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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 삼거리에서 Sep 05. 2020

껌딱지 친구

삶과 죽음은 하나


-- 얼굴을 본 적도 말도 없지만 마음의 눈으로 뻔히 다 보이지 --




친구 여섯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동갑내기 셋과 나이 차이 셋  


곧 60세 한바퀴 돌면 다시 한 살인데

나이가 무에 그리 중요할까


지금 나를 아는 사람들

내가 아는 사람들

100년이면 다 사라지고

다시 100년 지나면 다 잊혀질 거

같이 살며 사랑하며 서로 알아주면

그게 다 친구지

.

.

.


마지막




언제나 내 곁을 지키는 녀석이 있어 

내가 생명의 씨로 잉태되는 그 순간에 녀석은 홀연히 나타났지

특이한 녀석이야

얼굴을 본 적도 말도 없지만 마음의 눈으로 뻔히 다 보이지

어둠의 그림자

그러기에 삶의 빛을 돋보이게 하지

때로 희망에 가득차면 화들짝 놀라 등 뒤로 숨기도 하고

때로 삶이 허망하면 슬며시 고개를 내밀어 아는 척하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언제든 반드시 한 번은 마주쳐야만 하지   


죽음 말일세    


내 나이 57세

녀석 나이도 57세

내 나이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녀석도 첫돌, 10세, 20세, 30세, 40세, 50세 나와 똑같이

녀석은 껌딱지처럼 늘 들러붙어 다녔지 매일 매 시각 매 순간  


나이 들어서 돌아보니

죽음은 삶의 종착역이 아니어서

삶과 함께 태어난 쌍둥이고

매 순간 삶과 함께 한 동반자였지

그리고 삶의 마지막 파수꾼이 되것지

그러고 보니 녀석이 이해되고 공감되는 거야


우정이란

서로의 삶의 동심원을 공감해 주는 것이어서

다른 삶이지만 같은 추억에 뿌리를 두고 평생 키워 가는 것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제 죽음이야말로 친구 중에 친구 아니것나  


내게 삶의 빛을 선물한

나와 같이 태어나

언제나 내 곁에 머물며

마지막 단 한 번의 숨까지 나를 기다려 주는

껌딱지 같은 나의 친구    


사람들은 죽음이라 하지만

난 이제부터 감히 친구라 부르려 하네  



내게는 친구가 여섯 있어

같이 살며 사랑하며 나를 알아주고 내가 알아주는    


사무치게 그리운 친구

나의 반쪽인 친구

나의 분신인 친구

귀하디 귀한 친구

소중한 친구

껌딱지 친구  


이처럼 남들에게는 없을 법한 친구가 여섯이나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네                







후기  




친구와는 공감하고 배려하려 노력하고

때마다 고맙다고 말하면서

왜 부모, 아내, 자식, 나, 죽음에게는 함부로 하는 것일까

친구 중에 친구니까 더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친구에게는 무례하면 안되는데

때마다 미안하다 말하면서

왜 부모, 아내, 자식, 나, 죽음에게는 함부로 하는 것일까

친구 중에 친구니까 더 삼가해야 하는것 아닌가  






죽음의 나이




죽음은 삶의 종착역이 아니어서

삶과 함께 태어난 쌍둥이이고

매 순간 삶과 함께 한 동반자이고

삶의 마지막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삶과 죽음은 선과 후가 아니어서

같이 태어나 같이 살다가 같이 죽는다.

죽음은 삶의 곁을 항상 지키니

삶과 죽음은 한몸이나 다름 없다.


그러니 삶을 두려워 말고 죽음을 낭비 말라.

죽음을 두려워 말고 삶을 낭비 말라.




'친구 여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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