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민둥산이었어요
빡빡 민 머리 같은 동산
장마면 바로 황토 흘러 냇물을 온통 똥색 흙탕물 만들어 버리는
나무라 하기엔 띄엄띄엄 꼬맹이 허리춤 도토리나무뿐
꽃이라곤 무릎 높이 창꽃 즉 진달래꽃 정도
더 굵으면 닥치는대로 잘라다 땔감으로 썼으니까요
그때는 육이오 전쟁으로 산이 폐허가 된데다 연료라곤 나무밖에 없었어요
1960년대 세계은행 WORLD BANK가 세계 최빈국 한국에 산림하라고 돈을 빌려줬답니다
역시나 가난한 다른 나라들처럼 딴짓거리
WB는 득달같이 들이닥쳤고 정부에 따졌대요. 왜 돈 엉뚱한 데 쓰냐고
먼저 연료를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 나무를 심어야 한다, 그래야 나무를 안 벤다, 그래서 받은 돈은 최우선 태백 석탄 광산 개발에 투자한다고 했답니다
반신반의. 허나 맞는 말이라 아무말 못 했답니다.
그래도 반신반의
ㅡㅡㅡ
그리하여 집마다 나무 때던 아궁이는 개조해 석탄으로 만든 구멍 19개 십구공탄을 넣었습니다
방구들 덥히고, 밥 해 먹고, 세숫물, 목욕물 데우고
철판으로 만든 톱밥 난로는 고물상에 팔고 쇳물을 부어서 제작한 무쇠난로를 사서 마찬가지로 연탄이나 조개탄을 땠습니다
실내 덥히고, 양은주전자 얹어 마실 물 데우고
매년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했어요
학생, 공무원, 단체 총동원해 전국적으로 산에 나무 심고 자라고 자란 나무가 씨 뿌리고, 또 심고 자라고 씨 뿌리고, 또 심고 자라고 씨 뿌리고, 심자씨, 심자씨, 심자씨.....
그렇게 십 몇 년
계획보다 몇 년 앞당겨 식목을 끝냈습니다
나무는 손가락에서 팔뚝, 아름드리로 사람 나이따라 굵었고, 키는 사람보다 열 배는 빨라서 무릎, 허리, 머리, 두 길, 열 길로 마침내 하늘과 땅을 서로 가렸습니다
전국토를 폐허에서 이렇게 멋진 숲으로 가꾼 건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다고 합니다
신화가 된 거지요
오늘날 당신은 그냥 숲이 아니라 60년 기적을 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저 숲의 나이 노출
들킨 김에 하나 더 드리리다
짧은 수명 인간과 달라서 우린 10년 단위로 나이를 센다오
나랏님이시여, 환갑 잔치 함 해주시오
기적 이루고 세계적 명물 되었구만요
올해 선진국 공인 받았겠다 겹경사요 겹경사
얼쑤,
대한민국 만세로다
지화자,
대한민국 숲 만세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