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에 살어리오
봉천에 살어리오
부모형제 만났으니
봉황 산천에 살어리오
봉산에 살어리오
봉천에 살어리오
꿈 안고 희망 품고
봉황 산천에 살어리오
봉산에 살어리오
봉천에 살어리오
한평생 짐 내리고
봉황 산천에 살어리오
봉산에 살어리오
봉천에 살어리오
살어서도 주거서도
봉황 산천에 살어리오
ㅡㅡㅡ
봉천은 하늘이 나리신 홍복입니다.
● 봉천의 발원
발원을 들어본 적은 없다. 금대계곡에서 올라야 하리라. 그 방향으로 치악의 주봉이 섰다. 고려 왕자가 피신했다는 중턱 영원사 위 어디쯤이리라. 봉천이 큰 강 아니어서 누구도 발원에 관심 없다. 시민이 그러니 행정 또한.
No!
모두가 Yes 할 때 여기 딱 한 사람 손들어 외치는 이 있으니 그자 성이 노다. My name is No, not Yes! 외국인에게 이렇게 소개하면 순간 의아해하다가 하하하 웃는다. 그러니 엔간하면 잊지 못 할 터. 다만 여권은 입국 심사 빨리 통과하려고 Noh. No OO? OO이 아니라고? 그럼 뭔데? 심사 관원이 초짜거나 부부 싸움 씨게 한 날이면 시빗거리 되고도 남는다. 원어민이 인정하는 발음이 커버는 한다만. 자기소개란 게 그렇다. 철수와 영희 외엔 한국인도 기억이 쉽지 않은 게 이름인데 외국인이 어떻게 석 자씩이나 기억하나. 첫 만남 한마디가 대못되어 쾅 뇌에 박히면 대성공. 이런 식 사고가 득만은 아니다. 그자 기질 자체가 반항적. 다행히 긍정적으로 반항적. 발상의 전환, 역발상, 창의 이런 거에 습관적이다. 그치만 그때문에 생애 욕 많이 본다. 도전해야 하는데 과하면 무모가 되기에. 혼자서는 자유지만 조직에서야 누가 좋아하겠나. 쫄따구는 억지로라도 따르지만 보신이 철학인 상사라면. 부하의 능력을 질투한다면 더구나. 조직이란게 클수록 이런 걸 싫어한다는 거. 오죽하면 회사마다 혁신 또 혁신을 외쳐댈까. 아주 큰 회사는 그나마 낫지만서도.
봉천의 발원을 찾아 표지석 세우면 의미 있지 않을까.
뿌리를 알면 새롭지 않을까.
전국적으로 천 원점 찾기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위대보다 위소가 찐선진을 가르는 시대 아닌가.
● 금대계곡
황금 띠라서 금대일까 치악산 금대계곡은 차 없던 시절에는 가깝고 시내버스가 자주 다녀 시민들이 워낙 찾던 여름 휴식터다. 금대철교는 일제시대 때 계곡을 가로질러 올린 기차길. 거리를 두고 보아도 하늘이 반 가릴 정도로 치솟았다. 남쪽 끝 하단에 정교하게 쌓아올린 마름모꼴 석축. 표면으로 바퀴와 철로가 갈린 쇳가루가 노역의 피땀인 양 물들어 세월의 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다. 열차는 국내 최초 똬리굴로 빨려 들어간다. 뱀이 또아리 튼 모양. 깎아지른 치악의 줄기를 직진으로도 빗겨서도 피해서도 넘지 못 하기에 산의 내부를 통째로 훑듯이 하나의 원으로 회전하며 어렵사리 통과한다. 자연의 봉천과 반대의 속도와 방향으로 단숨에 태백 거쳐 동해바다로. 갔더랬다. 새 철로를 깔면서 올해 똬리 구간 폐쇄되었다. 레일 바이크 관광으로 단장한다고. 굴속은 어떨까, 여름이면 얼마나 서늘할까 기대된다.
