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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매기삼거리에서 Aug 29. 2021

버섯 축제

8월의 숲은 버섯 축제

하양 노랑 갈색 자주 회색 검정으로 제각기 차려입는다

자연은 흰색 희귀색인데 제일 붐비고

어두운 보호색 하니 눈에 띄길 바라는 거

손톱만한 꼬맹이부터 손바닥 크기 거인까지

작을수록 떼지어서 커다란 건 거만 폼 잔뜩 잡고

능선서 계곡까지, 나무 밑동서 낙엽 위까지, 남북 어디든

숲은 온통 축제의 열기로 뜨겁다


축제에 주연 있는 법

숲속의 왕자

화끈한 왕자

일단 눈길 확 잡아끌게 샛노랑

두 주먹만한 망사 망토두르고

밖으로 돌출 핏줄 선 까만 거북 머리 

안으로 불끈 하얀 속살 바나나

문자 그대로 화룡점정

성스러운 절정의 순간 폭발하는 눈까지

단언컨대 천하 역사에 이토록 축제에 헌신하는 왕자는 없다


동족 티내나

하나같이 머리는 둥글고 대는 곧되

동물과 달라 머리보다 굵은 대는 없다

나무 아래 누구나 평등하다는 거

복색은 다르다

평민은 단색, 귀족은 두 색, 왕족은 삼 



ㅡㅡ



태풍은 축제의 든든한 후원자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때가 왔도다

넉넉하게 물 주니 여린 흙 후딱 뚫고

고개 내밀어 빠르게 만개

한 차례 비로 다 해치운다

해 쨍쨍 부지런히 포자 만들고

산바람 골바람에 퍼뜨리고


축제를 벌이기엔 작은 비로는 어림없고, 큰 바람이라도 지난 후 키 자라니 바람 탈 일 없다

다음 비바람까지 시간도 넉넉


지구 온난화 기상이변은 축제에도 찬물

요즘처럼 태풍과 장마 겹치면 해 보지 못 해 후손 남기기 어렵고 선 채로 썩기 십상

왕자도 예외 아냐


이때쯤 보라빛 횃불 칡꽃은 볼품없이 시든다


태풍아, 다음번 축제 기다릴께

그래도 무서우니 좀 살살 부탁합니다

장마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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