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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Aug 15. 2020

꿈의 기록과 해석

생각놀이


-----  ㅇ  -----


꿈 하나



대영이와 둘이서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 같은 낮은 언덕을 지난다. 대영이가 텐트와 낚시를 가방에서 꺼내 보이면서 비싼 거란다. 집에 가려 버스를 잡으려고 하는데 씽씽 달려가고 어느 버스인지도 알 수가 없어서 혼자서 이리저리 뛰며 버스를 쫒아 다닌다.

대영이와 같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돌아보니 훈상이다. 작은 키에 수수한 옷을 입고 있다. 나를 보더니 쭈뼛쭈뼛 하길래 내가 다가갔다. 얼굴이 노인처럼 삭았는데 주름은 안 보인다. 너무 반가와서 다가가 두 손을 잡는다. 순간 친구인가 형인가 헷갈리다가 엉겁결에 형이라고 불렀다. 잠깐 어색해 하더니 당연한 듯 여긴다. 끌어 안았다. 나는 반가워 눈물이 쏟아지는데 무덤덤하다. 택시 운전한단다. 독도인지 무언지 가물가물 하다가 생각이 난다. 대마도다. 대마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거 알고있다, 역공하는 거니 참 잘하는 거다, 나도 그런 생각했다고 했다. 표정에 조금 반응을 보이더니 다시 무덤덤하다. 훈상이네 집이다. 실내 이층 난간 앞 바닥에 둘이 같이 앉아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쯤 보이는 애들이 빨개벗고 놀고 있다. 대충 보니 대여섯 명쯤이다. 그 중 두 녀석이 난간을 잡고 노니까 훈상이가 어루만진다. 전부 다 니 자식이냐니까 아니란다. 앞에 있는 두 녀석도 아니란다. 그러면서 자식은 둘이란다. 집 밖이다.  담장 너머로 멀찍이 훈상이가 보인다. 위가 도로인 듯한 너른 둔덕에 반쯤 엎드렸는데 발가벗었다. 옆으로 부인인가 다가서더니 매를 때린다. 훈상이는 저항하지 않고 맞는다.

삼영이네 집이다. 방 안에 삼영이와 나 둘이서 나란히 벽 쪽으로 가까이 앉아 있다. 둘 다 80살쯤이다. 둘이 부둥켜 안고 울었다. 초등학교 1학년 쯤 보이는 애들이 십여 명 발가벗고 놀고 있다. 삼영이가 내게 망했다고 한다. 뭐 했냐니까 의류 사업을 평생했다, 사업은 역시 의류다라고 하면서 껄껄 호탕하게 웃는다. 망한 사람 같지 않아서 의아했다. 저 애들이 다 니 자식이냐니까 그렇다고 한다. 노모가 밥상을 들고 방문을 들어서자마자 책상 옆 좁은 곳을 지나고 상을 놓고 밥을 드신다. 80세 넘어 보인다. 노모를 보니 눈물이 쏟아진다.

기차역에서 혼자 기차를 기다린다. 기차가 서서히 서고 있다. 객실로 올라 타려는데  지나가는가 싶더니 화물열차였고 탔다. 사람 한명 없고 사방 벽이 회색  보드로 막혔고 밝다. 문이 없어서 찾으려고 손으로 더듬는데 옆 칸이다. 처음 보는 두 사람이 앉아서 칼을 숯돌인가에 갈고 있고 나는 줄에 묶여서 꼼짝할 수 없다. 둘이서 다가오더니 내 손 한 손을 바닥에 깔고는 칼을 갖다 댄다. 너무 무서워 벌벌 떨면서 칼을 내려다 보니 날이 두툼해서 베일 거 같지 않다. 칼로 손가락 사이를 꾹 누르면서 베어 나간다. 안 아프다. 썩썩 칼이 잘 든다. 다섯 손가락 사이사이를 다 가르니 손이 너덜너덜해진다. 그걸 내가 손으로 둥글둥글 뭉친다.

