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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Jun 25. 2020

옥시기가 열거들랑

생각놀이ㅡ삶이란


옥시기

거친 녀석이다.
돌밭에도 잘 자란다.
허옇게 드러낸 뿌리로 돌을 움켜잡고서.
먹성도 엄청나다.
비료 여러번.
주는대로 쪽쪽 빨아 먹는다.
풀인데도 나무처럼 자란다.
양손으로 잡아 꺾으려면 힘깨나 줘야.
그러나 그 열매는 수억 구를 살린다.
줄기는 통째로 소 먹이.
옥시기는 인류의 머슴이다.

강원도 밭에 돌이 많다.
그래서 옥시기를 심는다.
감자도 같은 이유.
그래서 감자바우일 터.
옥시기는 강원도의 돌쇠다.

텃밭은 경계에 옥시기를 심기도 한다. 눈여겨 보면 돌을 솎아내 훍이 부드러운 안쪽은 채소류, 골라낸 돌로 그은 경계는 옥시기를 한 줄로 심는다. 어른 키를 훌쩍 넘고, 무성한 잎은 하나 하나가 서슬 푸른 망나니 장도 같아 제끼지 않고는  안으로 들어설 수 없다. 옥시기는 쥔 땅 보초까지 선다.

거반 엄마한테 배운 거다. 가시기 전에 텃밭 농사 짓는 법을 상속 못 받은 게 한이다. 가르쳐달라 했는데 너무 늦었다.

그제, 가뭄이라 잎이 타들어가 시골 노인네들 걱정 다고 그  노인을 걱정하는 아파트 주민 할머니가 노인 견습생인 내게 말을 건다.

"봉천내 산책 나갔더니 물이 바싹 줄어 바닥이 보이드라구요. 내일 전국에 장맛비 오신다니 갈증이 한번에 확 풀릴겁니다."  

장마가 지나면 본격 휴가철. 휴가 하면 강원도, 강원도면 옥시기. 코로나로 다들 비행기 탈 일 없을 터.

강원도에 옥시기가 열거들랑 와 젓수시구랴들!

2020.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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