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둘 합친 크기, 짙어 어두운 색, 아랫턱이 기니 메기 같되 날카로운 잔이빨. 잘아서 끼끌까끌하지 사람에게 위험하진 않다. 돌 밑 바닥에 배 대고 가만히 있다가 돌을 들면 옆 돌로 슬쩍 옮긴다. 돌 사이에 거리가 있어 한 번 쉴 때 손가락으로 꽉 쥐어 올린다. 이때 뚜극 뚜극 소리를 내니 뚜구리. 산 채로 가져가려고 물 채운 검정 고무신에 넣는다
기차 철다리 바로 아래서만 잡을 수 있으니 돌 많고 물이 고무신 두께로 얕아서다
물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벌써 돌아와 있으리라
희한하게 노란색인 빠가사리는 깊은 물에서 낚시로 잡힌다
뚜구리만하고 뚜구리처럼 소리 내되 빠가각 빠가각
떡밥은 반응 없고 지렁이 미끼만 문다
지느러미가 날카로워 미늘에서 뺄 때 쉽게 베인다
붕어도 아닌 것이 먹이만 축내고 상처까지 안기니 낚시꾼에겐 천덕꾸러기
대형 어류인 메기는 있을 법한데 커다란 바위 아래 공간이라 눈에 띌 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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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무치처럼 꼬맹이때 봉천내에서 없었는데 보이는 거 둘
잉어, 가물치
잉어는 물을 가두는 보가 생겨서다
보 윗쪽에서 수 년전 몇 마리 보일길래 놀랐는데 요즘 들어 부쩍 흔하다
흉측한 괴물 가물치는 딱 한 마리 하류에서 눈에 띄었다.봉천내선 처음이라 낯설다
중앙시장 가면 골목 어귀에 내놓고 판다 임산부에 좋다며 황토색 다랏물에 담겨 산모를 기다리는 놈을 본다. 길게 토막난 아나콘다 같은 몸통과 무늬, 이빨 달린 메기 입에 까칠한 비늘. 초점 없이 온통 까만 쥐의 눈.물 밖에서도 뱀처럼 꿈틀꿈틀 이동한다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가물어도 진흙 파고들어가 살아남아가물치라 일렀을 거
생김새건 행동이건 지옥에서 온 사자 같다
이게 미국으로 건너가 진짜 지옥을 만들고 있다.한국에선 어쩌다인데 천적마저 없으니 나라가난리 나공포 분위기
꿈틀 꿈틀
팔 길이만한 아니콘다 토막을상상해 보라
것도 태어나 처음 보는 거
괴담이 횡행하다 못 해 심지어 냉장고에 넣어둬도 살아서 움직인다는
침략어 배스가 토종을 마구 잡아먹으니 국가대표로 참전해 똑같이 복수하는 갑다
무서운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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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속에 따라 다르다
물살을 타는 건 피래미, 부러지
졸졸 흐르는 물엔 뚜구리
잠시 멈춰 펴진 물은 메기, 가물치
깊이 있는 물은 붕어, 빠가사리
넓이까지 보장되면 잉어
모래에 묻혀 모래무치는 특별해서 겁 없이 대놓고 햇볕을 즐긴다
대신 보호색이 모래색
대신 물 위쪽을 경계한다
손가락 크기로 모래밭 위에 얌전히 배 깔고 있다가 물 밖에서 움직임이 있으면 후다닥 도망간다.
파바박, 다급하면 모래 속에 온몸을 묻기도
모래무치가 준일급수쯤에 사니까
나 어릴 적 봤던 고기들이 다들 와있을 거다
숨어 있어 눈에 안 띌 뿐
손아귀여도용하게미끌 미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도 그중 하나일 거
정수 없이 마셔도 되는 청정수에 서식하는 열목어, 꺽지는 예나 지금이나 봉천내에서 본 적 없다
모래무치도 봉천내에는 없었고 저 멀리 횡성 출렁다리에서야 볼 수 있었다
잊지 않고 돌아온 녀석들이 고맙다
이제는 잡아 먹지 않아도 될 만큼 넉넉해서다
몇 년 새 시에서 오폐수관을 따로 묻어 봉천내로 오염수가 유입되지 않아서다
시민들이 새다리 아래 보 윗쪽서 띄엄띄엄 앉아 낚시를 즐긴다
붕어 어쩌다 낚아도 다들 놓아준다
고기 담는 망에 담는 이도 있지만
만남이 반갑고 헤어짐이 아쉬워 낚싯대 접기전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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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후
어도에 꽉 찼던 물이 말랐다
어랏, 꺽지!
세상에,
봉천내에 꺽지가 산다 꺽지가!
일급수에 가까워야 사는 거구만
최전방 군대 철책에서 남과 북을 잇는 시냇물서 처음 봤구만
거기서도 돌 밑에 숨어 눈에 띄기 어렵구만
마라톤 전령보다 장엄하게 죽음으로 희소식을 전하는 너
검정 같은 암갈색에 배 부위 좀 옅고 지느러미 황갈색. 손 가로로 반만한 거까지 봤는데 15~30cm로 자란다고