택시 정류장이다. 굵은 스텐 파이프에 택시 기사 너댓 명이 걸터 앉아있다. 운전하다 음악 방송 중간에 내 사연을 듣고 훈상이를 만나게 해 준거라고 내게 말해준다. 요즘 친구 찾아 이러는게 드물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꿈인가 현실인가 비몽사몽 간에 생각해 보니 꿈인 거 같다. 현실인가 꿈인가 눈가에 손을 대보니 눈물이 흥건하다. 현실이다. 눈 뜨면 꿈이 달아날까 눈을 뜨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꾸었던 꿈을 아련히 되새긴다. 살며시 눈을 뜨고 조용히 일어난다.

얼른 베란다로 나가서 담배 한대 꺼내 물고 시계를 보니 오늘 아침 5시 반. 쭈그리고 앉아서 스맛폰을 손바닥 위에 얹고 자판을 두드리며 기억을 써내려 간다. 꿈이라서 논리고 뭐고 밑도 끝도 없다. 생각난 순서만 있다. 꿈 꾼대로 기록이니 탈고랄 것도 없다. 대충 손보면 끝.


해석


꿈에 장면마다 대개 이유가 있다. 다 쓰면 너무 기니 혹시 필요한 사람만 알려주겠다.

대충 몇 가지만.
대영이를 최근에 만난 건 전달 산행 때였고, 스맛폰 손가락으로 매일 교감했다.
훈상이는 고교 졸업 후 만난 기억이 없다.
6월인가 산행 때 친구와 훈상이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고, 전달인가 밴드에서 훈상이 연락처를 물어 본 것이 가장 최근이다.
삼영이는 몇 년전인가 더 오래 전인가 상가집인가에서 한 번 보았고, 달포 전쯤인가 소식을 전해 들었고, 어제 밴드에서 생일 축하 인사 하길래 사진을 확대해 보고 엷은 미소가 온화하고 넉넉해 보인다고 느낀 것이 가장 최근이다.

친구 꿈을 꾼 건 기억하는 한 처음인 거 같다. 눈 뜨고 나서 이리 생생하게 기억하는 꿈도 드물다. 수없이 많이 되풀이 되어 각인된 꿈이 둘이 있기는 하다. 하나는 아주 아주 어릴 적 거꾸로 매달려 시계추 처럼 오가며 큰 종에 머리를 부딪혀서 꿀 때 마다 가위에 눌려 허우적 대다가 공포에 질려 깨어났던 꿈이다. 줄거리가 없고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다른 하나는 전쟁터 한가운데서 쫒기다가 식구들과 헤어져 펑펑 울다 깨어 보면 눈물이 주르륵 흐르던 꿈인데 줄거리가 바뀐다. 전쟁 꿈은 국민학교 때 집중적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간혹, 지금도 아주 어쩌다 꾼다.


