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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Aug 02. 2024

수치심 트라우마

31화. 109인 대학 신입생 납치 사건


청춘에 저항 못 한 수치심은 죽어야 없어지려나. 전두환 독재 정권은 자유인 나를 군영에 납치했다. 불법이다. 군은 최고 통수권자의 뜻 받들어 성실히 구타를 대행한다. 신병 교육대 5주간 무자비한 구타. 매일 매 순간. 일반명령 37호 구타 금지. 군법 위반이다. 끊이지 않는 자살의 유혹. 자대 배치 4개월. 해 지면 하루 건너 구타. 부적응자. 병장 넷이 나 하나를 집단 구타. , 고막 부상. 모든 폭력에 나는 단 한 번도 대항하지 못 했다. 납치 지시자 전두환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쏴 죽이고 자살하는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년. 일방적으로 당한 수치심은 콘크리트 층을 이루어 단단히 굳는다.


군 병원 2개월. 의병 제대 신청, 군의관 허락. 보안대가 불허. 병원은 구타 없더라. 납치 후 처음 제정신 돌아와. 나뿐 아니라 군인 모두가 원치 않은 입대. 병끼리 사고 내봐야 병만 다친다. 죽거나 영창. 납치범 멀쩡. 살아서 제대하기로 결심. 대대 바꾸어 부대 복귀. 열심히 군 생활. 모범 군인. 납치범 원하는 대로 하고 있는 나. 살기 위해 남은 자존심을 버렸다. 이제껏 쌓인 수치심을 통째로 뒤덮은 수치심 덩어리.


휴가 때 보안대 불려 간다. 이후 하나가 매일 감시 따라붙는다. 전역 임박해 사단 보안대로 부른다. 장교 1: 나 1. 좁은 방에서 만나자마자 엎드려 뻗쳐, 좌로 굴러, 엎드려 뻗쳐, 원산 폭격. 30여 분. 이유는 말 않지만 안다. 굴종 강요. 제대 안 시킬 수 있겠다, 제대해도 또 납치할 수 있겠다는 공포. 말년 병장. 곧 사회인인데. 놈 시키는 대로 다 따른다. 썩은 동앗줄 자존심마저 포기한다.


군 말년 반년 진로 고민. 보복의 정치는 치가 떨린다. 우선 뺀다. 평범하게 살기로. 복학, 사회인. 군 이야기 나오면 강제 징집은 말 않는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는 내게  못 할 수치로 굵은 뿌리 내린 거. 63세 지금껏 되살아나 악몽을 반복해 꾼다. 재입대해 있는 나. 죽으면 확실하게 꿈 안 꿀 터이다.


그렇다. 그들이 노린 건 수치심이었다. 같은 시기에 강제 징집 당한 대학생 여섯이 군에서 의문사. 나는 안다. 청춘의 꽃들은 스스로에게 죽음을 선물했다는 것을. 수치심 대신 마지막 한 가닥 자존감 지켰다는 것을. 나는 살아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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