금대계곡은 둘이다. 금대철교쪽과 가리파재쪽
● 가리파재
가파르니 가리파인가 치악산 남서 줄기에 가리파재는 판부면과 신림면을 가른다. 40여 년전 재너머 산중턱에 부모님이 수 년 농사를 지었다. 추억이 서렸고 전원에 어울리지 않는 희한한 사건도 다수. 은수원사시나무 사건, 황씨 아저씨 사건, 레미콘 트럭 사건...각각은 단편, 추억에 시대상을 배경으로 깔고 사건을 적절히 배치하면 중편감. 낯선 듯 익숙한 스토리에 살인, 욕망, 반전, 교훈까지.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 책 내면 늘그막에 용돈은 될 법하다. 문학으로 갈지 흥미로 갈지 섞을지 언젠가 작업해 보리라. 위하여 글쓰기 훈련 중. 제목은 정했다. 가리파재.
금대철교쪽 금대계곡과 가라파재쪽 금대계곡은 둘 다 산만큼 깊고 자락만큼 긴 치악의 숲이 내어준 물이다. 이산 형제를 처음 만나는 설렘으로 서둘러 양 계곡을 빠져나와 금대삼거리에서 조우한다. 봉천의 정수리다.
ㅡㅡㅡ
봉천은 치악의 물이다.
봉천에 힘 보태는 계곡들.
● 동쪽 치악산
이름에 박았듯이 악 소리나는 악산에 거산이라 지류가 여럿이다. 그만큼 수량이 사철 넉넉하여 가뭄에도 마를 일 없다.
봉천에 합류하는 순서대로,
1. 곧은재 지류
곧은재 계곡ㅡ관음사 계곡ㅡ건영아파트 뒤ㅡ삼익아파트에서 국형사 지류와 합류
2. 국형사 지류
국형사 계곡ㅡ원주공업고등학교ㅡ혁신도시 북단ㅡ벽산블루밍아파트 ㅡ삼익아파트ㅡ봉천의 가슴팍이다. 봉산동과 반곡동의 경계
3. 봉산뫼 지류
봉산뫼 줄기ㅡ육판바위ㅡ나의 가매기삼거리ㅡ새다리 아래ㅡ봉천의 허리다. 태장1동
봉산을 뫼라 하여 우습게 보면 아니 된다. 봉천에 코 대고 물 마시는 코뿔소의 코에 해당. 등 타고 동쪽으로 황골 계곡 끼고 치악산이 꼬리면 닿는다. 구룡사, 상원사 가는 길이 시내에서 한참인 건 절 찾아 차로 둘러서 그런 거지 봉산 줄기 타고 걸으면 반에반쯤 거리. 그러니까 꼬맹이 때 가재 잡으로 치악산까지 걸어갔다. 그뿐인가. 북으로 뻗은 봉산 줄기는 봉천을 마지막 걸음까지 동행한다. 그 사이로 새들이 연락병처럼 들락날락. 그러니 산책 삼아 봉산 능선 이리저리, 봉천 둔치까지 휘젓다 보면 대여섯 시간 훌쩍. 몇 달에 수 키로 살 빠지고 하체 근육 느는 건 자연을 가까이 하니 보상 받아서. 봉산 줄기는 치악산 줄기를 반쯤 뚝 떼어 봉천 옆에 앉힌 양, 키 차이 제법 나니 봉산은 치악의 어린 동생인 셈. 그러나 하체는 봉산 일대가 보자기 펼친 듯 드넓다. 치악산, 봉산, 봉천 순서로 형, 아우, 동무 셋이 나란히 다정하다.
