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치 생명 여행

by 가매기삼거리에서

오늘 원주 북에서 남으로 관통.

애견이자 충견의 목숨이 달린 길이다.


가매기 태장동ㅡ학성동ㅡ평원동ㅡ중앙동

ㅡ 일산동ㅡ무실동


은 얼마 남지 않은 생임에도 나보고 걸으라 하며 내 건강을 챙긴다.

17년 고령에 심장마저 약해져 복수가 찬다. 약으로 연명하고 오늘은 약 타러 동물 병원 가는 날.


길은 널직, 상점은 우아, 집은 단아.

하나같이 깔끔하다.

무엇보다도 안전.

큰길이든 질러가는 골목이든.

누가 선진국이라 했는가.

마음 놓고 걸으니 한수 위 일류국.

뿌듯하다.


가로수 끊이지 않고, 숲도 두 곳이라 그늘 따라 걷다가 쉬고 그러다 걷고.

감나무 집에 한창 짙푸른 감 열음. 그래서 여름이라 이름인가. 열음도 여름도 아름다워라.

편의점 둘에서 아이스 아메로 갈증과 더위 풀고. 한 곳 2000년생 알바에게 20분 진로 강의. 청년의 용기를 북돋운다.


오는 길 중앙동 전통시장. 할머니만두에서 시원한 콩국수 한 사발 냉큼.

봉천내변 그늘서 쉬던 잉어. 팔뚝만하고 배 불록. 어쩌다 인기척에 직선으로 내빼지 않는다. 나를 곁눈질 하면서 활처럼 빙둘러 휘적휘적 중앙으로.

내가 성가신 거다.

뽕나무, 버드나무, 바위, 물풀 아래서 각 하나씩 네 마리 연달아.

한낮 피서로 덩치 큰 물고기는 각자 플레이인가 보다.


막바지에 새로 오픈한 마트. 역시나 빵빵한 냉방에 금새 냉몸. 그러고보면 더위는 피부고 호흡이다. 파고들면 안되니까 땀과 가쁜 날숨으로 방어하고 기전이 망가지면 열이 오르는 거다.

구석에 화장품 4칸 진열대가 눈길을 확 잡아챈다.

음, 저 구색 저 가격 저 진열이면 딱이겠군.

관찰 중인 샵과 하모니를 따져 본다.

매출, 매출 이익, 영업 이익, 초도 상품, 관리...

유심히 보니 남성용이 빠졌다.

찰칵 찰칵 스맛폰 여섯 방.

좌에서 우에서 빗겨 한 방씩, 진열대 각 정면으로 한 방씩.

반평생 신사업, 복합 매장의 동물적 감각인가 미련인가.


잰 걸음으로 왕복 네 시간, 차로 20여분 거리지만 노년 세월이 좀먹나 쉬엄터벅 일곱 시간.

이번이 도보로 두 번째니 그간 심장약 덕에 노충견 열흘 더 산 거.

녀석 열흘의 명을 다시 기대해 본다.


병원에서,

"통증이 오면 어쩌죠? 저번에 상의한대로 하늘나라 보내주어야겠죠?"

수의사는 고맙게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

자연으로 돌아갈 자리는 봐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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