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고개길 이야기
강아지풀 함함 피어난 꽃 보시었나요
육판길 그리워 산길 나려와
산 사이 농로 쉬엄터벅 걷사옵니다
길가 누렇게 털송이 강아지풀
벌써 가을? 홀로 쓸쓸합니다
송이 주위 얼핏 반짝 무언가
어릴 적
까슬까슬 푸른 송이 따서 입에 물었더랬죠
뻔히 알면서 혀에 얹어 보아요
결 타고 목으로 기어들어 쩔쩔맵니다
씨는 털 틈새로 훤히 보였어요
노오란 점들
받치는 대는 아니 보이니 허공에 뜬 듯
눈 바짝 대도 꼼짝 않으니 날벌레 아닌 것이
아하, 이게 꽃이로구나
아침해 옮아붙어 빛 타오르는
스맛폰 찰칵 키워 보니
그제서야
꽃은 면봉 모양새 눈 질감 보들보들
털 바늘 끝서 피웠습니다
그러니까
거미줄 가닥보다 갸냘픈 꽃대
몫 다하려 꼿꼿한 강아지풀 꽂
입에 물던 털송이는 꽃송이였던 게지요
여름 막바지 온 힘 모아 털끝 디디고 꽃을 틔우는 거외다
12간지 여섯 바퀴 돌쯤에야 눈에 띕니다
반갑기도 고맙기도 헛헛하기도
오호, 댁은 뉘시오
나 또한 반갑고 고맙소만
속살까지 내보이니 쑥스럽소
헛헛할 건 무엇이오
한해살이 색바랜 나도 꽃 피워내지 않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