치악산이 시를 상징한다면 봉산뫼는 시내를 대표한다. 시 중앙에 위치. 봉천과 2차선 하나를 사이에 두나 이것도 자락 맨끝을 깎은 거니 원래 뫼와 천은 맞닿았다. 그러니 시내에서 천만 건너면 뫼인 셈 . 고교 때쯤 밤인지 새벽인지 뫼 정상에 커다란 불을 피우는 행사를 했다. 시민들은 어둠을 뚫고 타오르는 불길을 눈으로 즐겼다. 정월 대보름이었을 거. 몇 년인가 하다가 중단. 산불 위험 때문이었으리라. 2000년 새천년 새해 첫날. 나이 마흔 되던 해. 해가 뜨는 봉산뫼에 올랐다. 아내, 어린 아들 둘 데리고. 더 높이 해뜨는 산 치악을 바라보며 운명을 걸고 시작하는 사업의 성공을 빌었다. 사업은 대실패해 쫄닥 망했고 가족은 길거리 나앉게 생겼다. 그날 구름에 가려 해를 못 봐서 아니다. 뫼급 산이라 효험이 없어서도 아니다. 성공 확율 크게 보아 1% 뻔히 알고 대든 거. 도박 아니냐고? 승인난 도박도 승율이 그보다 수십 배 높다. 미친 거?그건 맞다. 그러니까 운명을 건 거. 제정신 아니군. 그건 틀렸다. 동업 넷에 가맹업으로 전국에서 1,000명이 달려들었다. 근데 왜 실패? 운이 없었고 법이 작동하지 않았다. 운명을 걸었는데 운이 안 따랐고 법 집행자마저 악인 편을 들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화자와 독자로 만난 거. 혁신 넘어 혁명의 성격을 띤 사업이라 성공했으면 자서전 쓰라 시키지 여기서 글로 동행할 여유 없을 터.
서쪽, 남쪽으로 밭과 논이었던 단계동, 무실동이 대규모 상업, 주거 단지로 개발되었다. 15만여 인구가 33만으로 배가. 시청, 법뭔은 봉산뫼를 버리고 무실동으로 이전. 시청은 봉화산에 찰싹 붙었다. 그러면서 봉산뫼는 서서히 잊혀졌다. 고마운 거 하나. 봉산뫼 줄기는 대단지 개발을 피했고 자연의 생태. 봉황의 산 봉산답게 봉황의 눈으로 멀리 내다본다.
봉산뫼 지류는 안타깝게 하단에서 복개되었다.
기억의 지도로 흐르는 시냇물.
4. 입석사 지류
입석사 계곡ㅡ황골 계곡ㅡ흥양초등학교ㅡ36사단ㅡ구 1군사령부 뒤ㅡ봉천 하류. 태장2동
● 서쪽 배부른산
이름만 들어도 그저 그런 산이란 걸 알 수 있다. 대저 산이란 멀리서 볼 때 정상에서 좌우로 사선인데 특이하게 과거 원주의 명물 뚱뚱거지처럼 배 불뚝한 모양. 옆에 봉화산과 바람나 배가 불러 치악에 밉보여 내쫒겼나 보다. 뱀이 많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부정타서 그런지도.
바로 옆에 북쪽 봉화산. 둘이 서쪽을 병풍처럼 막아섰으니 그중 뾰족한 하나에 봉화 올려 봉화산일 터. 그렇게 보니 배부른산은 여산, 뽀족한 봉화산은 남산이고 남녀가 늘상 붙어 있으니 정분난 거 맞다. 치악의 풍부한 물 덕에 원주가 번성했는데 더 번창하려면 영혼 결혼식처럼 혼례를 올려줘야 할 거 같다. 배부른산과 옆 봉화산 줄기가 봉천과 평행으로 달린다. 치악산 줄기서 끊긴 작은 산줄기라 딱히 수량이랄 거는 없다. 실개울이나마 있는지 모르겠다. 내 주활동 무대인 봉산, 봉천 일대와 반대편이라 잘 모르지만 계절 없이 물 흐르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큰비 오면 저류지 없으니 당연히 봉천까지 다다를 거. 떳떳치 못해서일까 비 많이 오는 어두운 날 지하 배수관으로 시내를 몰래 지나 봉천에 이른다.
ㅡㅡㅡ
● 봉천 외로 빠지는 지류
다섯 다 섬강으로 연결
1. 백운산 지류
남쪽 백운산이 원주와 제천을 가른다.
백운산계곡ㅡ용수골 계곡ㅡ서곡초등학교ㅡ육민관고등학교ㅡ흥업초등학교서 양안치 지류에 합류
2. 양안치 지류
남서쪽 양안치 고개가 원주와 충주를 나눈다.
