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첫 책 선물
긍정 - 고교 친구 새로 사귀기
ㅡ그제 친구에게서 카톡
우리 각자의 미술관,
당신의 창의적 발상과 연상돼서.
생물과 무생물 사이도 좋고.
흥미를 돋우네~
ㅡ어제 오후
스맛폰 벨소리.
처음 보는 핸펀 전번. 뭐지? 스팸?
습관대로 화면에 손가락 대고 홱 좌로 그어 차단.
아차, 오늘 책 택배 오지?
여름 열기로 뇌가 뜨뜻해져 깜박한 거.
에이, 바보 같은 넘.
그 순간 다시 벨.
황급히 폰에 대고,
"책이죠?"
내용물 알 턱 없으니,
"택뱁니다. 집에 계시죠?"
우렁차게,
"예,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게 받아 들고 주방서 젤 큰 칼 꺼내 책 상할까 귀퉁이로, 마음은 급하니까 한 일자로 북 긋는다.
한 권인 줄 알았는데 두 권!
우리 각자의 미술관
생물과 미생물 사이
생애 처음 친구가 사 준 책.
감동이라 적다 보니 한참 길어질 듯.
이 석 자로 일단 카톡.
"고맙네."
ㅡ오늘 오전 카톡
매우 흥미로웠네.
책을 거꾸로 보니,
딱 내 감상평과 일치하는 역자 후기,
저자다운 에필로그,
흥미진진한 내용, 이해하기 쉬운 전개, 문학으로 과학을 비유, 표현의 재미,
적절한 프롤로그.
2부 초입에서 슈뢰딩거 등장하고 아주 잠깐 지루했는데 웬걸 새 부대에 새 술이 가득.
원자는 왜 그렇게 작은지, 사람의 몸은 왜 큰지,
모래성,
생명이란 동적 평형 상태에 있는 흐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질서를 파괴해야만 한다.
내부의 내부는 외부다.
등등등
미술관은 천천히 읽겠네.
그 후 쉬레딩거부터는 다시 볼 거고.
제 친구와 카톡 몰래 보신 겁니다.
그대로 옮긴 거라 헷갈리셨죠?
친구 자랑임다ㅎㅎㅎ
2020. 0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