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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Sep 04. 2020

나의 분신인 친구

삶과 죽음은 하나


-- 20대 청년 되니 아부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하는 거야 --




친구 여섯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동갑내기 셋과 나이 차이 셋  


곧 60세 한바퀴 돌면 다시 한 살인데

나이가 무에 그리 중요할까 


지금 나를 아는 사람들

내가 아는 사람들

100년이면 다 사라지고

다시 100년 지나면 다 잊혀질 거

같이 살며 사랑하며 서로 알아주면 

그게 다 친구지

.

.

.


세엣    




32살, 34살에 각각 처음 만났어   


어느 날 녀석은 나의 씨가 되었어

씨는 내 피의 반과 아내 피의 반을 받았고

몸이 되고 얼굴이 되고 그리 열 달 되고

드디어 서로 처음 만나는 날

녀석의 첫 울음 소리에 

나는 생명의 기적을 보았고 삶의 이유를 찾았지

내 눈을 마주보고 처음 압빠라 하며 날 부르고

처음 뒤집고, 처음 기고, 첫 걸음 떼고, 첫 학교 가고. . .

하나 하나가 기적과 같아서

고단한 삶에 희망의 횃불이 되었지    


자식 말일세  


내나이 57세

자식은 20대 청년

내나이 첫돌, 10세, 20세

자식도 첫돌, 10세, 20세 때가 있었지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시차만 있을 뿐 같은 나이를 사는 게야

20대 청년 되니 아부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나처럼 삶을 살아가것지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자식이야말로 친구 중에 친구 아니것나   


내게 삶의 이유와 환희와 희망을 선물한

내 목숨 하나쯤 바쳐도 아깝지 않은

나와 두어 세대를 함께 살다가

내가 한 세대 먼저 갈 뿐인

사랑하는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분신인 나의 친구  


사람들은 자식이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친구라 부르려 하네

.

.

.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같이 살며 사랑하며 나를 알아주고 내가 알아주는    


사무치게 그리운 친구

나의 반쪽인 친구

나의 분신인 친구

귀하디 귀한 친구

소중한 친구

껌딱지 친구  


이처럼 남들에게는 없을 법한 친구가 여섯이나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네                




'친구 여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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