양안치 아래 어딘가ㅡ흥업 회촌마을ㅡ연세대 저수지ㅡ흥업초등학교ㅡ문막 서원주역 근처서 문막 섬강으로 연결
회촌마을은 고 박경리 선생이 거주하셨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 달이 뜨면 축제가 열린다. 마을 한가운데 거대한 불 덩어리. 배 혀 날름대듯 밤하늘을 뚫고 맹렬히 타오른다. 겨우내 쪼그라든 몸이 훈훈해지며 마음까지 달아오른다. 불길이 잦아들면 너도 나도 깡통에 잔불 담아 논에 나가 망우리 돌리기. 휙휙 원을 그리며 불을 키우다가 원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멀리 내던진다. 추억의 쥐불놀이다.
3. 구룡사 지류
북동쪽 구룡사 계곡은 아홉 마리 용이 득도를 못 해서인가 이무기로 하행해 세속을 떠돌다가 봉천의 치마 끝자락을 붙드는 형상.
구룡사 계곡ㅡ학곡저수지ㅡ횡성 우천ㅡ횡성 섬강 되어ㅡ원주 옥산서 봉천의 끝과 T자로 조우
가로줄 ㅡ 횡성 섬강, 세로줄 ㅣ 봉천
4. 칠봉 지류
북쪽 칠봉의 물은 원주 북단서부터 남향해서ㅡ칠봉ㅡ옥산 서쪽에서 원주 섬강에 합류
5. 간현 지류
북서쪽 간현의 물은 경기도 양동면쪽에서 남향해서ㅡ원주 간현ㅡ서원주역 북쪽에서 문막 섬강에 합류
● 봉천의 물길 정돈하자면
지도를 글로 그리니 지리하고 양념을 치니 늘어진다. 해서 중간 결산.
봉천은 치악산 금대삼거리에서 시작.
봉산뫼 아래서 원주시의 중앙을 관통.
옥산에서 남북 종단을 끝내고 횡성 섬강과 조우.
여기서 90도 T자로 서로 방향을 틀며 강의 모습을 갖추니 이를 기념해 섬강으로 개명.
명칭 순으로,
원주 시내 봉천내
옥산서 횡성 섬강 조우
원주 부론 섬강
원주 문막 섬강
여주 남한강
양평 두물머리서 북한강과 합류
서울 한강
서해바다
하늘이 홍익인간 명하시어니
봉황 받들어 치악으로 나려와
한결같이 낮은 자세 임하시어
금대곡 봉천 섬강 남한강 한강
마침내 서해바다 이르럿다는
ㅡㅡㅡ
● 봉천 신상명세서
봉천은 봉천내 아니다. 즉 시냇물이 아니다. 단순히 수로도 아니다.
■ 나침반으로 봉천은 원주의 남에서 시작해 주로 동에서 보충해 북으로 빠진다. 사과 두 쪽 내듯이 원주를 반으로 가른다.
■ 길이로 봉천은 금대삼거리부터 옥산까지 15여 키로는 되지 싶다.
■ 높낮이로 짚자면 원주는 치악산이 품은 분지. 봉천은 분지의 가장 낮은 지대를 따라 형성된 자연천. 인구가 밀집한 시내에서 제방을 쌓아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 깊이 서너 길 약 5미터.
■ 폭. 새다리 즉 태학교서 120여 미터. 봉천을 내라고 하기엔 한참 너르다. 장마철, 태풍 외엔 내의 중앙으로만 흐르니 커다란 시냇물 같다. 제방이 있는 지대에서 약 1/3 동쪽 둔치 + 약 1/3 수로 + 약 1/3 서쪽 둔치.