2017.08.12




-----  ㅇ -----




꿈 둘



한적한 미국 공항이다. 촌인지 대기하는 데가 건물이 아니고 작은 광장에 바닥은 흙이다. 혼자 서 있는데 주위에 외국인이 삼삼오오로 서너 팀이 보인다. 한 일행 중 키 큰 백인 남자 하나가 Where are  you  from? 내게 묻는다. 못알아 듣는다고 생각했는지 Where  / are  / you   /  from?  천천히 끊어서 다시 묻는다. 나는 come인지 먼지 헷갈리면서  I come from 하다가 am이 떠올라 I am from Korea 라고 정정해서 말한다. Korea를 북한으로 생각할까봐 South  Korea 를 덧붙이는데 이 사람도 동시에 South  Korea? 라고 한다. 또 한 번 Korea라고 말하길래 한국을 아는거 같다고 생각한다.
이 일행 서넛 중 이 사람 하고만 얘기하면서 비행기를 타려고 탑승 게이트를 지난다.
게이트라 하기엔 초라해서 여닫이 문 하나로 나무 틀에 비닐로 덮은 거 같다. 문을 건너니 길이 이어진다. 흙 마당에 사람 둘이 다닐 폭으로 흙 묻지 말라고 폭 좁은 나무 판자를 엉성하게 바닥에 가로로 연이어 깔았고 여기저기 틈이 보인다. 비행기 까지 이어지는 거 같은데 비행기는 보이지 않는다. 키 크고 살짝 마른 흑인 남자가 옆에서 나란히 걸어 가며 내게 머라 묻고 나는 머라 답한다. 흑인은 슬며시 머리를 바짝 가까이 대면서 내 입술 오른쪽 끝에다 슬쩍 자기 혀를 깊숙히 들이 밀어 훑는다. 기습 키스다. 화들짝 놀라니까 모르는 척 앞서간다. 에이즈가 생각나 혀로 입술을 샅샅이 빨아서 퇘퇘 길 바깥 쪽에 여러 차례 내뱉는다. 입술을 빨면서 병원균이 혀와 입속 침에 섞일까 개운치 않다. 칫솔질 하고 싶다. 칫솔질하면 더 섞일 거 같다. 타액으로 옮긴다지만 입안에 상처 없으면 피속으로 안들어가니까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한다. 비행기 표도 없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타고 싶지도 않아서 홱 돌아서서 게이트를 나서니 처음에 섰던 곳 같다.
이번엔 게이트 반대 쪽을 보고 있고 앞에 큰 바위산이 보인다. 오름 계단이 정상까지 이어지고 정상에 큰 동상인지 사람 형상인지 인공물이 보인다. 멋지다. 찍어서 밴드에 올리면 좋겠다, 친구들이 어딘지 물어보면 친구들에게 미국이라 말할까, 그러면 부러워하겠지, 말하지 말까 생각하면서 바위산에 스맛폰 초점을 맞춘다. 바위산으로 다가가 바로 아래다. 산에 붙어서 휘어서 올라와 아래 끝이 보이지 않는 돌계단이 있고, 바위를 쳐내서 계단을 만드는 중이다. 오늘 작업을 마친 듯 여럿이 떠들며 계단을 다 올라왔다. 계단 입구에서 기다리던 한 남자가 그 중 40대쯤 푸짐하고 조금 억세 보이는 여자에게 상으로 곡괭이를 준다. 여자는 받아 들고 무척 자랑스러워 하며 머라 말한다. 계단 옆 산쪽 벽에 돌출 글씨로 멀리서도 보이게 큼지막하게 영어로 C로 시작하고 o, a, l 자가 섞인 여덟인가 아홉 자리쯤인 길다란 한 단어가 보이는데 콜로라도 아니면 캘리포니아인데 몇 번 봐도 구분을 못 하겠다. 휜 계단을 돌아 내려가니 저 아래 평지에 말 타고 크고 둥근 멕시칸 모자 쓰고 망토를 두른 한 남자가 말을 진정시키고 있다. 제자리서 좌로 우로 말과 함께 움직이는데 말이 앞발을 들어 허공을 박차기도 해 꼭 서부영화 주인공 같아 멋있다.

허공에 공중 부양 상태다. 위로는 떠오르지 않고 수직으로 하강하는데 속도가 제어된다. 옆은 바위인 듯 절벽이다. 세 배는 커 보이는 쥐 한마리가 벼랑에 삐져 나온 듯 턱 위에 웅크리고 있어서 툭 건드니까 떨어지더니 턱에 걸렸고 공중 하강해 내려 와 다시 툭 치니 다시 아래 턱에 걸리고 다시 하강해 내려 와 툭 치니 뚝 떨어져서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돌아 서니 계곡 물이다. 설악산 계곡같이 넓고 맑다고 생각한다. 바위 계곡이고 얕게 고인 물에 손을 씻고 담근다. 계곡 옆 길 축대 턱 끝에 아이 셋이 무릎 꿇고 앉아서 재미있다는 듯이 나를 보며 머라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물을 막아선 바위 위에 넙대대 하게 돌이 놓여 있어 집어보니 부침개를 세 장 붙여 놓은 양 펼쳐졌다, 정방형으로 조금 접히기도 해 흔들어 보니 이음새 부분이 덜거덕 하면서 흔들린다. 돌인데 신기하다. 아이들은 이걸 지켜보며 즐거워한다.

