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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죽음을 사랑하라
그러면 모든 걸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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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명제
너가 예수냐?
아니. 그도 죽음을 사랑하진 않았을 거
너가 신이니?
아니. 사랑은 신 아닌 사람의 영역
믿음, 집착, 헌신. 그 삼합이 사랑
신들은 받을 뿐. 이따위를 하진 않지
오, 그럴 듯. 그럼 어떻게 내 죽음을 사랑하니?
죽음을 사념하라
어떻게 사념하니?
죽음을 체험하라
어떻게 체험하니?
침대에 반듯이 누워 눈을 감고 내 주검을 바라보라
싫어. 무서워
그렇다면 실제 죽어야지
그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너는?
죽음의 체험, 사념 이후 죽음을 친구 삼기로
친구면 사랑 아니잖아
그러게. 반쯤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너도 모든 걸 사랑하진 않는군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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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내가 모든 걸 사랑하지 못 함은 죽음을 사랑하지 않고 친구로 여겨서군
어떻게 죽음을 사랑하지?
죽음을 친구 삼기도 57년 걸렸는데
이거도 쉽지 않겠어
허나
나가 누군가
시균이 아닌가 시균이
까짓 내 죽음 사랑쯤이야
남 사랑도 하는데 나 사랑쯤이야
산 사람 사랑도 하는데 죽음쯤이야
나 사랑은 하고 있으니 내 죽음 사랑의 반만 하면 되는 거
죽음 친구 삼았으니 그 반은 또 한 거
그렇다면 내 죽음 사랑의 반 플러스 반에 반, 즉 75% 이미 달성
25%만 하면 백퍼
오, 이거만 하면 '나의 죽음을 사랑하라' 완성
그렇다면
나의 죽음을 사랑하라
그러면 모든 걸 사랑한다
명제는 더 검증해야
더 사념이든 경험이든 필요해
새로운 과제다
내 죽음을 사랑해 보자
그럼 모든 걸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 터
♤ 브런치북
'삶과 죽음은 하나'
그중 글 '친구 여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