허나 76년 대홍수. 큰물이 제방둑을 처음엔 폭, 나중엔 깊이를 다 채우더니 넘실넘실 둑을 넘을 태세. 연실 사이렌 굉음과 긴급 대피 방송이 가매기삼거리의 새벽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동네 사람들은 죄다 여차하면 봉산으로 달아날 태세로 뜬눈으로 아침을 맞았다. 상류에서 둑이 터졌다. 자식 학비에 보태려고 집 옆 우리에서 애지중지 한 마리나 몇 마리씩 키우던 돼지들은 허연 머리와 등만 내민 채 두둥실 봉산뫼 아래 새다리까지 떠내려 왔다. 제비는 사람 손 닿지 않을 거리 두어 다리를 가로지른 굵은 전깃줄에 일렬 횡대로 빼곡히 촘촘히 앉아서 쥐처럼 연실 찍찍 찍찍. 저마다 놀란 가슴을 날카로운 소리로 뱉어내었고 공중을 메운 습기는 소리를 더 빨리 더 크게 증폭해 고막을 찔러댔다. 하나같이 양 눈을 사람들이 보고 있는 다리쪽을 향했다. 평원에 들소 떼로 달려들 듯이 처내려오는 밀물을 마주보기에 새가슴은 너무나 작았던 게다. 돼지든 제비든 주민이든 큰물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그런 기이한 광경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홍수를 큰물이라 하는데 웬만큼 큰 정도로 여기면 큰 코 다친다. 흐르는 바다를 썩뚝 잘라다 둑 사이에 얹은 거 같다. 더욱이 민둥산에서 쓸려온 황톳물이라 온통 벌개서 화 잔뜩 난 해일. 금방이라도 덮칠 거 같아 심장이 절로 쪼그라들었다. 공포의 하루였다.
■ 선으로 길게 보자면 봉천은 시내서 직선에 가깝고 시 외곽에서 굽었다.
■ 다리는 봉천의 동과 서를 잇는다. 봉천의 흐름과 같이 남에서 북 순으로, 행정동은 동과 서. 시내에 있는 다리만.
ㅡ월운정교. 폭이 작아서 동명을 따지 않은 듯. 반곡동과 개운동.
ㅡ치악교. 이 길 타면 치악산에 가장 가깝다. 반곡동과 명륜동.
ㅡ개봉교. 봉산동과 개운동.
ㅡ쌍다리. 다리를 쌍으로 놓아서. 원주 다리의 원조다. 폭 넓게 짓고 싶었는데 기술이 안 따라줘서였을 거. 바퀴 달린 거면 여기를 건넜어야. 그 아래서 뚱뚱거지가 첩 셋과 자식들 거느리고 살았더랬다. 아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어서 누가 아내고 첩인지 알려진 바 없다. 당시 대단히 희귀하게 유일하다시피 배가 산처럼 뚱뚱해서 배에 뭐가 들었나 원주 시민이라면 누구든 관심사. 사망하자 기독교병원서 해부해 봤다는데 실제다. 다리 건너면 서울, 경기도, 충청도 가는 길. 봉산동과 인동.
ㅡ봉평교. 봉산동과 평원동.
ㅡ새다리. 두번 째 다리니까 새로 놓았다 하여. 기술이 발전해 쌍다리와 폭은 같되 외로 건축. 어릴 적부터 지금껏 수천 번 넘나들고 있으니 새다리는 내다리. 행정명 태학교. 태장1동과 학성동.
ㅡ학다리. 끝단에 날개 편 학 조형물. 학은 봉천의 주 고객이다. 태장2동과 우산동.
쌍다리, 새다리, 학다리 순으로 건설했는 바 군사적으로 중요해서다. 다른 건 시민 편의. 대체로 행정동명의 첫 글자를 따서 다리명을 정한다. 월운정교는 제일 나중 지은 거. 다리 수가 느는 만큼 나라 경제가 발전한 거다.
■ 둔치 다리 여섯. 다리 사이 사이로 둔치와 둔치를 잇는 다리. 이제 먹고 사는 거 해결했으니 넘나들며 봉천을 즐기시라고.
■ 체육 시설 곳곳. 노인용 골프장 세 곳. 각각에 컨테이너 박스 휴게실. 노인들 수십 명이 대회도 치룬다. 인라인스케이트장 한 곳. 바닥 아스팔트이고 흰 선으로 안팎을 구획. 빙상스케이트 선수인지 여럿이 감독과 함께 와 훈련 하는 걸 본 적도 있다. 구급 헬기 착륙장 겸하여 구급차가 대기했다가 환자 옮겨 태우고 세브란스병원으로. 선이 있어서 30여 년전 인적이 끊긴 밤이면 승용차 운전 연습을 여기서 한 기억.
운동 시설 곳곳. 평행봉, 철봉, 윗몸 일으키기, 호기심 유발 운동 기구 대여섯 종.
다만 일부 시설은 잔디 보호 위해 옮겨야 할 거.
