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없는 하루
글 않는 일상
상상조차 두렵다
평화와
자유와
여유와
글과
사념과
커피와
나이들어 내 무슨 복을 이리 받았을꼬
그건 7년전 마음을 비우면서부터였소
그전은 남들 모냥 매사 심각했다오
이미 부모 보내드린 것을
자식 장성한 것을
이제 나만 행복하면 되는 것을
그 해 나는 다시 태어났다오
♤
비워가는 마음
세상사 무언들 완벽한 게 있으리오
좀 부족해도 흠 좀 있어도
누군들 아니 그렇겠소
돈 보고 달리니 사람 잃고 명예는 언감생심
가족 책임지다 보니 청춘이 간 데 없고
모두 가진들 건강 하나만 못 하고
이제 건강마저 나이 앞에 당해낼 재간이 없지 않소
그래도 평생 할 만큼 해봤고
이제도 부족하나 없는 것보다는 많이 지녔고
어차피 때 되면 공수래 공수거
나이들어서
채우려는 욕심 좀 내리고
대신 조금씩 비워 가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것소
그래야 좁은 자리나마 여유가 찾아오고 행복이 둥지 틀지 않것소
돈 좀 부족하면 어떻소
의식주 따스하고 남한테 손 안 벌릴 정도면 되지 않것소
가질수록 부족한 게 돈 아니것소
명예가 별거겠소
얼굴 안 망가지고 모르는 이가 날 몰라본들 그게 더 편치 않것소
아는 이가 알아주면 족하지 않것소
가족은 잘해 온 거 앞으로도 잘할 것 아니것소
몸은 돌아가며 고장나서 걱정이지만
치매 아니어서 생각 온전하고
사지 멀쩡해 걸을 수 있으니 감사해야 하지 않것소
쉴 만하면 쉬면 되지만
노동의 즐거움이 아쉬우면 쉬엄쉬엄 일하면 되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촉박한 지금은
곧 60세 한 바퀴 돌아 새로이 한 살이 시작되는 지금은
왜 사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짚어 가며 살아야 하지 않것소
그래야 어느 순간 병들어 자리에 누워 찾는 이가 끊겨도
언젠가 죽음의 문턱에 홀로 서더라도
지난 삶을 돌이켜 반추하면
그저 열심히 살았노라는 거 하나 말고
의미 있는 삶,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며
절로 입가에 미소가 살포시 번지지 않것소
누군가에게 행복했던 기억을 남겨주지 않것소
채우려는 욕심보다 비워 가는 마음이 필요할 때 아니것소
왜 사는지
무엇이 행복인지
짚어봐야 하지 않것소
'삶과 죽음은 하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