계곡을 더 내려 가니 너르고 깊어 보이지 않는 강이다. 맑다. 이 강을 따라 저 멀리 작은 내인듯 하나가 수직 방향으로 위로부터 합류한다. 더 내려가 가까이 가니 내가 아니라 이 또한 같은 폭의 큰 강이다. 폭 전부가 빗경사면이고 경사면을 타고 폭포처럼 강물 전부가 흘러내린다. 이것도 맑았는데 점점 흙탕물이더니 완전 흙탕물로 변하고 엄청 크게 물이 불어서 무섭다. 두 강이 합쳐지니 한쪽은 맑고 조용한 강물이고 다른 쪽은 한껏 불어난 흙탕물이다. 혹시해서 하늘을 보니 상류 쪽에서 먹구름이 빠르게 다가 온다. 지나가는 비같다.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데 앞선 먹구름에서 투명하고 큰 물방울들이 굵직하게 늘어져서 무리져 보이고 내리지는 않고 그림처럼 보인다. 여럿이 보고 있다가 돌아서서 강가로 냅다 뛰기 시작한다. 가까스로 마지막에 몇 방울만 맞았다. 툭툭 어깨를 털고 나무로 된 차양 아래로 들어간다. 대여섯 앉을 정도 사각 평상 위에 다들 앉아서 비를 피한다. 비는 잠깐 그치고 바람이 분다. 점점 세진다. 차양이 바람에 날릴까 불안하다. 거세진다. 귀가 떨어져 나갈 거 같아 머리를 감싸고 웅크린다. 더 세진다. 제트기 엔진에서 나오는 거 같다. 너무 무섭다. 다행히 바람이 그친다. 비행기 타러 갔던 외국인이 바람이 초속 5미터란다. 묻지도 않았는데 초속 5미터는 영어사전이 날라간단다. 다른 외국인 남자가 사전을 들고 속에 낱장을 펄럭이면서 반 두께라며 맞다고 맞장구친다. 초속 5미터가 시속 얼만지 계산하려는데 계산이 안 된다. 세번인가 해도 안 된다.

좁은 방이다. 엠씨 유재석, 채, 나, 처음 보는 이 넷이다. 소풍 간다. 아래에 작은 개울이 있는 둔덕에 먹을 게 펼쳐 있고 셋이 젓가락을 다 들었는데 나만 없다. 내 꺼 없냐니까 실수로 안 가져왔다고 한다. 누가 젓가락을 줘서 맛있게 바닥까지 긁어 먹었는데 하얀 스텐으로 만든 큼지막한 원통형이다. 셋이 뛰어가더니 사라졌다. 자취방에서 셋이다. 내 자리가 없다. 채가 음모를 꾸몄다고 생각한다.

풀장이다. 남자하고 나하고 둘이다. 둘이 쓰기엔 넓다. 널찍이 떨어져서 각자 논다. 한 사람은 풀장 가에 떠 있고 난 중앙에서 가 쪽으로 두세 번 칼 수영한다. 풀장 앞쪽 위로 높이 커피숍 창이 길게 이어진다. 창쪽에 여자들이 앉아서 앞을 보고 얘기한다. 그러면 풀장을 안 보는 거다. 한 여자가 고개를 살짝 왼쪽으로 틀고 풀장을 내려다 보는 듯하며 빨대로 음료를 마신다. 몸을 뒤집어 하늘 보고 서서히 떠 오른다. 발가벗었다. 저 여자가 물에 쪼그라든 거시기와 거웃을 볼텐데 생각한다. 등은 반은 잠기고 배쪽 반은 물에 뜬다. 내가 봐도 보이는데 역시 볼 품 없고 털은 검다.

꿈인가 현실인가 비몽사몽 간에 생각해 보니 꿈인 거 같다. 눈 뜨면 꿈이 달아날까 뜨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꾸었던 꿈을 아련히 되새긴다. 살며시 눈을 뜨고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난다.
얼른 베란다로 나가서 담배 한대 꺼내 물고 시계를 보니 8시 반. 쭈그리고 앉아서 스맛폰 메모장에 기억을 대충 써내려 간다. 꿈이라서 논리고 뭐고 밑도 끝도 없다. 순서만 있다.




해석 1


꿈에 장면마다 대개 이유가 있다. 다 쓰면 너무 기니 혹시 필요한 사람만 알려주겠다.

