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매기 삼거리에서 Aug 07. 2020

하숙 치는 이대 메이퀸

청춘 비망록ㅡ대학편


대학 정문에서 내려오며 왼편 중간쯤 어마무시 큰 1층 다방.
그 아래 뒤편 한옥서 하숙.
쥔 아줌마 이대 메이퀸.

저녁으로 볶은밥 위에 계란 얇게 펼쳐 부친 거 노랗게.
그 위로 새빨간  먼가가.
보니 새콤 달콤.


야, 고추장이 맵지 않고 맛있다!


녀들과 미팅하며 경양식집 가서 알게 되었다. 그게 오무라이스고 케찹이란 걸.

그걸 알았을 때 얼굴이 후끈.

메이퀸은 촌놈인 나를 생각해서 아무 말 않았던 거다.
아줌마가 그리 이쁘지만 았어도 창피할 거까지는 없었는데.
그녀는 40대 중반에도 과연 메이퀸답게 키도 크고 늘씬해 쭉쭉빵빵. 그러니 청춘의 여대생때는 어땠을까.


헌데 남편에게 툭하면 두들겨 맞았다.
얼굴에 푸른 멍이 보일 때도.


왜? 왜? 도대체 왜?


세 얻어 8명 하숙치느라 밥 해주랴, 빨래해주랴 곱고 미끈한 손에 물 마를 날 없고, 자녀 둘 돈 대랴 건사하랴 뼈 빠지게 일만 하는구만.
이쁘게 화장했다고 패고, 장 오래 본다고 패고, 어떤 놈팽이 만난 거냐고 패고.
그래놓곤 사랑해서 그런 거라며 잘못했다고 빌고.

멀쩡하게 생긴 놈이구만. 놈이야말로 놈팽이구만. 사업 망해서 집에서 빈둥빈둥 놀다가 밖에 나가 술 처먹고 들어와선 행패 부리며 온갖 트집 잡아 이대 메이퀸 패는 게 일. 

여기까지면 알겠지요?
놈은 지랄같은 병에 걸린 거.
OO증.


부부가 싸우는 소리는 안 났다. 
여신은 호구지책 하숙생 나갈까봐  소리죽여 매 맞았던 거.

자존심에 숨죽였던 거.

사랑해서 때린 거라는 거짓부렁에 속았던 거.

애비 없는 자식 만들지 않으려고 참았던 거.
집에서 화장 짙게 할 때는 푸른 멍 가리려 그랬던 거고.


때려주고 싶었지만 남의 여자. 신고해봤자 경찰은 남의 가정사.


79년 봄이었다. 그해 10월 26일 대통령이 권총 맞아 죽었고, 나라 지키라고 국민이 달아준 별은 국민을 상대로 구타, 고문과 살육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폭력의 시대다.


2년전 친구와 추억 더듬느라 대학과 주변에서 12시간을 둘이서 보냈다. 

하숙집 들러보니 한옥은 헐리고 건물이 들어섰다.
당시 하숙 치려고 임대했었고 그 난리였으니 집주인되기어려웠을 터.

그래도 바란다. 땅과 건물이 그녀 것이기를.

그녀는  마음 속 메이퀸이니까.

 


2020. 07. 21


작가의 이전글 이래서는 안 되는 시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