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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l 04. 2020

귀래산장 편ㅡ반 자연인

긍정 - 고교 친구 새로 사귀기


지지배배 지지배배
아침이면 새소리가 잠을 깨운다
창밖을 바라보면 온통 초록이 눈에 가득.

오골계 섯 마리. 암 넷, 수 둘. 모이 주고 알 두어 개를 얻는다.
머리 좋은 개 1위 보더콜리, 3위 골든리트리버. 각각 통에 밥, 공용 통에 물 담아주고.
아침은 단식. 여섯 가지 재료를 달여서 만든 차로 식사 대신. 우엉, 당근, 무, 무청, 표고버섯 그리고 물.

차 30여분 몰고 출근해 열심히 사람 살리는 일을 한다.

이른 오후면 퇴근. 앞산 미륵산을 오르내린다. 가끔은 개 둘 데리고.
산 꼭대기로 해 넘어가면 스멀스멀 밤이 찾아온다.
숯덩이처럼 새카만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보름이면 달이 한껏 찼다가 다시 조금씩 기울고
마당 두른 나무와 키 큰 덤불에선 반딧불이 반짝반짝 황금색 곡선을 제멋대로 그린다.
어쩌다 산짐승이나 사람이 지나가면 컹컹컹 개 짖는 소리가 밤하늘을 가르고.

실내에선 채널 둘 클래식 뮤직 감상,
스맛폰에 수북한 전자책으로 세상을 읽고,
명상하고,
요가, 골프 퍼트 하고.
유붕이 자원방래면 불역열호아.
가끔 친구 찾아오면 술에 흠뻑 젖어도 보고.

산장은 산 중턱이다.

6년 전 이웃과 뚝 떨어진 밭을 천 평 샀다. 2/3 가량 큼지막한 돌로 축대를 쌓아 성큼 터를 돋우었다. 나만의 하늘 아래로 집을 짓고, 하늘 한 조각을 베어내어 너르게 마당을 삼고, 짙푸른 하늘 닮은 잔디를 깔았다.
고가 낮은 나머지 밭엔 매화나무를 심고 아담한 정자를 세웠다.
정자 바로 옆은 실 계곡. 3년 전 가재가 보이더니 저번엔 달팽이, 알에서 깬 지 얼마 되지 않은 잔챙이 고기들이 눈에 띈다. 새끼손가락만 한 어미가 한 마리 후다닥 돌 아래로 몸을 숨긴다. 아주 작은 나무 조각이 꿈틀. 그걸 몸에 붙이고 숨어 사는 물벌레. 계곡은 장난감 같지만 완벽한 하나의 생태계.
내년엔 정자 옆으로 3평짜리 방을 짓는다고. 거서 쉬기도 자기도 하게. 귀여운 꿈에 설레어 자랑질. 같이 들뜬다.

원주시 귀래면 귀래리.

충주시 소태면과 경계를 접한다. 직장 충주에 가장 가까우면서 고향 원주에 속한 곳. 친구는 그곳에 산장을 지었다.



2020.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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