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화 에피소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이다.
전화 하루 건너 한두 통. 매장이군. 대개 문제 발생 했거나 시균아 언제 와 보고싶은 독촉이거나. 오늘은 문제 발생과 의외의 전화 한 통에 대하여.
ㅡ모르는 전번. 동전 교환기 1,000원 지폐 먹었어요. 죄송합니다. 기계가 가끔 고장나요. 어디세요? 근처시나요? 멀어요.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 걸게요. 2,000원 이하 원하는 거 아무거나 하나 고르세요. 사진 찍어 문자 보내주세요. 불편 드려 죄송해서 2,000원이요. 즉각 조치, 보상이 원칙이다. 잘못했을 때가 고객 꽉 붙들어맬 기회다. 얼른 사과부터 하고 그 이상 보상한다.
ㅡ모르는 전번. 시균아 언제 와. 대뜸 이름 부른다. 초등학생 친구다. 돼지바 봉지가 뜯어져 있어. 신고하는 거다. 알려줘서 고마워. 냉동고에 그대로 두어. 꺼내면 녹아서 흘러. 알았어. 1,000원 이하 아무거나 골라서 사진 찍어서 문자 보내줄래? 보상하는 거. 아는 전번. 다른 초등 친구다. 시균아, 무슨 바가 뜯어졌어. 알려줘서 고마워. 요즘 누가 자꾸 아이스크림 봉지를 뜯어. 한 명이 그러는 거야. 똑같이 보상. 아는 전번. 아이스크림 또 뜯었다. 고맙다 하고 보상. 헌데 옆에 친구가 있다고. 전에 쓰레기 주운 일로 친구들까지 보상하니까 버릇된 거. 전화한 사람만 선물한다고 했다. 잠시 후 모르는 전화. 같은 내용 신고. 고마워. 보상한다. 옆에 그 친구다.ㅎㅎㅎ. 내 친구들은 안다. 착한 일 하면 칭찬 받고 보상받는다는 거. 내 일 도와주는 거라는 거도 이제 안다. 아이스크림 훼손. 이 정도면 소문 난다. 훼손하는 아이 친구가 자수를 권한다. 그게 친구를 바른 길로 이끄는 것임을 안다. 자수하면 선처, 아님 경찰 신고하는 거도 잘 안다. 내가 잡더라도 다 경찰을 부르지 않는다. 부모 만나서 시정 의지를 확인하고 끝낸다. 경찰 출두 자체가 매우 안 좋은 경험이기에. 도난은 500명에 1명, 상품 훼손은 5,000명에 1명꼴. 드물다. 안 잡으면 손 커진다. 여기는 동네 놀이터 겸 참새 방앗간이다. 귀여운 새들이 종종종 수시로 들러 놀다 간다. 나는 이삼일에 한 번 간다. 나는 아이들 놀이 친구이자 방앗간 관리인이다.
ㅡ모르는 전화. 시균아 어디야? 멀리 있어. 무슨 일 있어? 너가 저번에 친구하자고 해서 전화해 본 거야. 잘했어. 속으로 누구지? 목소리가 초등생은 아닌 거 같다. 나 취업했어. 아하, 자랑하고 싶어서 전화한 거구나. 오, 축하한다. 잘했어. 근데 너 몇 살이니? 열일곱 살. 학생이구나. 맞아. 어디 취직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배달이야. 더럭 걱정. 오토바이 타면 꼭 헬멧 써. 매우 조심해야 해. 장근 아니니까 뭐. 속으로, 장근? 장기 근무 아니란 말이군. 더 걱정. 안심할 때 사고나니까. 사고는 한 순간이야. 주저리 주저리. 속으로, 나 꼰대되고 있군. 그래도 걱정 되어 사고 사례 들어가며 덧붙인다. 가능하면 배달 아닌데도 알아보면 좋겠어. 딱 꼰대다. 미안해. 너무 길게 얘기해서. 걱정돼서 그런 거 알지. 응. 나 이제 출근해야 해. 전화해줘서 고마워. 안녕. 안녕. 전번 등록. 친구17세알바오토바이 고교생. 특별하면 등록한다. 대개 이름은 안 묻는다. 수 백 명이라 기억 못 한다, 60세 넘으면 안 외워진다, 서운해 마라고 한다. 다들 이해해 준다. 바로 문자 보낸다. 매장서 나 보면 오토바이 알바라고 해주라. 속으로, 생애 첫 취업이리라. 축하 선물 거하게 해야겠다. 원하는 거 아무거나 하나 5,000원 이하. 에게 마시오.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만 원만 사도 VIP라오. 그 돈이면 아이스크림 600원짜리 8개, 커다란 통에 담긴 거 한 통이라오. 문구, 완구 골라도 되고, 견묘 키우면 먹이, 용품. 여친 있으면 팬시 선물. 오천 원 거액입니다.ㅎㅎㅎ.
친구들아, 고마워~! 내가 너희들 덕에 즐겁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