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매기삼거리에서 Jul 26. 2020

정강이로 양말 말리기

희망을 부여안고

 

-- 전쟁 나도 새 양말 신어야 전투할 맘 날 거다. 하루라도 못 빨아 뻣뻣한 양말은 영 찝찝할 거다. --




군에서 젤 잘 없어지는 게 양말이다. 팬티나 난닝구는 매직으로 이름을 쓰지만 양말은 마땅치 않다. 빨아서 공용 철사줄에 걸어 놓으면 마른 거만 훔쳐간다. 젖은 건 건드리지 않는다.  

안 빤 거 신으면 땀에 절어 뻐덕뻐덕 굳은 게 기분 지랄이다. 

빤 양말을 훔쳐갔거나, 훈련 중 바쁘거나 피곤해서 양말을 말릴 시간이 없을 때, 비 와서 말리기 어려울 때, 영하라 땡땡 얼게 뻔할 때, 또 훔쳐갈까 염려될 때, 이때 한 발의 총알만큼 요긴한 군생활 팁 하나.


정강이에 양말을 둘둘 말아 말리기.

1. 양말을 빨고 비틀어 물을 짜낸다. 비누 없으면 맹물에라도.
2. 밤에 잘 때 양말 낱개 하나를 좍 펼쳐서 한쪽 발 정강이에 가로로 띠처럼 빙 두른 후, 끝을 양말 위쪽에서 아래로 찔러 넣어 고정한다.
3. 나머지 하나도 다른 발에 똑같이 한다.
4. 잔다.
5. 아침에 보면 아주 잘 말라있다. 뽀송뽀송 새 양말 한 켤레다.

정강이는 축축함, 차가움을 잘 못 느낀다.
사시사철 언제나 실내, 야외 어디든 유용하다.


군대 간 아들, 손주들 알려주면 요긴하게 써먹고 고마워할 거.

전쟁 나도 새 양말 신어야 전투할 맘 날 거다. 하루라도 못 빨아 뻣뻣한 양말은 영 찝찝할 거다. 



2018.01.0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