자전거는 주말, 휴일이면 등장. 인도로 달리는데 구분은 했으되 잘 보이지 않아서 지켜지지 않아 위험하다. 개선 필요. 자전거로 표시를 선명하게 구분해야. 구분선과 함께 자전거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우면 더 확연할 듯.
ㅡㅡㅡ
■ 낚시. 보에서 낚시대를 편 이들이 종종 보인다. 대개 달랑 대 하나. 잠시 즐기는 거다. 어쩌다 고기를 잡아도 풀어준다. 릴대를 펼치는 사람이 문제다. 그제 60대 중반. 릴을 다섯 대나 펼쳤다. 어부 같아 물어보았다. 저번에 요 아래서 하루에 잉어 14마리 잡았다고 자랑질.
No!
이건 범죄다. 이자 하나가 대형 어종 싹쓸이 할 거 같다. 캐보자. 젤 큰 게 얼마나 크냐고 묻는다. 양 손을 넓게 벌려 잉어를 받치고 들어 올린 시늉을 보여주면서 자기 어깨 폭을 양쪽으로 다 넘었다고. 그럼 두 자는 훌쩍 넘고 세 자 90센티 가량.
불쉿!
왕을 잡은 거군. 어떻게 했냐니까 약으로 먹었단다. 약으로? 그 많은 걸? 14마리 다 먹었냐니까 아는 사람 다 나눠줬다고.
뻑유! 뻑유! 뻑뻑유!
입 밖으로 튀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자리를 털고 내 갈 길 걸어가 얼마간 거리를 두고서 말했다. “그걸 다 드셨습니까. 놓아주시지 그랬어요. 그래야 사람들이 구경하지요.” 순간 그자 낯이 굳으며 경계의 눈으로 나를 째린다. 그 나이에 아무런 대꾸하지 않는 거 보면 관련 법이 엄한 거를 아는 거. 말 안 해도 낯, 눈의 빛 변화나 미세한 떨림만으로 많은 걸 일러준다. 너 다음에 또 그러고 있으면 바로 신고한다고 내심 다짐한다.
처음 보는 이에게 부득이 주의 줄 때 다가서는 거, 선 채 눈 마주보는 거, 자리를 뜨면서 하는 거 차이가 크다. 상대는 전자를 위협으로, 중간은 전의릍 느낀다. 후자는 상대를 공격할 의사 없다는 표시.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지나치면 그만인데 이게 잘 안 되는 이가 어쩌다 있다. 젊어서야 정의, 중년에는 객기라 치부하지만 나이들어서도 이러면 병이다. 고질병.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과 시비를 피하는 나름의 처세가 싫은 소리는 떠나면서 가능한 부드럽게 하는 거. 그런데 호기심도 고질병일까. 이거도 손봐야 하나.
어부 낚시는 엄금하는 경고판 긴요하다.
■ 편의 시설. 대형 주차장 네 곳. 정자 쉼터, 의자, 앉는 바위 곳곳.
간이 화장실 곳곳. 두 칸으로 남녀 구분은 기본. 내부는 항상 깨끗하다. 휴지 비치, 쓰레기통은 일부러 없다. 어느날 화장실 들어가는 문이 안 보인다. 엥? 이게 무슨? 찾아보니 뒤쪽 인도 반대편에 문. 잘못 설치? 그럴 리 없는데? 올치, 일부러 반대로 돌린 거군.
역발상!
쪼그려앉는 재래식은 볼일 보는 내내 지나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가 무척 신경 쓰인다. 갑자기 다가와 문 확 열거나 두드릴까봐. 반대면 훨씬 덜 불안. 헌데 다른 화장실은 문이 인도쪽이었는데? 그렇다면 반대 화장실이 나중에 설치한 거. 볼일 보는 사람 심리까지 살피다니 진정 대단하다. 상 받아 마땅하다. 위소한 역발상 상.
게다가 관리인뿐만 아니라 담당자 이름과 핸드폰 번호까지 써놓은 거 굿이다. 담당자에게 전화해도 안 되거나 늦으면 관리인에게 직통하라는 거. 올커니, 그러면 담당이 빠릿빠릿 안 할 수 없지. 거기다 방역 관리인, 담당자 이름, 핸드폰 번호까지. 게다가 코로나19 예방 수칙까지. 뭐든 실용적이고 세심하며 시의적절하다.
