 아랫집이 연탄집 자리. 그 앞이 휘발류 김 씨 아저씨라는 별명이 탄생한 곳.









그때는



차 연료는 웬만하면 휘발류라고 했다.






지금은



휘발유가 표준어.





잊히기 전에, 더 늦기 전에 1968년 전후 생활상을 서투나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국민학교 입학 전후 꼬맹이 눈으로, 가급적 그때 언어로. 저물어 가는 저와 새 시대를 살아가는 자식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한때는 이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2016.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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