대충 예시하면,


-- 미국 공항

미국은 가 본 적 없다. 일본 2번. 대만 한번. 홍콩 3번이 전부다. 대학 때 영어 회화 배운다고 청량리 역 광장에서 중년 백인 남자에게 처음 말을 붙였다. 나무 문, 나무 판자는 두어 달 전에 응팔 1968에서 봉구네 변소를 묘사한 그것과 흡사하다. 며칠 전 TV에서 뉴스로 국내 에이즈 환자가 매년 늘었다고 했고 유심히 보았다. 비행기 추락이 두려워 타기를 몹시 꺼린다.

-- 바위산

요즘 밴드에 여행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 쥐

어릴 때 쥐와 같이 살았다. 밤이면 천장 도배지 찢어진 틈으로 쥐가 툭툭 떨어졌다.

-- 자취방

대학 졸업할 때 쯤 매우 비좁은 방에서 넷이 자취한 적 있다. 2000년에 넷이 동업했고 사업이 위기에 처하자 3:1로 나만 소외되었다.

-- 풀장

어제 친구가 밴드에 근무하는 방에  걸린 그림을 찍어서 올렸다. 풀장 옆에 두 사람이 트럼본을 불고 있다. 요상한 그림이라 예닐곱 번 확대해서 유심히 보았다. 23년 전 회사 포상 휴가로 일본 여행갔다. 온천서 홀딱 벗고 탕 안팎을 오가는 걸 부하 여직원 한명이 위에서 다 내려다 보았다고, 시설을 여자들이 남탕을 보게 만들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해석 2



8월 19일 아침 8시 30분에 비몽사몽간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6시 반에 한 번 깨서 잠시 일어났고 그땐 안 꿨으니 다시 잠든 7시 이후 꿈 꾼 거다. 깨기 직전에 꿈이라고 느꼈으니 적어도 마지막 부분은 깨기 직전 꿈이고 꿈은 금방 잊혀지니까 기억해낸 꿈 전체가 아마 깨기 직전 꿈일게다.

프로이트가 꿈은 무의식, 잠재 의식과 관련있다고 했던가? 최근 연구에서  잠자는 중에 뇌의 기억 창고에 저장한다고 했나? 최면술로 맨정신엔 전혀 기억 못 하는 사람, 장소, 물건, 차 번호를 찾아낸다.

최근 두 꿈을 적다 보니 7할 정도가 내 기억과 직간접으로 일치한다. 나머지는 기억을 못 해내는 것 같다. 꿈은 과거와 최근의 상황, 일, 장면이 뒤섞여 있다.

그렇다면 꿈은 자는 중에 기억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올 경우에 꾸는 거 같다. 긴장의 정도, 자극의 강도, 발생 순서 뭐 이런 어떤 저장 기준이 뇌에 있고 기준대로 저장이 수월치 않으니까 오작동 하고 뒤섞여 혼재되어 꿈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어릴 때 꿈을 자주 꾸고 내용도 다양한 건 저장 훈련이 덜 되서이고, 나이 들수록 반대인 것은 저장 체계가 자리 잡았기 때문 아닐까?

뇌 과학이 미래 산업의 큰 축인데 뇌파, 뉴런 이런 거 말고 나 같은 실제 꿈도 연구에 필요할 거 같다. 근데 이게 돈은 되나? 아님 기록으로서 가치는 있나?


2017.08.21




-----  ㅇ  -----





꿈  셋



균태네 집에 놀러갔다.
우리 가족 넷.
균태네 가족 침실이다.
엄청나게 컸다.
균태와 마눌과 어린 아이 둘
자려는 듯 편한 잠옷 차림.
나는 가족과 같이 침실 문 쪽에 서서 균태 마눌과 머라 간단히 묻고 답한다.
균태가 아이 둘 델꼬 침실 오른쪽 커튼을  제낀다.

두둥

천장이 엄청 높고 길이가 한참 멀고 폭도 엄청 넓다.
이게 머여? 가만히 보니 성당이다.
바닥이 원목 무늬목 비싼 자재다.
침실과 성당 바닥 사이가 턱이 없다.
성당 쪽으로 약간 내리막 경사.
아무도 없는데 균태가 가족 셋이서 손잡고 즐겁게
걷는 듯 가볍게 뛰는 듯 내려가며 실내 중간으로 간다.