다만 변이 훤히 보여 난감하다. 특히 남자 소변볼 때는 내내 아래를 보면서 조준해야 한다. 변이 튀거나 패인다. 끔찍하다. 걸터앉는 양변기는 그나마 높이가 있어 아래가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재래식은 들어서자마자 눈에 바로 잡힌다. 냄새도 양변기는 뚜껑을 닫으면 나은데 재래식은 그대로 방출. 양변기로 교체하면 참 좋겠다. 사용 후 냄새 확산 방지를 위해 뚜껑을 닫아달라는 안내 문구. 양변기 아래가 아예 안 보이면 금상첨화지만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시급한 건 아니다.
장애인 시설도 목하 확충 중. 둔치로 내려오는 계단 중 한 곳에 휠체어용 진입로를 병행해서 설치했다. 원래는 차량 진입로를 썼지만 경사가 급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휠체어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최근 남편이 휠체어 탄 채로 힘겹게 곤봉을 던지고 부인이 거드는 거도 보았다. 아마 풍으로 마비된 오른 팔 재활 운동하는 거. 더 노력하면 서서 걸을 수 있겠다 희망을 걸어 본다. 휠체어 진입로는 쌍다리 동쪽 남단. 수를 늘리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래,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찐선진을 가리는 거야.
■ 상업 시설. 새벽 시장 한 곳 외엔 없다. 겨울만 빼고 매일 새벽에 지역 농산물 직거래하는 일종의 장터. 농산물 외에도 김 모락모락 손두부, 즉석 구운 김.....엄청 다채롭다. 쌍다리와 봉평교 사이 주차장 활용. 상업 점포는 둑 올라서면 바로 널렸다. 제방 상단은 양쪽 다 강변로.
■ 조경. 시설이 없는 데는 잔디를 심었다. 인도를 따라 곳곳에 나무를 심었다. 봉산동쪽 둔치는 느티나무인지 거목 두 그루가 자라서 정자를 뒤덮어 여름에 서늘하다. 꽃. 치악교 아래로 대규모 꽂밭, 곳곳 짜투리땅에 꽃밭, 꽃길. 해바라기, 코스모스.....키 다르고 이름 모를 형형색색 꽃들. 최근 여름 막바지엔 콘크리트 구조물에 꽃과 새 그림을 수성페인트로 멋지게 그려넣어서 흉측함과 회색의 삭막함을 덮었다. 솜씨가 놀라워 작업 중에 멋지다고 격려하며 말을 건네보니 서울서 팀으로 내려왔다고. 입찰 붙여서 실력 있는 팀을 고른 거다.
바위. 보 아래는 둔치와 수로 경계를 바위로 계단식으로 쌓아 보기도 좋고 걸터앉아서 감상에 젖는다. 보에 붙어서 수로 바닥도 평평한 바위를 구배를 주어 완만하게 깔았다. 수로가 꽉 차서 자연스럽게 물 흐르는 장면 연출. 경사를 내닫는 물 소리가 힘차다.
시냇물. 치악교와 개봉교 사이 서쪽 둔치 중간에 구불구불 공들여 만들었다. 돌다리도. 윗면이 맨질맨질해 쓰다듬고 싶어지는 바위 의자들. 위에서 봉천의 물 받아 아래에서 되돌려준다. 이번 여름 물장난에 신난 아이들과 함께 잠시 동심에 빠졌더랬다. 궁둥이 젖도록 털썩 주저앉아 다 같이 스맛폰에 얼굴 모아서 사진 찰칵 찰칵.
조경한 봉천은 거대한 정원이다.
