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매기 삼거리에서 Jul 26. 2020

솔잎으로 전쟁 이기기

희망을 부여안고

          

-- 언젠가 전사에 기록되것지? 노병의 솔잎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노라고. --





군대 가면 대개 100킬로 행군을 한다. 다들 발바닥이 부르트고 물집 잡히고 터지고 난리다. 여기 한 병사만 멀쩡하다.

행군하다 보면 자주 산을 탄다. 1시간에 50분 걷고 10분 휴식. 은폐해야 하니 가능한 숲에서 쉰다. 주변을 둘러보면 널린 게 소나무다.


솔잎을 따서 군화 바닥에 깐다.


1. 솔잎을 손으로 훑어서 딴다.
2. 군화를 벗는다.
3. 군화 안 바닥에 골고루 앞 끝에서 뒤꿈치까지 두텁게, 아주 두텁게 손가락 두 마디 깊이로 솔잎을 평평하게 깐다.
4. 솔잎을 밟으며 군화를 신는다.

몇 시간 걷고 군화를 벗으면 두툼한 솔잎이 납작해지고 누렇게 탄다. 쿠션 역할에 송편 찌고 난 후 솔잎 색이다. 위로 체열에 아래로 지열에 쌀 한 가마니 체중의 압력까지 더해져 콱 막힌 군화 속에서 몇 시간 푹 쪄낸 거다.
 
누런 솔잎은 걷어내 버리고 새 것으로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깔아 준다. 이렇게 두세 번 하면 100킬로를 걸어도 발바닥이 잔 물집 하나 없이 온전하다. 한낮에 해가 뜨겁거나 아스팔트 길이 길어지면 한 번 정도 더 갈아주면 충분하다.

눈치가 빠르다면 알 게다. 행군 시작하기 전에 미리 솔잎을 따다가 출발하기 직전에 까는 거다. 예비로 군장에 넣고 갈 필요는 없다. 그것도 무게고 대한민국 산이면 소나무야 지천이니까.

자연보호?


솔잎만 따지 나무는 잔가지도 꺽지 않는다. 전쟁 나면 솔잎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생명은 물론 부대가 전멸하는 수도 있으니 전투력 보존이 우선이다. 정 걱정되면 한 번 실습만 해도 될 거.

100킬로 죽어라 행군해서 이동하면 머 하나?


기다리는 적군은 펄펄 나는데 아군은 발바닥이 물집 투성이라 절뚝절뚝. 일주일은 조심조심하고 약 발라 주어야 딱지 떼고 나서야 낫는다. 겉은 멀쩡한 군화되 안은 유리 조각을 밟고 있는 형상. 공격 앞으로 외쳐봐야 발이 안 따라 준다. 36계 줄행랑도 발이 성해야 쓸 수 있는 법. 양발이 생명인 보병 상당수가 발이 고장 나 전진과 후퇴가 난감하니 전투하기도 전에 승패는 이미 결정 난 거다.

100킬로 행군 때마다 다들 보는 데서 솔잎을 따고, 보라고 군화 바닥에 깔아도 아무도 따라 하지 않는다. 지휘관마저 직접 보고도 전파도,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하지 말라고 제지도 안 한다. 당나라 군대다.

 조 원 최첨단 무기보다 공짜 자연의 솔잎이 전쟁을 좌우할 수도 있는 거다. 동남풍을 기다려 화공으로 승리를 이끈 삼국지의 적벽대전처럼.


장거리 행군 시 솔잎으로 군화 바닥을 깔아라.
만일 지금도 진가를 모른다면?


여즉 들은 적 없으니 군에서는 아직도 교본에 없고 갈켜 주지도 않는 게다.
일러 주면 군대 간 아들, 앞으로 손주가 대대손손 고마워할 거다.

원리를 알면 사회에서도 유용할 거다. 여름철 장거리 등산이나 도보 트레킹에도 좋고.
군에서 나만의 비법인데 특별히 공개한다.

언젠가 전사에 기록되것지?
노병의 솔잎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노라고.
그 노병이 육군 병장 노 병장인 건 알아줄래나?


2018. 01. 08

이전 16화 코끼리 단팥빵과 로렉스 시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