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먹는 꽃, 못 먹는 꽃 둘로 나눈다.
봄이면 앞산 여기저기 창꽃이 핀다.
창꽃은 풀꽃이 아니고 나무에 피는 꽃이다.
나무라기엔 너무 가늘어 젓가락 굵기에 무릎 높이.
더 크면 꺾어대니 자랄 새가 없다.
줄기나 가지 끝에 꽃이 달린다. 연분홍이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는다.
여럿이 무리 지어 자란다.
작은 바위 근처에 많다.
민둥산이라 눈에 확 띈다.
꽃은 따서 먹는다. 별 맛없다.
먹을 수 있는 거니까 그냥 입에 넣어보는 거.
몇 개 안되니 배 채우는 데는 도움 안 된다.
줄기째 꺾어서 들고 다니기도.
아부지가 철쭉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독이 있어 죽는다고.
생긴 게 창꽃과 비슷하다. 색은 창꽃보다 진한 분홍.
꽃은 먹는 꽃, 못 먹는 꽃 둘로 나눈다.
봄이면 재미 삼아 창꽃을 따먹는다.
1968년경 꼬맹이 때. 그땐 그랬다.
세대 통역
창꽃 = 진달래꽃
창꽃이 진달래 꽂이란 건 커서 국민학교 가서 배워서 알았다.
지금은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접하면 앞산 창꽃이 절로 떠오른다.
약산에 진달래꽃..... 앞산에 진달래꽃..... 앞산에 창꽃
김소월 시인의 약산도 드문드문 바위들이 있는 민둥산이었을 게다. 지금도 약산은 민둥산이고, 진달래꽃이 있을 터이다. 북한은 아직 땔감으로 나무를 쓸 테고 진달래는 땔감이 못 되니까.
앞산에 창꽃이 안 보인다. 숲이 울창해 햇빛을 가려서 그런 거 같다. 창꽃 보기 어려워 아쉽지만, 그래도 민둥산보다 푸른 숲이 훨씬 좋다.
앞산 뒤쪽으로 더 높은 산이 이어진다. 거기 능선과 등산로 주변에는 창꽃이 많다. 햇빛을 받으니까 그런 거다. 바위 근처에도 창꽃이 자리 잡는다. 바위가 있는 데는 나무가 없으니까 그만큼 해를 볼 수 있어서리라.
잊히기 전에, 더 늦기 전에 1968년 전후 생활상을 서투나마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국민학교 입학 전후 꼬맹이 눈으로, 가급적 그때 언어로. 저물어 가는 저와 새 시대를 살아가는 자식과 미래 세대를 위해서 한때는 이런 시절이 있었노라고.
2016. 0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