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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Dec 21. 2024

어머 연예인

38화. 시균아 안녕


어머, 시균이야

어머, 시균이야 시균이


여아 둘. 매장 들어서며 키오스크서 셀프 계산하길래 안녕 인사하니 나를 보며 놀란듯 서로 주고 받는 말


나 시균이 맞아


연예인 보는 거 같아

맞아. 연예인 같아


둘이 그러면서 신기한 표정. 살짝 수줍은 기색까지.


몇 학년이니?


6학년. 시균아, 아파트 춤 줄 수 있어?


저번에 춘 거 인스타 봤잖아.


직접 보고 싶어.


그래?


그깟 막춤이 뭐 대수라고. 게다가 연예인 대접. 잠깐 춘다. 원래 내 스타일.

까르르 좋아라 한다.


영상 찍어도 돼? 다시 처주면 안 돼?


그럼.


다른 버전. 원래 로제 스타일로. 양 팔꿈치로 살짝 허리 찍기. 좌로 우로 번갈아. 그다음 펄쩍 펄쩍 뛰며 손 뻗어 아래서 위로 빗겨 하늘 짜르기,


시균이 최고라며 둘 다 엄청 좋아한다. 안다. 이거 또 내일이면 영상 다 퍼진다.ㅎㅎㅎ.


선물이다. 각자 1,500원 이하로 하나씩 골라.


나도 기분 째진다. 녀석 둘 태도 보니 진짜 연예인 듯. 지들도 그리 느끼는 게 신기한 듯. 이제 아이에서 소녀로 넘어가는 시기답다.


내가 너희들하고 친해지려고 이러는 거 알지?


알아.




ㅡㅡㅡ




이때 남아 넷. 자주 본다. 초6. 여아 넷과 같은 학교.


시균아. 나 며칠전에 쓰레기 주웠어.

어디서?

여기서. 손으로 가리킨다.

어떤 거.

멘토스 작은 거 포장

잘했어.

1,500원 이하 하나 선물 골라.

빵빠레 초코 1,200원.

나머지 셋이 부러워한다.


친구가 착한 일 해서 선물준 거야. 우리 다 같이 박수 한 번 쳐주자. 다 함께 짝짝짝짝.


헌데 셋은 아무것도 안 고른다. 돈 없는 듯.


얘들아, 내 얘기 잠깐 들으면 너희들도 선물할게.


넷에게


깨진 유리창 이론 들어봤어?


모르는 눈치


미국 심리학자가 실험했어. 흑인 슬럼 빈민가 건물에 유리창 깨진 곳 많아. 쓰레기 쌓여 늘 지저분. 유리 새 거로 싹 끼우고 청소 깔끔히 했더니 범죄가 확 줄었대. 영어로 broken window theory.  브로큰 깨진, 윈도우 창, 씨어리 이론. 씨어리는 t h e o r y. 다 따라해 봐.


브로큰 원도 씨어리.


몇 번 반복. 재미난 듯 잘 따른다.


친구가 쓰레기 안 주웠으면 다른 애들이 또 버려. 더 버려. 친구가 쓰레기 하나 주우면 깨끗하니까 안 버려. 브로큰 윈도 씨어리 실천한 거. 내 일 도와줘서 고맙기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 기분 좋게 해주었잖아. 그게 배려야. 사방 쓰레기면 기분 안 좋겠지. 모르는 이를 위해서 뭔가를 하는 거. 그걸 배려라고 해. 잘했다고 선물한 거.

너희들도 착한 일 하거든 내게 자랑해. 그럼 선물할 거. 얘기 끝. 셋 다 1,500원 이하 하나씩 골라.


캔콜라, 아이스크림, 과자. 금방 고르는 거 보니까 먹고 싶었는데 돈 없었는 거 맞다. 넷이 함께 맛나게 즐겁게.


오늘 우리 다 이 친구 덕이다. 쓰레기 주워서 착한 일 하고 너희들 깨진 유리창 이론 배우고 선물도 받고. 우리 다 함께 이 친구 위해서 다시 한 번 박수. 짝짝짝짝.





ㅡㅡㅡ





옆에서 지나다 이걸 본 다른 여아 둘. 초6쯤. 자기들에게도 얘기해 달란다. 손에 피자 조각 큰 거 하나씩 입 한 가득 물고 듣는다. 브로큰 윈도우 씨어리 재생. 발음 리피트. 3회. 1,500원 이하 하나씩 골라. 한 아이가 피자 토핑 중 옥수수 한 알 흘린 걸 모른다. 다 고른 뒤에.


이리 와 보렴. 이걸 누가 밟으면 뭉개져. 여럿이 지나면 시커매 져. 깨진 유리창 이론. 카운터에 휴지 있는 거 알지? 가져오더니 스스로 닦는다. 다른 쪽에도 옥수수 알 . 선물 고르다 흘린 듯. 다시 불러서 알려주니 휴지 가져와 닦는다. 이 아이 하나가 무심코 흘리는 버릇. 두 번 반복했으니 고쳐지려나 기대해 본다.





ㅡㅡㅡ





여아 넷, 남아 넷. 친구 여덟에게 선물과 정보.  서로 말 튼다. 대략 1,200원×8개=9,600원. 원가로 6,700원 가량. 돈보다도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었다. 학교 끝나고 학원 가기전에 잠깐 매장 들른 거. 나는 번 삶 잠시 들른 거. 까짓 반백년 나이 차이. 서로 알고 알아주면 그게 친구지.


여기는 아이와 노인이 친구인 놀이터.

천국이 따로 없구나.




♤ 초 3쯤 여아 하나. 여덟과 노는 사이 계속 왔다리 갔다리 기웃기웃. 못 고르겠니? 돈 없니? 없단다. 나중 보니 안 보인다. 용돈이 떨어진 건지? 아직 어려서 용돈이 아예 없는 건지? 섣불리 챙겨주면 버릇 될 수도. 부모가 항의할지도 모른다. 아주 간혹 유혹 못 이겨 절도로 변하기도.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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