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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Sep 05. 2020

소중한 친구

삶과 죽음은 하나


-- 내게 추억을 선물한, 많은 거 같지만 막상 세어보면 얼마 되지 않는 --




친구 여섯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동갑내기 셋과 나이 차이 셋  


곧 60세 한바퀴 돌면 다시 한 살인데

나이가 무에 그리 중요할까


지금 나를 아는 사람들

내가 아는 사람들

100년이면 다 사라지고

다시 100년 지나면 다 잊혀질 거

같이 살며 사랑하며 서로 알아주면

그게 다 친구지   

.

.

.


다섯   




철들기 전에 만난 녀석들이 있어


녀석들과는 10대 청소년 때 추억이 있지

결혼하고 사회로 나가고는 가족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사느라 뜸했어

녀석들에겐 의무가 없지. 권리도 없고

비교는 쉽지만 배려는 꺼리지

그래서 멀어지는 건 한순간이고, 다시 가까워지는 건 어렵지

성격도 가지가지, 생긴 거도 각양 각색 녀석들은 참 다양하지

착하거나 못되거나, 정이 넘치거나 까칠하거나,

영리하거나 어리숙하거나, 용감하거나 신중하거나, 잘 생기거나 아니거나.....

그래서 녀석들은 글쟁이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지  


친구 말일세    


내 나이 57세

녀석들도 비슷한 나이

내 나이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녀석들도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나와 같이 나이를 먹었지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녀석들 삶에 공감이 가고, 어떤 녀석은 내 삶에 공감도 해 주더라고

그렇게 길지 않은 삶을 함께 늙어가것지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 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녀석들이야말로 친구 아니것나    


내게 추억을 선물한

많은 거 같지만 막상 세어보면 얼마 되지 않는

없어도 될 거 같지만 막상 없으면 아쉽고 외로운

만나서 웃고 떠들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고

늘어나는 주름살을 보면 혼자만 늙어 가는 게 아니라는 위안을 주는

이래저래 필요한 꼭 필요한

같은 나이로 살다가 다른 나이로 떠나갈

소중한 나의 친구    


사람들은 친구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소중한 친구라 부르려 하네    

.

.

.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같이 살며 사랑하며 나를 알아주고 내가 알아주는    


사무치게 그리운 친구

나의 반쪽인 친구

나의 분신인 친구

귀하디 귀한 친구

소중한 친구

껌딱지 친구  


이처럼 남들에게는 없을 법한 친구가 여섯이나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네                




'친구 여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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