■ 조명. 둑 양쪽이 다 강변로라서 가로등만으로 둔치는 은은하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으니 밤 산책에 적합. 어떤 다리는 LED로 치장해 눈을 즐겁게 한다. 얼마전 걷는데 둔치 바닥에서 잉어 떼가 형형색색 빙빙 돈다. 위를 눈으로 뒤져보니 천장 귀퉁이에 작은 기구를 달았다. 거기서 LED 빛을 바닥으로 쏜다. 신기해서 한참 구경하다 어딘가 확인하니 쌍다리. 날 바꾸어 대낮에 확인 들어가니 빛 쏘는 장치가 의외로 다양하다. 잉어 쇼 입구 표시인가 사선으로 기둥 위쪽과 천장 비추는 거 6개, 잉어 노니는 메인 장치로 천장에서 바닥으로 쏘는 거 두 종류 13개, 배경 삼아 사선으로 양쪽 기둥을 아래로 비추는 거 6개. 합 25개. 배전반 같은 거 1개, 컨트롤러로 보이는 거 1개, 아마 컴퓨터 원격일 거. 뭘 하나 하더라도 똑부러지는군. 이러니 내 발걸음 붙들고 동영상 찍게 만들었지.
■ 어도 셋. 사람이 살 만하니 물고기를 챙긴다.
■ 보 넷. 잉어, 가물치 같은 대형 물고기 어서 오라고.
■ 수질. 6단계 중 2급수. 강고기 어지간한 건 복귀. 잉어, 붕어, 미꾸라지에 모래무지, 꺽지까지. 안 보이거나 물에 못 들어가니 못 찾는 거 많을 거. 오폐수관을 따로 묻어 봉천으로 유입 차단한 이후 부쩍 맑아졌다. 아직 빈틈이 많다. 1.5급수 기대해 본다.
■ 생태. 자연의 이야기는 이 글에서 다 풀면 책 분량 나올 판이니 생략. 생태 복원 사업 끝냈고 수달 출현 하천이라는 안내판이 서있다는 거 정도만 터치.
이름으로 치면 봉천은 좀 있어 보이라고 나 혼자 부르는 거지 다들 봉천내라 한다. 강이라 하기엔 시냇물 같고 내라 하기엔 규모가 한참 넘는다. 그래서 어중간 겸손하게 봉천내. 역전앞처럼 무심코 습관성도 있으리라. 봉산뫼도 봉천내와 유사한 이유로 나만 봉산이라 한다. 처음부터 봉천인지, 봉천내인지 알 길이 없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지만 한자, 한글 순이겠거니. 어쩌면 봉천에 대해 이리 각 잡고 기록하는 건 내가 처음일 지 모른다. 위소한 시도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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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천
봉천의 행정 명칭은 원주천이다.
No!
이게 말이 돼? 원주천이라니. 주도로는 물론 그 복잡한 샛길에다가 외곽의 마을길까지 옛지명 일일이 다 되살려 놓았다. 정작 원주의 젖줄이자 휴식터이고, 센타이자 제일 넓은 면적 차지하고, 이름만으로 추억이 떠오르며 전설이 있을 법하고, 정마저 박혀버린 봉천내를 헌신짝으로 버리고 뻔때가리 하나 없이 원주천이라니.
이왕이면 봉천이 훨 낫다. 있어 보이고 미래에도 적합. 통일 되면 원주가 한반도 정중앙 되어 지금의 남한 정중앙 대전을 대체할 거. 대전도 갑천 아닌가. 갑천도 폭이 너를 뿐 신상 명세는 봉천과 대동소이.
봉천에 내를 붙여 자세를 낮추는 겸양은 칭찬 받을 일이지만 지나치면 비굴로 비추고 무시 당한다. 처음 들으면 산속에 시냇물을 연상해 적합하지도 않다. 보 있는 곳에선 사철 완연한 강의 모습. 팔뚝만한 잉어가 요기조기서 여기저기서 떼지어 다닌다.
그뿐이랴.
둔치는 체육, 편의 등 각종 시설이 대형으로 들어선 데다가 심지어 장까지 열린다. 폭우철에는 밤새 둔치가 잠기어 승용차건 10톤 트럭이건 배처럼 떠내려 가기도.
어떻게 보아도 내가 아닌 게 큰불 보듯 분명하다.
원주천은 원주의 천일뿐이지만 봉천은 과거를 간직한 현재이자 준비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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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 산천서 태어나 자라 살고 있어요
봉산에 묻혀 봉천에 물이 되고 시퍼요
섬강 한강 지나 바다로 가보고 시퍼요
구름 되어 고향 산천 돌아오고 시퍼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