어? 균태가 병원 건물에 침실을 차렸나?
그리고 병원 건물이 전부가 아니네?
건물은 일부고 성당이 열배 크네?
저게 다 균태꺼?
병원 따로 성당 따로?
침실 벽이 없고 바로 성당으로 연결, 바닥도 같은 마감에 턱 없이 연결이면 같이 지은 거다.
그러면 같은 집이다.
병원이 균태 꺼니 성당도 개 꺼다.
아님 공유지분?
그래도 엄청 크다.
자슥 엄청 부자네.
살짝 주눅이 든다.

마눌, 애들과 침실을 나와 문으로 들어가니 같은 성당 내부.
걸어 들어가니 중간쯤에 고급 식당.
원형 스탠드바식이다.
키 큰 남자가 세프인지 끝 쪽이 조금 좁고 길다란 원통형에 세로로 주름진 흰색 모자를 쓴 채 허리 굽혀 손님이 들고 있는 희고 둥근 접시에 요리를 떠담아 주고 있다.
손님이 몇밖에 안 보인다.
아, 비싼데다.
살짝 긴장한 채 앉을 자리를 찾는다.

잠이 깬다.




해석


바로 쓴다.
쓰고나니 균태가 서운하다.
자슥, 가족이 지 집에 놀러 갔는데
지 성당 안에 고급 식당이 있는데 밥도 안 사줬다.
균태야, 니 건물 고급 식당서 밥 안 살거면 내 꿈에 출연 마라ㅋㅋㅋ

균태네 집에 마눌과 같이 간 적있다.
균태 마눌과 같이 깔끔한 닭갈비 집서 만났다. 즐겁게 맛있게 먹었다.
균태가 샀다. 부부가 친구 부부와 같이 식사한 거 처음이다. 집까지 초대 받은 거도 처음이다. 고마웠다.
마눌이 고급 식당에 갔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균태는 자식이 둘이다. 같이 식사하며 고등학생인 아들의 진학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은 대학생이다.

집은 아파트다. 어머니방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리워했다.
닭갈비 먼저 그 다음 집에 갔다.
병원은 적당한 크기 건물이고 고급 식당은 없다.

며칠 전 새로 지은 만종역사를 처음 갔다.
특히 천장 전체를 굵은 원목으로 빗살형으로 처리한 게 눈에 띠어 한참 보았다. 역사를 평범하지 않게 비싼 인테리어로 마감해서다.
성당 같이 엄청난 크기, 높이, 넓이의 균태 건물 내부는 만종역사의 재현인 듯하다. 다만 만종역사 바닥은 원목 아닌 석재 마감이다.

이로 보건대

꿈은 사실 기반이다. 다만 순서가 바뀌었거나 섞인 것이다.
사실과 다른 것은 상상이라기 보다 기억해 내지 못한 부분일 가능성이 크다.
꿈으로 나타난 것은 뇌의 기억 저장 원칙에 위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테면 기억의 저장의 기준이 발생 순서, 자극의 강도가 센 순서 머 이런 것이고, 밤에 수면시에 분류되고 저장되는 것이라면, 기준대로 기억이 저장되지 않을 때 아마도 꿈을 꾸는 게다.


2018.02.20




-----  ㅇ  -----





꿈 넷



일부 살짝 19금? 

꿈은 꿈일 뿐.

꿈의 기록과 해석이 필요한 분만 보시라.





봉고차 안.


대영이가 운전대 잡고 섭봉이가 그 뒤 내가 그 옆. 내가 몸을 섭봉에게 바짝 붙여 내밀고 손바닥에 큰 종이를 한장 펼쳐 먼가 설명한다. 섭봉이 그렇다는 표정이고 대영이는 운전하며 귀 귀울여 듣는다.


어딘가 도착.


차 미닫이 문을 열고 여럿이 우르륵 내린다. 흙마당이다. 섭봉이가 마당에서 이어진 누런 잔디 깔린 둔덕에 앉아 내게 묻는다. 가게에 대해서인데 산부인과적인 질문. 내가 간략히 답하니 수긍한다.


단체용 아주 큰 방.


다른 친구 둘이 널찍이 떨어져서 벽에 등을 대고 양발을 뻗고, 나는 반대쪽 벽에 기대어 같은 자세로 둘을 마주 보며 쉬고 있다. 갑자기 누가 핸드폰을 손바닥에 들고 방에  뛰어들어오면서 호윤이가 카톡방에서 날 호출했다고 큰일 이라도 난 것 처럼 호들갑이다.
내가 호윤이와 카톡한다.
내가 친구 여럿에게 호윤이와 내가 다투는 게 재미있지, 스릴있지, 둘 다 한 성격하는데 한 판 주먹질 붙을까 말까 조마조마하지 말하면서 껄껄 웃는다.
근데 이게 다 추억이야, 우리 얼마 안 남았어 말하는데 눈물이 주르륵 흐르더니 꺼이꺼이 소리내어 서럽게 운다.
누가 방 안 테레비를 보란다.

고교 때 어딘가에서 행사 후 흙마당에서 놀이하는 모습이 나온다. 짧은 거리를 잠깐 뛰었다가 돌아와 마당에 세운 키높이 원통 나무 기둥을 먼저 터치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내가 터치하며 웃는다.
조금 떨어져서 행사 준비를 하는지 호윤이가 고등학교 때 상하 교련복에 상체에는 열병식용 흰색 X밴드를 차고 있고, 한세는 거기에다가 장식인지 더해서 화려하게 차려 입고 있는 중이다.


70년대 우리 집 앞 골목.


끝에 집 뒤 펌프 가에서 여자가 빨래중. 세들어 살고 키 작고 뚱뚱하고 밉상이라 반갑지 않다.
빨래터 직전 골목에 자전거 한 대가 손잡이가 입구 쪽을 향해 골목을 가로막고 있다. 뒷좌석 위에 너르고 큰 통에 빨래 빤 게 젖은 채로 담겨 있다. 자전거가 꽉 막아 골목을 지나갈 수 없어서 내가 그 위로 삐융 날아서 통과하는데 군화에 묻은 흙이 우수수 떨어져 빨래한 옷 위로 떨어진다.
미안해서 옷을 들어 털어낸다.
여자가 허리를 바싹 굽힌 채로 궁둥이를 높이 쳐들고 궁둥이로 내 한쪽 손을 벽으로 민다. 치마가 흘러 내려 허연 궁둥이가 보인다. 손은 궁둥이에 밀려서 벽에 닿는다. 더 밀릴 데가 없다. 손은 주먹을 쥐고 있고, 여자가 그 자세로 밀어 대니 여자 머시기에 주먹이 반쯤 박힌다. 그 상태로 여자가 궁둥이를 슬슬 좌우로 움직인다. 주먹이 미끌미끌 뜨거운 게 기분이 묘하다.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슬그머니 주먹을 좌우로 살살 돌려본다. 여자는 궁둥이를 흔들어 주먹을 격렬하게 비벼대면서 흥분한다.
이때다. 남편이 멀찍이서 방문을 연다. 골목 안쪽에 우리집에 세들어 사는 집의 방에서다. 그가 아내인 여자를 보며 부른다.
둘 다 화들짝.
여자가 겁먹고 남편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허리를 펴며 옷 매무새를 바로 잡는다. 둘이서 무어라 묻고 답하는데 남편은 눈치 채지 못한다.


다시 큰 방.


남편이 들어 오면서 나보고 술 한잔 하잔다. 같이 먹기 싫은데 거절 못한다. 내게 청년인 아들 둘이 있다. 큰아들에게 소주 두병 사오라고 5천원 지폐 한장을 준다.


내가 우리집 처마 아래에 서 있다.
멀리서 여자 셋이 진분홍 일색 원피스로 방문판매 복장을 하고 주택가 큰길을 나란히 걷는다. 셋 다 아는 여자다.
키가 크고 제복이 잘 어울린다. 이집 저집 기웃하며 집을 찾는 거 같다.
그 중 가운데 한 명이 체격이 크다.
나는 숨으려 하는데 숨을 데가 없다.


잠이 깬다.


꿈이다.


아침 5시다.




해석


대개 꿈은 현실의 반영

뒤죽박죽일뿐
때로 반대다.




2018. 3월 초 어느날




* 등장인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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